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제주항공(089590) 여객기 참사 원인을 밝히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사고기에는 보조전력장치(RIPS)가 없어 충돌 직전 4분간의 조종실 음성이 기록되지 않아 진상 규명에 난항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참사 이후 RIPS와 같은 항공기 백업 장치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사고기엔 없지만,
에어부산(298690) 화재 여객기에는 탑재된 장치가 있습니다. 바로 ‘램 에어 터빈(Ram Air Turbine·RAT)’입니다.
에어버스 A320 동체 하부에 ‘램 에어 터빈(Ram Air Turbine)’이 바깥에 나와 있는 모습. (사진=에비에이션매터스 홈페이지 캡처)
‘램 에어 터빈(RAT)’은 새떼 충돌 등으로 항공기 엔진이 모두 손실되는 비상 상황에서 조종사들이 이·착륙에 반드시 필요한 필수 장치에 전원을 공급하는 예비 전원 시스템입니다. 유럽 최대 항공기 제작사인 에어버스가 생산하는 대부분의 항공기에는 ‘RAT’가 탑재되어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에어버스 여객기를 주력으로 삼는
아시아나항공(020560)과 에어부산이 운용 중인 모든 에어버스 항공기에는 ‘RAT’가 전부 탑재되어 있습니다.
RAT 작동 방식은 ‘터빈’이라는 용어에서도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우선 조종사가 조종간에서 ‘RAT’ 버튼을 누르면 동체 하부 안쪽에 숨어있던 터빈(프로펠러)이 바깥으로 나와 회전하며 풍력을 발생시킵니다. 풍력으로 발생한 전력은 항공기 유압장치와 연결되어 있어 조종사가 이·착륙에 필요한 계기착륙시설(ILS) 등에 전력을 공급합니다. ILS는 항공기가 활주로에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도록 조종사의 착륙을 돕는 정밀 시스템입니다.
비상발전기 역할을 하기 때문에 보조전력장치인 RIPS와 헷갈릴 수 있지만, RIPS는 CVR에만 전력을 공급합니다. 제주항공 참사기는 보잉의 B737-800으로 RAT가 탑재되어 있지 않습니다. 기체역학에 따라 동력 공급 구조 원리가 달라 RAT가 없다고 합니다. 반면, 에어부산 화재 여객기 A321-200에는 RAT가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RAT가 달렸다고 더 안전하거나, 안 달렸다고 덜 안전하다는 단순 비교 어렵다고 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에어버스와 보잉의 여객기를 모두 몰아본 경험이 있는 국내 항공사의 한 기장은 “모든 엔진이 셧다운 되면 1차적으로 보조동력장치(APU)가 전원을 공급하게 되어 있다”면서 “이마저도 먹통일 경우게 RAT가 가동된다. B737-800은 기체역학에 따라 동력 공급 구조 원리가 달라 없는 것일 뿐 RAT를 탑재했다고 해서 더 안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습니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 항공경영학과 교수도 “항공기 제작사마다 기체역학에 근거해 설계 구조가 다른 것이기 때문에 RAT 탑재 유무로, 보다 더 안전한 항공기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면서 “다만, 승객 입장에서는 불안 요소를 하나라도 더 제거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겹겹이 두는 접근 방식은 바람직해 보인다”라고 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