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200달러대 초반까지 밀렸던 테슬라 주가가 반등하며 테슬라를 대량으로 매수한 서학개미들도 한숨 돌렸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상승 전환으로 속단하지 말라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브랜드 이미지 훼손, 판매 부진, CEO 리스크 등 복합적인 문제가 여전하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2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미국 주식은 테슬라입니다. 순매수 금액은 약 9억8405만달러, 한화로는 약 1조4422억원에 달합니다. 테슬라 주가를 2배로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X 셰어즈'에도 7억4712만달러(1조948억원)가 유입돼 서학개미들의 공격적인 투자 성향이 다시 확인됐습니다.
테슬라는 24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나스닥증시에서 11.93% 급등한 278.39달러에 마감했습니다. 다음 날에도 3.50% 올라 288.14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시가총액은 9248억달러로 다시 1조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지난해 12월 고점이었던 488.54달러에서 41% 하락한 상태입니다. 연초 이후 하락률만 38%에 달합니다.
테슬라의 반등은 자동차 관세를 면제할 수 있다고 시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과 테슬라의 CEO인 일론 머스크의 낙관적인 내부 메시지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머스크는 지난 20일 예정에 없던 긴급 직원회의를 열어 "자사 주식을 팔지 말라"고 당부하며 자율주행기술과 로봇 옵티머스 전기항공기 등 미래 비전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시장에선 이러한 발언이 실질적인 성과보다는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한 방어적 메시지에 가깝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박승진 하나증권 연구원은 "테슬라가 저가형 전기차와 구체적인 자율주행 FSD 로드맵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며 "성장 가능성은 여전하지만 지금은 브랜드 리스크와 실적 부진이 겹쳐 있는 만큼 전략적인 대응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2월 테슬라의 유럽 판매량은 전년보다 44% 줄었고 미국 내 구매 의향도 1.8%로 떨어져 202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콕스오토모티브는 테슬라의 지난달 미국 판매량도 작년보다 10%가량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미국에서는 브랜드 충성도가 흔들리고 유럽에선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로 인한 소비자 이탈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제시카 콜드웰 에드먼즈 책임연구원은 "머스크의 정치적 이미지가 장기 보유자들에게 거리감을 느끼게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너리스크로 인한 브랜드 이미지 훼손이 유럽시장 부진의 핵심 원인"이라며 "최근 하루이틀 주가 반등은 반짝에 불과해 실적과 수요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어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달리 중국 1위 전기차업체 비야디(BYD)는 지난해 테슬라를 제치고 전 세계 전기차 업체 중 처음으로 연매출 1000억달러(146조7000억원)를 돌파해 시장을 놀라게 했습니다. 테슬라는 980억달러에 그쳤습니다.
해외 언론도 한국 투자자들의 테슬라 투자에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블룸버그는 "한국 투자자들은 미국 시장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른다"는 전문가 멘트를 전하며, 레버리지 ETF나 테슬라와 같은 고위험 종목에 베팅하는 성향을 지적했습니다. 부동산을 팔아 테슬라를 사거나 주식을 담보로 대출까지 받아 투자에 나서는 이른바 '빚투'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염승환 LS증권 이사는 "지금은 주가가 단기 반등한 상황이라 성급한 진입보다는 250달러 이하 구간에서 악재가 나올 때마다 분할 매수하는 전략이 유효할 수 있다"며 "하반기 신차 출시와 로보택시 공개 등 실제 성과를 확인하면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지난해 9월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4 오토살롱위크 테슬라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사이버트럭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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