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 윤석열 탄핵 선고기일…'불복' 빌미만 준다
한덕수 탄핵심판 선고 24일…윤씨 선고기일은 '아직'
2025-03-20 16:16:59 2025-03-20 17:03:25
[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윤석열씨 탄핵심판 선고기일이 기약 없이 늘어지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윤씨 탄핵 여부를 놓고 역대 최장 기간의 평의를 거치는 가운데, 오히려 윤씨 측에 불복 빌미만 준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헌재의 장고에 윤씨 탄핵에 반대하는 아스팔트 보수들이 계속해서 집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헌재의 선고가 늦어지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여지를 고리로 탄핵 반대 지지자가 결집하고, 윤씨와 여당은 '국민들이 헌재 선고 결과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프레임을 꺼내 탄핵에 불복할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겁니다. 추후 윤씨 탄핵이 선고될 때, 아스팔트 보수들이 극렬하게 반대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경찰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헌재는 20일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오는 24일 오전 10시로 지정했습니다. 한 총리 탄핵 소추 사유엔 △윤씨 내란 행위 공모·묵인·방조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거부 등이 있습니다. 윤씨 탄핵심판 선고에 앞서 법적 문제 제기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한 총리 탄핵심판 선고를 먼저 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윤씨 탄핵심판 선고일도 내주 있을 가능성이 크지만, 선고기일이 아직 정해지지는 않았습니다. 헌재 관계자는 "이번 주에는 선고와 관련한 공지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헌재의 숙고가 길어지면서 윤씨 측은 '대국민 여론전'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윤씨 탄핵을 반대하는 국민변호인단은 헌재 앞에서 '무제한 필리버스터 기자회견'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날은 중·고등학생이 탄핵 반대 삭발식에 나섰습니다. 배의철 변호사는 "탄핵에 반대하는 중고생의 의지를 삭발로 표명한다"고 알렸습니다.
 
아스팔트 보수 시위는 더 격화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 탄핵 선고가 유력했던 만큼, 지난 주말엔 전국에서 탄핵 찬·반 집회가 열렸습니다. 지난 15일에는 세이브코리아 주최로 경북 구미시 구미역 앞에서 윤씨 탄핵 반대 집회인 국가비상기도회가 열렸는데, 경찰에 신고된 집회 참가 인원은 1만명에 달했습니다. 해당 탄핵 반대 집회에는 나경원·장동혁 국민의힘 의원 등이 나섰습니다. 
 
친윤계(친윤석열)는 헌재 선고와 관련해 탄핵 불복 메시지도 직접적으로 내고 있습니다. 나 의원은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미 기울어진 탄핵 재판이라는 의심을 받는 헌재"라며 "현재 헌재가 보이는 '선택적 지연' 또한 편향적 정치 셈법에 따른 편향성의 표출이 아닌가 국민은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헌재의 결정에 국민들이 전혀 만족하지 못하는데, 그러고 불만스럽고 아니라고 외치는데, (양당 지도부에서) 자제하라고 한다고 그게 되겠느냐?"라고 했습니다. 여당 지도부는 지난 16일 "우리 당의 공식 입장은 헌재의 판단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것"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여당의 일부 의원들은 헌재 불복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윤석열씨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둔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 윤씨 지지자들이 탄핵 각하를 촉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법조계는 헌재의 선고 지연에 대해 "내부적으로 의견이 충돌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법적 논란을 없게 하기 위함"이라고 봤습니다. 박성배 변호사는 "불복할 빌미를 없게 하려고 장고하는 것 같다"며 "각자 (헌법 재판관) 의견이 너무 대립하니까 길어진다는 견해도 있던데 오히려 도저히 좁힐 수 없는 견해면 빨리 평결하고 선고해도 된다. 평의를 이어나간다는 것은 충분히 좁힐 수 있는 이견으로도 보인다. 만장일치가 나오거나 준해서 나오면서 절차적 정당성에 대해서 충분한 근거를 제시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익명을 요구한 다른 변호사는 "헌재가 단칼에 정리를 해줘야 하는 부분인데 (지연으로 인해) 안에서 싸우는 듯한 외관이 보이니까, '진짜 사실은 문제가 많았던 것이구나'라고 윤씨 지지 측에서 생각을 할 여지를 주기도 한다"고했습니다. 그는 윤씨 측과 일부 여당 의원들이 헌재를 정치적으로 공격하고 있는 것에 대해 "헌재에서 결정하는 것은 헌법 질서 범위 내인데, 이를 정치적으로 결정한다는 의심을 주면 그때부터 곤란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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