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효과 본 KB…은행권 가상자산 '눈독'
빗썸, NH농협은행 계약 종료 후 KB국민은행 제휴
업비트, 케이뱅크 계약 10월 만료…은행 간 경쟁 심화 전망
가상자산 예치금 10조원 돌파…은행 수익 다각화 기대
2025-03-25 14:20:25 2025-03-25 16:04:42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KB국민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이 2조원 증가하면서 가상자산 실명계좌 경쟁의 신호탄이 되고 있습니다. 빗썸이 NH농협은행과 계약을 종료하고 KB국민은행과 제휴를 맺으면서 발생한 현상인 만큼, 시중은행들이 가상자산 거래소와의 제휴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업비트와 케이뱅크의 계약이 오는 10월 만료될 예정이어서 은행 간 물밑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요구불예금 잔액은 20일 기준 153조원으로, 1월말 대비 2조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른 시중은행 3곳(신한, 하나, 우리)은 같은 기간 잔액이 줄어들었고 다른 은행도 증가 폭이 KB국민은행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요구불예금은 언제든 인출할 수 있고 이자를 거의 주지 않는 저원가성 예금을 말합니다. 
 
KB국민은행의 요구불예금 증가 원인이 빗썸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빗썸은 24일 NH농협은행과 계약을 끝내고 KB국민은행과 제휴를 맺었습니다. 이에 앞서 빗썸은 계좌 사전 등록을 진행했습니다. 
 
1월 1~10일 평균 약 5000좌 수준이던 KB국민은행 요구불예금 신규 계좌는 빗썸 계좌 사전 등록 첫 주(1월 20~31일)에만 4배(약 2만좌) 급증했습니다. 2월 말까지도 1만5000좌 수준의 증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가상자산업계와 금융권은 빗썸과 KB국민은행의 제휴를 시중은행의 가상자산 실명계좌 경쟁 신호탄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시중은행은 자금세탁 등 범죄 악용 우려와 가상자산에 대한 금융당국의 부정적 인식 때문에 가상자산 거래소와 제휴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업비트, 코인원이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 카카오뱅크와 손을 잡은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 비롯됐습니다. 
 
하지만 5대 가상자산 거래소의 예치금 규모가 올해 1월 말 기준 10조원을 넘어서는 등 존재감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케이뱅크는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점유율 1위 업비트와 5년째 계좌연계 제휴를 이어가면서 저원가성 예금을 손쉽게 늘렸다는 평가를 받아 왔습니다. '가상자산거래소 고객예치금 현황'에 따르면 2020년 6월부터 작년 7월까지 케이뱅크 가상자산사업자 이용자 예치금은 3조원에 달합니다. 
 
케이뱅크는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점유율 1위 업비트와 5년째 계좌 연계 제휴를 이어오고 있다. (이미지=업비트 홈페이지)
 
시중은행은 가상자산 거래소와의 제휴 시 신규 고객 유입, 원화 입출금 수수료 등 부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1거래소 1은행' 독점 체제로 시장이 유지되다 보니 제휴 확보 자체가 경쟁력에 직결되는 상황이 됐습니다. 무엇보다 업비트가 오는 10월 케이뱅크와 계약 종료를 앞두고 있는 만큼 시중은행과 케이뱅크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시장 확대도 기대됩니다. 가상자산 시장에서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가 활발해지고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이 나올 경우 미국과 같이 수탁사업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강성후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 회장은 "우리나라가 고령층이 되고 인구가 줄어들면서 시중은행들 입장에서 고객 확장에 한계에 부딪히는 상황"이라며 "대한민국 내에서 새롭게 고객을 확장할 수 있는 시장이 가상자산 시장밖에 없기 때문에 시중은행도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법인이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라며 "금융당국의 가이드 하에 일반 법인 거래가 가능해지고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고, 금융기관까지 진입할 경우 그 효과가 더욱 커질 것이라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빗썸은 24일부터 NH농협은행과 계약을 끝내고 KB국민은행과 제휴를 시작한다. (이미지=빗썸 홈페이지)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