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쇄신위, 출범 시기·인사 계획 없이 졸속 추진
부당대출·금품수수 비판 커지자 급조한 듯
2025-03-27 14:25:55 2025-03-27 19:02:51
 
[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882억원의 부당 대출이 적발된 기업은행(024110)이 쇄신위원회를 신설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적극 나서겠다 밝혔으나, 보여주기식 아니냐는 지적이 앞섭니다. 쇄신위 출범 시기는 물론 인사 방안, 구체적 실행 계획 등 명확한 플랜 하나 없이 졸속으로 추진한 탓입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내부통제 부실 재발 방지 대책이 일회성 선언이 아닌 은행에 완전히 뿌리내릴 수 있게 쇄신위를 신설한다고 전날 밝혔습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현장검사 결과 기업은행이 882억원 규모의 부당 대출을 취급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사고 기간은 2017년 6월부터 2024년 7월까지로 약 7년간 52건가량의 부당 대출을 취급했습니다.
 
금감원은 기업은행 전현직 임직원 부부와 동기, 친인척, 거래처에서 20여명이 연루됐으며, 관련자들이 대거 금품과 골프 접대 등을 받은 정황도 포착했습니다. 특히 기업은행이 이를 자체 조사에서 발견하고도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고 보고 사안을 더욱 엄중히 처리할 방침입니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지난 25일 브리핑에서 "여러 가지 기록 삭제 정황이나 관련자 간 대화를 봤을 때 은행 차원에서 조직적 은폐 정황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검사를 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자료를 확보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방해하거나 삭제하는 부분은 굉장히 심각한 법 위반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기업은행은 다음날인 26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즉각적으로 나섰습니다. 김성태 은행장도 주주총회에서 "반듯한 금융의 완전한 정착을 통해 고객 신뢰를 높이겠다"면서 "금융사기로부터 고객을 보호하는데 더욱 힘쓰게 내부통제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임직원 친인척 정보 DB구축을 통해 친인척을 통한 이해 상충 원천 차단, 모든 대출에 부당 대출 방지 확인서 취급 등 대책과 함께 이를 관리하는 쇄신위를 신설하는 내용의 'IBK 쇄신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취재 결과 기업은행 내부적으로 쇄신위 역할은 물론이고 신설 시기나 인적 구성 등에 있어 구체적 플랜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어느 업무에 배치시켜서 할지 등 아직 정확하게 아웃라인이 나온 건 없으나 전반적으로 심도 있게 다방면으로 논의하고 있다"며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운영한다는 게 주요한 내용"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때문에 부정적 여론을 인식한 급조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기업은행은 지난 2015년부터 이미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해 운영해왔는데도 7년간 이어진 부당 대출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이번 쇄신위도 결국 옥상옥에 지나지 않을 것이란 지적입니다. 
 
실제로 기업은행은 2015년 12월 내부통제위를 신설하고 지난해 7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라 내부통제위를 이사회 산하 위원회로 편입했습니다. 기업은행 내부통제위는 △내부통제 기본방침 및 전략 수립 △임직원의 직업윤리와 준법정신을 중시하는 조직문화의 정착방안 마련 △지배구조내부규범의 제정 및 개정 △내부통제규정의 제정 및 개정 △은행장과 임원 등이 관리조치와 보고를 적절하게 수행하는지 여부를 점검 및 평가하고 미흡한 사항에 대해서 개선 등 필요한 조치를 요구 등 역할을 수행합니다.
 
기업은행뿐만 아니라 4대 금융지주도 지난해 잇따라 금융사고가 발생했던 점을 고려해 내부통제위 신설에 급급한 모습입니다.
 
이들 지주들은 모두 주주총회를 통해 모두 내부통제위를 신설하겠다 밝혔습니다. 지난해 신한금융 자회사인 신한투자증권에서는 1300억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으며 우리금융 자회사인 우리은행 손태스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730억원 규모의 부당 대출이 드러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위원회를 신설한다고 해서 금융사고 재발 방지를 확신할 수는 없는 만큼 외부 인사를 통해 객관성을 확보하고 체계적으로 기능할 수 있게 계획을 제대로 마련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 보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횡령이나 부당 대출 등 금융사고는 매년 발생하지만 막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긴 하다"며 "내부통제위원회 신설 의미가 있을 수 있게 제대로 운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업은행이 부당 대출 등 금융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으로 쇄신위원회를 신설하겠다 했으나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사 건물.(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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