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해지는 '고립주의'…독자적 K-산업 새판짜야
'더티 15' 관세 충격·무역전쟁 격화 '카운트다운'
보복 관세·더티 15까지…거센 압박 불가피
격화 조짐 신호탄…각국 고립주의 심화↑
"한국만의 고유한 한국형 산업정책 짜야"
"에너지, 우방협력 등 집단적 회복탄력성 높여야"
2025-03-19 16:46:09 2025-03-19 16:46:09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대규모 관세 충격과 글로벌 무역전쟁이 격화할 수 있는 가운데 한국형 산업정책의 방향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고립주의적 산업정책에 따른 분절화 심화 현상이 한국 경제에 최대 난제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주요국 산업정책을 따라가기보단 한국만의 독자적인 K-산업정책 방향을 설정할 전략적 판짜기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에너지 자원 공급국들의 자원 무기화 정책과 관련해서는 위험회피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입니다.
 
 
지난 12일 경기 평택시 평택항에 철강 제품들이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관세 격화 신호탄…'더티 15'까지
 
19일 정부와 기관,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의 국가별 상호 관세율 발표가 보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한국 등 무역 적자국을 겨냥할 파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앞서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은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에 상당한 관세를 부과하는 국가를 '더티 15(지저분한·Dirty 15)'라고 표현한 바 있습니다. 
 
'더티 15'에 대한 나라명은 밝히지 않았으나 미국의 무역 적자국을 겨냥하는 모양새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미국의 10대 무역 적자국 중 8위를 차지하는 만큼, 관세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캐나다·멕시코·유럽연합(EU)이 관세 보복을 선언한 과정을 보면, 동맹국에 대한 호의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입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중국, 캐나다, EU가 보복하면 더 많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위협하는 등 거센 압박은 불가피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습니다.
 
8년 만에 관세협상 재개를 암시하는 트럼프의 '시진핑 방미' 발언에 대해서도 미·중국 정상 간 회담이 성사되지 못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관세 전쟁이 쉽게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미·EU의 격화 조짐을 꼽는 등 장기간 불확실에 대한 견해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이승은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미·EU 간 보복 관세) 주요 기관들은 이러한 상호 위협이 본격적인 무역전쟁으로 돌입하고 더욱 격화되는 신호라고 보고 있다"며 "종국에는 양측의 협상을 위한 접촉을 기대하고 있으나 상당기간 진전이 없을 수 있으며 이 기간 동안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습니다.
 
 
19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정책연구 브리핑을 보면 미국, 중국, EU의 산업정책 기조를 분석한 결과, 주요국은 2010년 이후 경제안보 가치 실현을 위해 고립주의적 산업정책 경쟁으로 수렴하는 양상을 보여왔다. (출처=대외경제정책연구원)
 
고립주의 심화…K-산업정책 수립해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측은 주요국들 산업정책 부활과 정책경쟁 딜레마' 분석을 통해 고립주의 심화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가령 과거 산업정책 실패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공화당의 반대라는 정치적 제약을 극복한 미국의 경우 대규모 산업정책을 통과시켰으나 중·장기 관점에서의 자국 산업보호와 경제적 이익 극대화 달성은 불확실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에 반해 산업정책의 필요성을 조기 인식하며 개방된 전략적 자율성이라는 전략 기조하에 수평적 산업정책을 시행한 EU는 역내 결속 강화를 위한 내부조정 비용이 상당해 역외국에 대한 차별 없이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자국의 대외 의존도를 줄이되, 외부 국가의 중국 의존도를 높이는 비대칭적 고립주의 전략을 오랜 기간 유지한 중국의 경우는 국제공조 없이 반도체 산업과 같은 전략 산업에서의 진정한 자립은 어렵다고 진단했습니다. 내수시장만으로는 경제성장을 지속할 수 없어 대외 수출을 중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이는 각국의 고립주의 경향이 뚜렷해진 배경입니다. 전략산업 역량 제고를 위한 정책경쟁이 격화하면서 공급망 회복력 강화, 자국 산업보호, 경제적 이익 극대화 등 복합적 가치가 충돌하는 삼중고에 직면한 겁니다.
 
조성훈 KIEP 경제안보팀 부연구위원은 "고립주의를 벗어나 경제안보 가치 실현과 경제이익 및 자원배분 효율 극대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산업정책의 방향성 모색이 시급하다"며 "기존 후발추격국형 전통적 산업정책과는 달리 새로운 정의의 산업정책들은 주로 고소득 국가에서 주도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주요국 산업정책을 단순 모방·편승하지 않고 한국만의 고유한 한국형 산업정책의 원리와 그에 따른 세부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며 "한국은 자유무역의 이익과 경제안보 가치를 모두 극대화할 수 있는 독자적인 산업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17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예멘의 후티 반군이 미군을 계속 보복 공격할 경우 배후 세력인 이란에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에너지 '흔들'…위험회피 전략 키워야"
 
지정학적 위험 등 에너지 안보 위기에 대한 전략도 요구되고 있습니다.
 
이성규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정학적 위험을 회피하는 방법은 위험유발 대상을 단기간에 완전히 배제시키는 디커플링(탈동조화) 전략보다는 이들의 시장왜곡 활동을 관리하는 데 중점을 두는 디리스킹(위험 회피) 전략이 우리나라에 더 적합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러한 전략은 가능한 많은 우방국들과 긴밀하게 협력해 집단적 회복탄력성을 증대하는 등 효과를 크게 높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대외적으로 추진하는 데 있어 우리나라의 전략적 자율성과 유연성을 견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정학적 위험이 높은 국가에 대한 에너지 자원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도 계속 강화해야 한다"며 "핵심광물에 대한 80%대에 이르는 중국 의존도를 절반 수준 이하로 낮추기 위해 자원 부존국과의 협력을 더욱 확대·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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