[뉴스토마토 오승주 기자] "국내 시장만으로는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벤처캐피털(VC)도 프리A나 A 라운드부터 해외 진출 전략을 필수로 요구하며, 이에 대한 계획 없이는 후속 투자를 받기 어려운 시대입니다. 결국 스타트업이 다음 단계로 도약하려면 해외에서 개념 검증(PoC)을 거쳐 실제 매출을 확보해야 합니다."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액셀러레이터(AC) '포디움앤컴퍼니'의 이원재 대표의 말입니다. 최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많은 스타트업 대표가 해외 진출의 필요성은 인지하지만,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어려움을 겪는다"면서 "대기업에서 쌓은 해외 영업 경험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스타트업과 함께 성장하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원재 포디움앤컴퍼니 대표가 19일 <뉴스토마토>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 대표는 1994년 대우그룹에 입사해 약 29년간 중장비, 자동차, 항공기 등 다양한 분야의 해외 영업을 담당했습니다. 특히 말레이시아, 아르헨티나, 알제리 등 다양한 지역에서 시장 개척 경험을 쌓았습니다. 퇴직 직전에는 포스코인터내셔널에서 스타트업 신산업 추진반을 이끌며 대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에 스타트업의 혁신을 접목하는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퇴직 후 그동안 축적한 해외 비즈니스 네트워크와 노하우를 스타트업과 연결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린 이 대표. 그는 "국내 스타트업이 국내 시장만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해외 영업 경험이 부족하니 이 부분을 도와야겠다고 결심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마침 뜻을 함께하는 분들이 많았다.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 대표, 대우전자 부사장 등 대우그룹 출신 임원들과 AI, 방산, F&B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힘을 모아 포디움앤컴퍼니를 설립했다"면서 "오는 21일 정식 출범을 앞두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현장에 직접 뛰어드는 '플레잉 코치'
지난해 11월 이원재 포디움앤컴퍼니 대표(맨 왼쪽)와 지오그리드 관계자들이 해외 수출을 기념하며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지오그리드)
AC와 VC는 주로 투자 유치와 경영 자문, 네트워킹 지원을 하지만 포디움앤컴퍼니는 '영업'에 직접 뛰어든다는 점에서 차별화됩니다. 이 대표는 "해외 PoC부터 후속 투자 유치, 스타트업의 해외영업팀 교육뿐만 아니라 국내 대기업과의 협업까지 매출 창출에 관련된 모든 과정을 책임진다"면서 "단순한 조언이나 네트워크 연결에 그치지 않고 실제 현장에서 '플레잉 코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우리의 강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대표는 빌딩 수질 개선 스타트업 '지오그리드'를 성공 사례로 소개했습니다. 그는 "먼저 어느 국가를 공략할지, 경쟁력은 어떻게 확보할지 시장 조사와 전략을 수립한다"면서 "수질 문제가 심각한 동남아시아 중에서도 인도네시아 시장을 공략 대상으로 설정한 후, 현지에서 영업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핵심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현지 파트너, 정부 기관, 기업과의 연결부터 계약 협상, 사후 관리까지 함께 진행한다"면서 "성공적인 PoC 사례가 쌓이면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강력한 레퍼런스를 확보하게 되고, 이를 통해 기업설명회(IR)와 투자 네트워킹도 지원해 후속 투자 유치를 돕는다.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위한 A부터 Z까지의 전 과정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5월부터 이 대표와 협력한 지오그리드는 같은 해 11월 인도네시아에 스마트 정수 시스템을 처음으로 수출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해 12월 엠와이소셜컴퍼니(MYSC), 올해 2월 500글로벌에서 연이어 투자를 유치했으며, 같은 달 삼성전자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씨랩 아웃사이드'에도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이 대표는 "스타트업은 비용과 시간, 인력 문제로 해외 영업을 시도조차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는 해외 영업 노하우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서 "가장 막막한 부분을 해결해 주니 스타트업에는 큰 도움이 되고, 우리 역시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와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받으며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스타트업 위한 새로운 종합상사가 목표
지난 1월 CES 2025에 참석한 이원재 포디움앤컴퍼니 대표(오른쪽)와 지오그리드 관계자들. (사진=지오그리드)
이 대표는 "많은 스타트업 대표가 연구개발(R&D)이나 제품 개발에는 뛰어나지만 해외 영업과 마케팅, 투자 유치까지 모두 직접 수행하려다 보면 비용과 시행착오가 커진다"면서 "스타트업 대표들은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고 부족한 부분은 전문 파트너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어 "특히 영업은 중소 스타트업이 가장 부족한 영역이지만, 동시에 회사를 성장시키는 핵심 요소"라면서 "경험과 네트워크를 갖춘 전문가가 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하면 스타트업은 해외 진출 과정을 훨씬 단축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포디움앤컴퍼니는 향후 펀드를 조성하고 직접 투자하는 등 VC 기능까지 확대하며 장기적으로 스타트업을 위한 '새로운 형태의 종합상사'를 목표로 합니다. 이 대표는 "대우 시절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슬로건 아래 지구 곳곳을 누비며 체득한 경험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스타트업과 함께 뛰면서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오승주 기자 sj.o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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