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최근 면세 업황을 옥죄는 빗장들이 하나둘씩 풀리고 있지만 업계 분위기는 여전히 냉랭한 모습입니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인 '유커'의 귀환길이 열리는가 하면, 면세 주류 병수의 제한이 폐지되는 등 모처럼 시장을 진작시킬만한 호재들에도 불구하고, 면세 업체들의 체력이 너무 떨어져 있는 탓인데요.
이는 코로나19 종식 이후 면세업계가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는데 실패한데다, 유커의 전반적인 면세 소비 패턴 변화를 파악하지 못한 것이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입니다. 지금이라도 업계가 전략을 전면 재수정하고 정부의 규제 완화책을 최대한 활용해 반등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옵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20일 열린 민생경제점검회의를 통해 올해 3분기 중 전담여행사가 모집한 유커에 대해 한시 비자 면제를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정부는 국민 의견을 수렴한 후 이달 중 구체적인 시행 계획을 발표한다는 계획입니다.
정부는 지난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당시 올림픽과 패럴림픽 입장권을 소지한 중국인에 대해 제한적으로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 바 있지만, 단체관광객을 대상으로 비자 면제를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현재 중국 관광객은 제주도에서만 비자 없이 30일간 체류가 가능한 상태입니다.
면세주류의 병수 제한도 풀립니다. 정부는 지난달 21일 관세법 시행규칙을 개정하고 기존 2병으로 설정됐던 여행자 휴대 면세주류의 병수 제한을 폐지했습니다.
이에 따라 여행자는 2리터(ℓ) 용량 제한과 400달러 가격 한도를 지키면 병수와 관계없이 면세주류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면세 시장의 경우 워낙 장기 불황에 접어든 터라, 조금이라도 시장에 긍정적 시그널을 줄 수 있는 호재가 절실했던 상황"이라며 "유커 비자 면제, 주류 제한 폐지 등 조치는 확실히 경색됐던 면세 업계의 판매 숨통을 트이게 할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제도 손질에도 면세업계의 분위기가 반전될지는 미지수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특히 주요 업체들의 실적 흐름은 전반적으로 악화하고 있습니다. 호텔롯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호텔롯데 면세부문은 지난해 매출이 3조26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 상승했지만, 1432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습니다.
호텔신라가 운영하는 신라면세점도 지난해 영업손실이 697억원으로 2020년 이후 4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또 지난해 288억원의 적자를 본 현대면세점은 올해 7월 말까지 동대문점을 폐점하고, 무역센터점은 기존 8~10층 3개 층에서 8~9층 2개 층으로 축소 운영해 나간다는 방침을 밝혔는데요.
이 같은 업계 실적 저하는 고환율 추이 지속에 따른 판매 부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전 대비 압도적으로 줄어든 유커 수요, 전반적인 소비 둔화 추세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까닭입니다.
특히 외국 관광객의 소비 패턴 변화도 업계 침체에 한몫했다는 분석입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커를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들의 경우 과거에는 대규모 쇼핑을 목적으로 세웠지만, 최근 들어서는 K-팝, K-푸드 등 문화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 방문하고 있다"며 "업계가 최근 일련의 호재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시류를 감안해 중장기적인 판매 촉진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인천국제공항 면세 구역에서 여행객들이 오가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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