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유·무선 네트워크와 시스템 통합 기업에서 이차전지 기업으로 변신 중인
광무(029480)가 지난해 이차전지 사업 부문에서 매출 0원을 기록했습니다. 이차전지 시장에 진출한 지 3년 만에 관련 매출이 전무한 것인데요. 전기차 시장의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현상 등 업황 악화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는 설명입니다. 창사 이래 첫 신사업인 만큼 향후 성과가 주목되는 가운데, 과거 엠아이팜제천 합병 당시 무자본 인수합병(M&A)의 형태를 띄었다는 지적이 다시금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전기차 캐즘 여파…작년 이차전지 매출 0원
(그래픽=뉴스토마토)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광무가 지난해 기록한 매출액은 총 65억원입니다. 전년(242억원) 대비 73% 감소했습니다. 영업손실도 2023년 26억원에서 47억원으로 80.5% 줄었습니다. 매출 급감의 원인으로 이차전지 사업 부진이 꼽힙니다. 작년 광무의 이차전지 소재 사업부문은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IT아웃소싱(ITO), 네트워크 통합(NI)·시스템 통합(SI) 등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던 광무는 지난 2022년 4월 이차전지 원료, 화학제품 제조 및 판매 기업 엠아이팜제천을 흡수합병한 뒤 이차전지 사업에 진출했습니다. 합병 직후부터 이차전지 전해액의 핵심 원료인 리튬염 공급 계약 소식이 이어졌습니다.
광무의 리튬염 공급 계약 대상 기업은
엔켐(348370)이었습니다. 엔켐은 이차전지 전해액을 전문 생산하는 기업인데요. 광무는 엔켐과 업무협약을 맺고 리튬염 관련 원자재 유통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섰습니다. 광무와 엔켐은 지분 관계로 연결고리가 형성됩니다. 오정강 엔켐 대표는 광무의 직전 최대주주이며 현재 2대주주인 아틀라스팔천의 최대주주입니다.
광무는 2022년에 엔켐을 비롯해 엔켐 아메리카, 엔켐 폴란드 등에 리튬염 공급계약을 체결했습니다. 2022년 기준 이차전지 소재 사업부문에서만 발생한 매출은 529억원으로 광무 전체 매출 782억원에서 68.9%를 담당했습니다. 2023년 이차전지 매출은 132억원으로 크게 줄었는데요. 여전히 전체 매출 242억원에서 이차전지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54%로 절반 이상을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이차전지 매출은 전무했습니다. 광무 측은 전기차 캐즘의 영향으로 전방 산업이 악화된 상황에서 무리하게 신사업을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메리츠증권과 엔켐 주식을 대상으로 맺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에서 큰 수익을 거둬 작년 당기순이익 1047억원을 기록해 사업에서의 부진을 만회한 것으로 보입니다.
광무 관계자는 "현재 배터리와 전기차 등 전방 산업의 침체로 캐즘이 3년째 이어지면서 소재 기업 등 후방 산업도 멈춰선 가운데, 광무는 리튬염 등 유통 사업을 지속할 경우 비싸게 사와서 싸게 팔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였었다"며 "광무 입장에선 이차전지가 아직 본업이 아니고 작년 TRS 상품에서 영업외수익이 발생해 현금이 여유로운 상황에서 신사업의 속도를 조절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엠아이팜제천 합병 과정서 무자본 M&A 의혹도
광무의 이차전지 사업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진출한 신사업인 만큼 큰 기대를 모았습니다. 불가피한 시장 상황으로 인해 신사업이 정상 궤도에 오르지 못하게 된 형국인데요. 일각에선 과거 엠아이팜제천 흡수합병 과정에서 불거진 무자본 M&A 지적이 재조명되며 캐즘을 고려하더라도 매출이 전무한 부분을 두고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당시 광무가 엠아이팜제천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사용한 105억원 중 100억원이 다시 광무에게로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지난 2021년 12월 광무는 아틀라스팔천을 대상으로 100억원 규모 3자배정 유증을 실시했습니다. 유증 직후 같은 달, 광무는 엠아이팜제천 3자배정 유증에 100억원을 납입하며 신주 200만주, 지분 98.04%를 취득했습니다. 당시 잔여 지분 4만주는 이상철씨가 보유했습니다.
엠아이팜제천을 설립한 사람은 다름 아닌 오정강 엔켐 대표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2018년 설립된 엠아이팜제천의 주소지는 충청북도 제천시 바이오밸리로로 엔켐과 같습니다. 오 대표는 2020년 3월까지 대표이사에 이름을 올렸는데요. 2020년 3월에 보유하고 있던 엠아이팜제천 지분을 매각하며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았습니다.
광무가 100억원 유증에 참여한지 2개월이 지난 2022년 2월, 광무는 엠아이팜제천의 흡수합병을 결정했습니다. 잔여 지분 4만주를 5억원에 추가 인수하며 100% 지분을 확보했습니다. 2022년 4월 흡수합병이 마무리 되면서 광무가 엠아이팜제천에 투입한 100억원이 고스란히 광무로 재유입된 셈입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무자본 M&A와 유사하다고 합리적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차전지 전방산업 자체가 많이 부진했기 때문에 매출이 무너질 여지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이차전지 사업 부문을 신설한 후 매출이 22년 538억원, 23년 132억원에서 작년에 갑자기 0원이 된다는 건 누가 봐도 이상한 흐름"이라고 밝혔습니다.
광무 관계자는 "작년부터 (전해액 원재료인) 첨가제 제조 등을 계획했지만 캐즘 현상이 생각보다 오래 가는 바람에 대부분 진행되지 못했다"며 "올해 캐즘이 어느 정도 정리돼서 전기차, 배터리 등 전방 산업부터 살아나야 광무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아틀라스팔천은 최근까지 광무 지분 14.18%를 보유하며 최대주주 자리를 유지했지만 이달
협진(138360)과 주식 양수도 계약이 완료되며 2대주주로 내려섰습니다. 현재 최대주주인 협진은 지난해 9월 120억원의 광무 유증에 참여해 지분 11.89%를 확보했는데요. 아틀라스팔천으로부터 지난 3일 광무 보통주 232만5581주를 50억원에 사들이며 16.1%의 지분을 보유 중입니다. 아틀라스팔천이 보유 중인 지분은 9.9%입니다.
광무는 지난해 이차전지 사업 부문에서 매출 0원을 기록했다. 전기차 시장의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현상 등 업황 악화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는 설명이다. (사진=광무)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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