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이중잣대…광화문 천막엔 강경대응, 헌재 앞 화환엔 "자치구 책임"
정책 플랫폼에 '화환 철거' 시민제안…답변 요건 6배 넘긴 공감
오세훈 서울시장, 민주당 천막에 "관용 없는 행정력 집행하라"
서울시 "화환은 종로구 소관"…헌재에 조치 요청도 하지 않아
2025-03-25 15:49:42 2025-03-25 16:40:16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서울시가 '광화문 천막'과 헌법재판소 앞 화환에 다른 잣대를 들이대면서 다르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민주당과 시민단체가 윤석열씨 탄핵을 요구하며 광화문 인근에 설치한 천막에 대해 "관용 없이 대응하라"고 했습니다. 사실상 철거를 지시한 겁니다. 하지만 서울시청은 윤씨 지지자들이 놓은 헌재 앞에 둔 화환을 치우는 문제에 대해서 "구청이 할 일"이라는 유보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25일 서울시청의 정책 플랫폼 '상상대로 서울'에는 '헌법재판소 앞 대량 화환 철거 요청'이라는 제목의 시민 제안이 올라와 있습니다. 제안자는 "헌재 정문 앞 인도 및 인근 도로에 현재 수백개에 달하는 화환이 무질서하게 설치돼 있다"며 "화환을 사전 철거하거나 제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곧 예정된 헌재 탄핵심판 선고일에 대비한 대규모 집회가 예고된 상황에서 공공안전과 경찰의 신체적 위험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화환 지지대는 해체될 경우 몽둥이, 찌르기용 무기 등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 대형 화환의 받침대가 시위 도구로 활용된 전례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25일 서울시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 화환이 쓰러진 채 쌓여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해당 제안은 이날 오후 3시 기준으로 301개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소관 부서가 필수적으로 시민 제안에 답변해야 하는 공감 개수 50개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입니다. 하지만 서울시청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보도상이나 도로상 적치물 처리나 단속, 현장 집행 권한은 자치구에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민주당과 시민단체의 천막에 대해 강경 대응하겠다는 서울시청의 방침과는 대조적입니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 24일 오전 간부회의에서 민주당이 광화문에 설치한 천막당사와 관련해 "공당이 시민 보행 장소에 불법 점유 시설물을 설치한다는 것은 시민 누구라도 용인할 수 없을 것"이라며 "서울시가 앞장서 경찰청, 해당 구청 등과 협조해 변상금, 강제 철거 등 관용 없는 행정력을 집행하라"고 지시한 바 있습니다.
 
이에 서울시는 종로구에 불법 천막에 대해 변상금·과태료 부과 등 구청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25일 서울시 종로구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근처 인도에 천막들이 설치돼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앞서 오 시장은 지난 15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제왕적 다수당의 불법 천막, 공당이 맞느냐'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습니다.
 
해당 글에서 오 시장은 "현행법상 지자체 허가 없이 도로에 설치한 천막은 엄연히 불법"이라며 "탄핵에 중독된 제왕적 다수당이 이제는 법을 비웃으며 헌재를 겁박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서울시와 종로구가 협의해 구청 측이 두 차례에 걸쳐 구두로 철거를 계고했으나, 야당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며 "정파의 이익을 위해 공권력과 시민의 편의는 아랑곳하지 않는 지극히 이기적인 행태"라고 했습니다.
 
이어 "절대다수 의석을 가진 공당이 도심 한복판에서 공권력 위에 군림하며 불법을 자행하면 그 결과는 국격의 추락"이라며 "서울시는 제왕적 다수당의 불법과 탈법에 대해 엄정하게 책임을 묻겠다. 우선 변상금 부과를 비롯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검토하겠다. 법을 비웃고 시민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편, 종로구는 헌재 앞의 화환 적치 문제는 헌재가 판단할 사항이라는 입장입니다. 화환이 놓인 곳이 헌재의 사유지이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헌재에 화환 적치에 대해서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했느냐'고 질의하자 종로구 관계자는 "(그렇게) 말했지만 (현재로부터) 답신은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서울시청은 헌재에 따로 화환 적치에 대해서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하지는 않은 걸로 확인됐습니다. 서울시청 관계자는 "서울시가 직접 그렇게 (헌재에 요청)하지는 않는다"며 "헌재 앞 화환에 대해서 구청로부터 공식적으로 보고받거나 그런 것(도)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최소한 윤씨에 대한 탄핵 선고 이전까지 화환은 헌재 앞에 방치될 확률이 높은 상태입니다. 헌재 관계자는 "선고 이전에는 화환이 안 치워지고 이후에 치워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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