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12·3 내란 사태' 여파로 악화된 소비심리가 넉 달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내 정치 불안과 트럼프 2기의 관세전쟁에 따른 불확실성까지 증대된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특히 내수 부진과 수출 증가세 둔화, 저성장 등 국내 경기 지표들이 장기간 부정적인 데다, 세계 경제를 방어하는 미국 경기 하강까지 엄습할 경우 '경기침체' 리스크는 더욱 가중될 전망입니다.
25일 한국은행의 '3월 소비자동향 조사' 결과를 보면, 이달 중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3.4로 전월보다 1.8포인트 하락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경기 전망 등 지표 줄줄이 '비관적'
25일 한국은행의 '3월 소비자동향 조사' 결과를 보면, 이달 중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3.4로 전월보다 1.8포인트 하락했습니다. CCSI는 소비자들의 경제 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한 지수로 올해 1·2월 3.0포인트, 4.0포인트씩 올랐지만 3개월 만에 다시 꺾인 겁니다.
특히 지난해 12월 내란 충격(-12.5포인트) 여파 이후 장기평균(2003년 1월~2024년 12월) 기준치(100)를 넘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CCSI는 장기평균치를 기준값 100으로 100보다 크면 '낙관적', 100보다 아래면 '비관적'임을 의미합니다.
CCSI를 구성하는 산출지표인 현재생활형편, 생활형편전망, 가계수입전망, 소비지출전망, 현재경기판단, 향후경기전망 등 6개 지수도 줄줄이 부정적입니다.
현재생활형편을 나타내는 지수는 줄곧 기준치를 밑도는 90대 수준의 지수를 보여 오다, 내란 충격 이후 4개월째 87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생활형편전망은 전월 대비 1포인트 내려간 92로 장기간 기준치 아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가계수입전망은 지난해 11월 100을 기록한 후 12월 94, 올 1월 96, 2월 97, 3월 96으로 비관적 전망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111에서 8월 109로 내려온 소비지출전망도 올 2월 106, 3월 104로 기준치 선을 유지하고 있지만 전월보다 2포인트 하락한 수준입니다.
이 외에 향후 1년 기대인플레이션율(2.7%)은 생활물가 상승 폭 확대로 전월과 동일했고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주요 품목의 응답 비중은 농·축·수산물(50.5%), 공공요금(48.8%), 공업제품(31.2%) 등의 순이었습니다.
이혜영 경제통계1국 경제심리조사팀장은 "국내 정치 상황뿐 아니라 트럼프 신정부 관세 정책 역시 불확실성 해소의 방향과 강도가 함께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4월2일 상호관세 부과 여부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 등에 따라 CCSI 회복 여부도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12일 경기 평택시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다. (사진=뉴시스)
글로벌 하강 방어 미 경제 '둔화 시그널'
아울러 미국 경기가 예사롭지 않은 점도 우려할 부분입니다. 글로벌 경기 하강을 방어하는 미국 경기가 점차 둔화할 시그널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중간 경제 전망'을 통해 미국 성장 전망을 올해 2.4%에서 2.2%로 내린 바 있습니다. 하지만 1%대 저성장 가능성까지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2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성장률 전망치를 1.7%로 낮춘 상태입니다. 이는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하향 조정한 전망치와 같습니다.
피치 측은 "새 행정부가 시작한 글로벌 무역전쟁이 미국, 세계 성장세를 둔화시키고 미 인플레이션 상승, 연준의 금리인하 지연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 상승을 암시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도 읽히고 있습니다.
주요국들의 성장률 전망도 밝지 않은 상황입니다. OECD의 예측을 보면 주요 20개국(G20) 성장 전망은 3.3%에서 3.1%로 하향했고 유로존은 1.3%에서 1.0%로 내린 상태입니다.
김위대 국제금융센터 경제리스크분석부장은 "최근 미국 경제지표가 혼조 양상을 보이나 점차 둔화 시그널이 강화되고 있는 모습"이라며 "환율과 자금흐름, 자산가격 등 금융경로가 우선 영향을 받고 점차 실물경제(교역, 투자)로 상당한 파급효과가 발생한다"고 언급했습니다.
특히 실물경로와 관련해서는 "미국의 수입수요 감소는 공산품·원자재 수출국에 타격을 주면서 전체 교역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다국적 기업들의 투자 축소의 경우 미국 내 생산시설을 운영하는 기업은 투자 규모를 줄이거나 생산량을 조절, 이에 따라 대미 외국인직접투자(FDI)가 감소한다. 미국 경기둔화는 원유, 천연가스, 산업용 금속에 대한 글로벌 수요 감소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그간 글로벌 경기 하강을 방어해 왔던 미 경제가 둔화할 경우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과 '자산가격 조정' 리스크가 상향한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기 미국의 글로벌 경기 견인력이 확대되던 상황에서 올해 이 성장세가 약화할 경우 글로벌 성장률 둔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습니다.
투자은행(IB) 중 한 곳인 HSBC 측은 "대통령 탄핵 심판이 임박함에 따라 불확실성 완화로 심리가 일부 개선될 수 있으나 고용이 둔화되고 물가 상승 압력도 있어 가계 소비 지지력에 제한이 있다"며 "향후 추경 편성과 서울 일부 지역의 주택가격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성장률은 한은이 예상하는 1.5%에서 하방리스크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25일 한국은행의 '3월 소비자동향 조사' 결과를 보면, 이달 중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3.4로 전월보다 1.8포인트 하락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