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수익성 악화에 곡소리…"규제 풀어달라"
2025-03-20 14:22:21 2025-03-20 17:48:46
 
[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치솟는 공사비와 부동산 경기 침체, 미수금 증가 등으로 건설업계가 휘청이고 있습니다. 수익성은 날로 악화하고 이로 인해 돈줄이 마른 중소 건설사들은 연달아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건설업계 '4월 위기설'이 다시 힘을 받고 있습니다. 업계는 과도한 건설·부동산 관련 규제라도 풀어달라 요구하지만, 정국 불안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업계의 요청은 공허한 외침이 될 공산이 커 보입니다. 
 
치솟는 공사비에…매출 감소보다 큰 영업이익 감소
 
20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공사비지수는 2020년 이후 3년 만에 30% 가량 크게 올랐습니다. 2020년을 기준으로 100이었던 공사비지수는 2021년 117.37, 2022년 125.33 상승한 후 지난해 9월 130.4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치솟는 공사비에 건설사들은 지난해 경영활동에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대형 건설사들은 "돈 되는 곳만 수주한다"는 이른바 '선별 수주' 전략을 내세웠는데요. 수주가 곧 실적으로 이어지지 않는 모습입니다. 
 
서울 은평구의 한 재건축 공사 현장 모습. (사진=송정은 기자)
 
주요 건설사들의 지난해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 감소폭보다 영업이익 증가폭이 더 컸습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9.8% 줄어든 10조5036억원을 기록했는데,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39.2% 감소한 4031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DL이앤씨는 매출이 오히려 전년 대비 4.1% 증가한 8조3184억을 기록해 외형적 성장을 이뤘지만, 영업이익은 18% 감소한 2709억원에 그쳤습니다.
 
대형사뿐 아니라 건설업계 전반의 수익성은 크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기준 건설업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3.35%)보다 0.38%포인트 떨어진 2.97%를 기록했습니다. 전체 산업(6.2%)의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원가율이 크게 오르면서 공사를 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됐다"며 "선별 수주 전략을 내세우고는 있지만 전반적인 건설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힘들다면 버티기 힘든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소 건설사 법정관리 도미노, 규제완화 요청하지만 '공허한 메아리'
 
현금 유동성이 부족해 선별 수주 전략을 내세울 수 없는 중견·중소 건설사들의 위기는 더 심각합니다. 지난 1월 신동아건설(지난해 시공능력평가 58위)과 대저건설(103위)에 이어 지난달 24일 국내 토목 면허 1호 기업인 삼부토건(71위)이 법정관리를 신청했습니다. 또 삼정기업(114위), 안강건설(116위), 삼정이앤시(122위), 대우조선해양건설(2023년 기준 83위), 벽산엔지니어링(시공능력평가 180위)까지 줄줄이 법정관리를 택하고 있습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대형사들은 현금 유동성 위기가 있으면 모기업이나 계열사의 도움, 자산 매각 등 다양한 해결책을 강구할 수라도 있지만, 중소 건설사들은 이마저도 쉽지 않아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건설업계는 당장 건설 경기의 회복을 기대할 수 없은 상황에서 건설 관련 각종 규제라도 완화해주기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전영준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 실장은 건산연이 지난 18일 개최한 '2025 건설산업 혁신을 위한 재탄생 세미나'에서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난해 5월30일 이후 6개월간 건설 관련 190건이 발의됐고 이중 규제 법안이 53.7%인 102건"이라며 "공장 설립 관련 규제는 68개뿐인데 아파트 건설 규제는 284건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과도한 건설 규제 개혁을 위해 덩어리 규제 유형별 규제맵 제작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유명무실한 규제 일몰제 강화 등 규제를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재건축 공사 현장. (사진=송정은 기자)
 
다만 이 같은 업계의 규제 완화 요구에 정부가 응답할 가능성은 적어 보입니다. 서진형 교수는 "지속되는 정국 불안 상황에서 건설업계의 규제완화 요구는 공허한 외침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최근 토지거래허가 재지정에서 볼 수 있듯 갈팡질팡하는 정부의 자세도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서 교수는 "원가율 상승과 건설업계 미수금 증가, 치솟는 지방 미분양 물량 추이 등을 보면 업계 위기설이 도는 것은 사실"이라며 "건설사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고 이에 따른 분양 시장 환경도 극도로 악화하고 있어 당분간 'N월 위기설'이 힘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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