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두산에너빌리티가 항공엔진 국산화에 각축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기존 항공엔진의 선두주자인데, 두산에너빌리티가 개발에 속도를 내며 시장에 뛰어든 형국입니다. ‘전투기의 심장’인 항공엔진 국산화를 두고 두 회사가 양강 구도를 이룰지 관심이 쏠립니다.
한국형 전투기 KF-21에 탑재되는 F414 엔진 모형.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22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대한항공,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협력을 통해 항공엔진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대한항공과 5000~1만5000파운드힘(lbf)급 중대형 무인기용 엔진, 100~1000lbf급 소형 무인기용 엔진 개발을 협력합니다. KAI와는 지난해 12월 1만5000lbf급 유·무인기용 엔진, 1만lbf급 무인기용 엔진, 100~500lbf급 다목적 무인기용 소형 엔진 개발을 위한 협약을 맺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해 정관상 사업 목적에 ‘항공기 엔진 제작과 각종 엔진·추진체 보조 기기류 부분품 제작, 정비, 판매 및 서비스업’을 추가하며 항공엔진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항공엔진과 구조적으로 유사한 발전용 가스터빈 원천기술이 있고, 항공엔진 개발의 핵심이 되는 고온 부품 자체 개발 역량을 보유한 게 강점입니다.
먼저 항공엔진을 생산한 업체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입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내년부터 양산하는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의 엔진 F414-400K를 생산합니다. 다만 F414 엔진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으로부터 라이센스를 받아 생산하기 때문에 원천기술은 미국에 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누적 엔진 생산 1만대를 생산했을 정도로 풍부한 경험이 강점입니다. 1979년 공군 F-4를 시작으로 KF-5, KF-15, F-15K, T-50 등 전투기 엔진을 해외 면허생산 방식으로 공급해왔습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설계와 제조는 물론 유지·보수·정비(MRO) 등 통합 설루션 제공이 가능합니다. 지난해 10월에는 한국재료연구원과 항공용 가스터빈엔진 소재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R&D) 협력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전투기의 심장으로 불리는 항공엔진은 기술력의 집약체입니다. 수많은 부품이 1500도 이상의 고열을 견디며 수만 시간 작동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우크라이나·중국 등 6개국만 독자 기술을 보유 중일 정도로 진입 장벽이 높습니다.
업계에서는 항공엔진 개발 과제로 엔진 설계와 인력 확보를 꼽았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설계, 소재 모두 독자적으로 해 나가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개발 인력 확보”라며 “훌륭한 인재들이 모여야 개발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R&D 인력 채용을 이어가며 개발 역량을 높일 것”이라 전했습니다.
특히 항공엔진은 전투기 원가의 약 30%를 차지하고, 수출할 때는 엔진 개발국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항공엔진 국산화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23년부터 KF-21 전투기에 탑재할 항공엔진 국산화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2039년까지 3조3500억원을 투입해 KF-21에 탑재할 수 있는 1만6000lbf급의 항공엔진을 개발한다는 목표입니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기술적 난제들이 있지만, 정부의 지원과 함께 국내 기업들이 엔진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며 “독자적인 항공기 엔진 기술을 보유하게 되면 다양한 프로토타입 항공기 개발뿐만 아니라 해외 항공기 수출에서도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것”이라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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