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부동산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수주 급감으로 건설사들의 일감이 말라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기에 악성 미분양이 11년 5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며 자금 경색과 신용도 저하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24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월간 건설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해 2월 건설 수주액은 11조3000억원으로 동월 기준 6년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집계됐습니다. 특히 공공 수주는 2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28.3% 감소했습니다. 건설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조기 대선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발주처로부터 주문 자체가 감소한 것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지식산업센터와 상업용 부동산 등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한 시행사들로 개발사업 자체가 줄어들었습니다.
공사비는 계속 오르면서 수익성 문제로 건설사들이 주택 수주를 꺼리고 있는데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산출하는 건설공사비지수는 2020년 100에서 올해 2월 기준 131.04로 집계됐습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0.76%가 올랐습니다.무리한 사업 확장보다는 수익성이 보장되는 핵심 사업지 위주로 선별 수주 기조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올해 1~3월(1분기)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 가운데 3곳이 마수걸이 수주를 기록하지 못했는데요. 특히 지방 사업 비중이 높은 중견 건설사는 수주 기반이 더 악화한 데다 금융조달 여건도 취약한 상황입니다. 유동성이 부실해지면서 업계에서는 건설사들의 신용위험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건설 경기 부진 장기화로 건설사들은 빚 차환 등을 목적으로 공모채권을 발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올해 현대건설, SK에코플랜트, 포스코이앤씨 등이 차환목적으로 채권을 찍었습니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건설업계 회사채는 2조7073억원으로 회사채 만기 시 회사채를 차환 발행하거나 내부 유보금 등으로 현금 차환을 해야 합니다.
대구 중구에서 바라본 대구 도심 아파트. (사진=뉴시스)
미분양 지속 증가…건설공제조합 재정도 '빨간불'
한편 정부의 대책에도 전국 악성 미분양은 지속해서 증가하며 11년5개월 만에 최대치를 나타냈습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준공 후 미분양은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전국 2만3722가구로 전년 동기(1만1867가구) 대비 99.9%(1만1855가구) 증가했습니다. 전월과 비교하면 6.1% 늘었는데 이는 2013년 9월(2만4667가구) 이후 11년 5개월 만에 최대 규모입니다.
전국 악성 미분양의 80.8%는 지방(1만9179가구)에서 나왔습니다. 지역별로는 대구가 3067가구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북(2502가구), 경남(2459가구), 전남(2401가구), 부산(2261가구), 제주(1658가구), 충남(1157가구) 등의 순으로 집계됐습니다. 수도권에서는 경기 2212가구, 인천 1679가구, 서울 652가구로 나타났습니다.
악성 미분양 증가는 건설사의 자금 회수에 차질을 빚어 건설사의 도산 가능성을 높이는데요. 올해 들어 자금난을 버티지 못하고 지방 대표 건설사인 대저건설, 제일건설, 대흥건설 등이 기업 회생을 신청했습니다. 법정관리를 신청한 건설사는 올해 4월까지 11곳으로 지난해(15곳) 수준을 웃돌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분양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한국토지공사(LH)를 통해 올해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3000가구를 매입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지방 건설경기 활성화 대책을 내놓았지만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건설 경기 악화로 문을 닫거나 경영난을 겪는 건설사가 늘면서 건설사에 보증을 제공하는 건설공제조합의 재정에도 심각한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건설공제조합은 건설사 부도로 협력사나 하도급사가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면 이를 대신 갚아주고 추후 회수하는데요.
건설공제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공제조합의 대위변제액은 2218억원으로 전년(1831억원) 대비 21.1% 늘었습니다. 이에 조합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31억원으로 전년(826억)보다 72.0% 감소했습니다.
그러나 건설 경기 침체 장기화로 문을 닫는 건설사는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국토부 건설산업종합정보망(KISCON)에 따르면 국내 종합건설사 연간 부도 건수는 2022년 5곳에서 2023년 9곳, 2024년 12곳 등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25곳이 지방에 기반을 둔 건설사였습니다.
시공능력평가 100위권 안팎의 중견사들이 줄줄이 법정 관리에 들어가며 ‘4월 위기설’이 돌던 건설업계에 최근 ‘7월 위기설’이 힘을 받고 있습니다. 미분양 적체, 고환율과 공사비 상승 등 악재에 더해 오는 7월 DSR 3단계가 시행되면 대출 한도 감소로 실수요자들의 구매 여력이 떨어지고 전국 미분양 주택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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