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속 이재용 방중
첫 해외 행보로 중국 택한 점 눈길
샤오미와 전략적 협업 강화될 듯
글로벌 기업 CEO들과 협력 논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점검 필요"
2025-03-24 15:44:20 2025-03-25 10:29:44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고조되는 그룹의 위기 속에서 중국을 방문하며 글로벌 경영 행보에 본격 시동을 걸었습니다.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서도 첫 해외 출장지로 중국을 택한 이유는, 급격한 매출 신장을 이루고 있는 세계 최대 시장에 대한 각별한 관심으로 풀이됩니다. 사즉생’(死卽生) 정신을 강조한 후 떠난 첫 국외 활동인 만큼, 중국 및 글로벌 기업과 협업 전략을 통해 위기 극복의 해법을 마련할지 이목이 쏠립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이 22일 레이 쥔 샤오미 회장을 샤오미 전기차 공장에서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샤오미 웨이보)
 
24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전날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발전포럼(CDF)에 참석하는 등 현지 일정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이번 포럼에는 이 회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000660)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등 글로벌 해외 재계 인사 79명이 참석했습니다.
 
특히 이 회장은 포럼 하루 전인 22일 샤오미 전기차 공장을 방문해 레이쥔 샤오미 회장과도 만났습니다. 해당 사실은 샤오미 웨이보 계정을 통해 공개됐는데, 이 자리에는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도 함께했습니다.
 
이번 회동을 두고 삼성전자와 샤오미와의 협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모바일 기기와 가전 분야에서 삼성전자의 경쟁사인 샤오미는 지난해 전기차 SU7을 출시하는 등 사업 영역을 확대하면서 삼성전자의 고객사가 됐습니다. 삼성전자의 전장(차량용 전자·전기장비) 분야를 비롯해 메모리 사업부의 차량용 메모리반도체 공급과 샤오미가 설계한 차량용 시스템온칩(SoC) 등의 파운드리 영역에서 다각도의 협력이 가능합니다. 퀄컴 역시 모바일·차량 등 반도체칩에서 삼성전자와 협력 관계인 만큼 삼각 동맹이 구축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이 회장은 CDF 이후에도 현지에 머물며 글로벌 기업 CEO 등과 비즈니스 미팅을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올리버 집세 BMW 회장과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 벤츠 회장 등과 추가 만남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만남도 관심사입니다. 구체적 명단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시 주석은 오는 28일 약 20명의 글로벌 기업 CEO들과 투자 협력 등의 논의를 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년 만에 이뤄진 이번 방중은 잠행 경영을 이어오던 이 회장이 본격 글로벌 행보에 나선 것으로도 눈길을 끕니다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그룹 위기와 관련 임원들에 통렬한 비판과 지적을 남긴 후 첫 해외 출장지로 중국을 선택한 것이어서 더 의미심장합니다.
 
재계 안팎에서는 지난해 급격한 매출 신장을 이뤄낸 중국 시장 네트워킹을 강화하고, 미중 갈등이 더욱 심화하기 전에 중국과의 협력을 다지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실제로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매출은 전년 대비 54% 증가한 649275억원을 기록했습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 입장에서는 여전히 중국은 반도체의 중요한 제조 거점이자 거대한 소비 시장으로 인식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중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을 단행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며 앞으로 일어나게 될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든지 중국 내 네트워크를 재정비하는 등 의사결정을 하기 전 점검을 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다만, 이 회장의 행보가 단순 협력 확대에만 그치면 현재 삼성의 위기를 타개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 명예교수는 전장과 메모리 등 글로벌 업체와의 협력에만 집중하면 삼성은 용역 위탁 업체로 끝날 것이라며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한 삼성이 주도하는 생태계에 글로벌 기업들을 참여시켜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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