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윤석열정부는 시작부터 검찰과 모피아(재정·금융 관료 출신)의 공동정부였습니다. 카르텔의 폐해는 12·3 내란 사태 이후엔 더 극명해졌죠. 친윤(친윤석열)계 심우정 검찰총장은 내란수괴 석방을 지휘했고, 권한대행 자리에 앉은 엘리트 관료들은 헌법 위에 군림하며 특정 정치집단의 이익을 수호하는 데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들 선출되지 않은 기득권을 타파하지 않는 한, '진짜 민주주의'는 실현할 수 없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대통령에도 반기 드는 "기재부의 나라"
모피아는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막대한 권력을 쥐었습니다. 대기업·금융회사의 생사가 재정경제원(현 기획재정부) 고위직 몇 명의 결정에 따라 좌지우지됐는데요. 그즈음부터 공공기관은 물론이고 대형 금융사의 경영진 자리를 모피아가 꿰차는 사례가 점차 늘었습니다.
이들 고위 공무원은 선후배 간에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며 거대한 세력을 형성했습니다. 경기고 등 명문고를 거쳐 서울대를 졸업했고, 엘리트 의식을 공유했습니다. 퇴직 후엔 로펌, 대기업, 대형 금융사 등의 고위직으로 이직한 뒤 인맥을 통해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실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에서 4년여간 20억원의 고문료를 받은 인물입니다. 최상목 경제수석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인수위에 합류하기 직전까지, 대형 증권회사의 사외이사였습니다.
외국 투기자본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준 론스타 매각(2003년), 6조원대 투자자 손실을 초래한 DLF(파생결합펀드)·라임·옵티머스 사태 모두 '모피아가 금융감독을 무너뜨린 결과'입니다.
모피아는 법조계와 함께 기득권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어, 혁신에는 큰 관심이 없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사회정책상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때도, 예산을 조금 깎거나 늘리는 식으로 일합니다.
최악의 산불 피해에 대응한다던 이번 추가경정예산에서도 트라우마센터 확충, 산불 이재민 긴급복지 예산 등은 빠졌습니다. 기재부가 각 부처와의 협의 과정에서 복지·의료 분야 등의 예산을 포함하는 데 난색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예산을 독점하면서,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기도 합니다. 지난 코로나 팬데믹 시기,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의 삶이 무너지는 것을 막는 게 최우선"이라고 읍소했을 때도 기재부는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당시 정세균 총리가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고 일갈한 일화는 유명합니다.
결국 새 대통령이 정책을 지시해도, 실제 기획·실행하는 기재부가 "안된다"는 한마디면 방향이 바뀌는 겁니다. 이에 정권 초에 '기재부로부터 예산 기능을 떼어내는' 부처 개편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처럼 기재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나눠 운영하고, 기획예산처는 대통령실 또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윤석열씨가 지난 2022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수석비서관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권력과 한몸' 정치 검찰
검찰 개혁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검찰은 '하수인'을 자처하며 권력엔 면죄부를, 정적엔 보복기소를 남발했죠. 김건희씨의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명품가방 수수 의혹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사건도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여권 인사가 다수 연루된 '명태균 게이트'는 정권이 바뀐 후에야 제대로 된 수사 결과가 나올 전망입니다. 심우정 검찰총장 등 대검찰청 지휘부는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의 반발에도,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에 대해 즉시항고도 포기했습니다. 결국 윤석열 석방은 기존의 '날' 단위에서 '시간' 단위로 구속기간 산정 방식이 변경된 첫 사례로 기록됐습니다.
이재명 후보도 검찰 개혁에 명확한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민주당은 검찰을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으로 나눈 뒤, 기존 검찰총장은 공소만 담당하는 공소청장이 되고, 수사를 책임질 중대범죄수사청장직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또 수사 기관끼리 상호 견제하기 위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대폭 강화할 걸로 보입니다. 이 후보가 집권하면 공수처가 ‘내란 종식’ 수사의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난 2024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차관 취임식에서 심우정 법무부 차관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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