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초청으로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30일 재계 총수들과 릴레이 면담을 진행했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막후 실세’로 평가받는 트럼프 주니어와 총수들의 만남은 취재진의 눈을 피해 극도의 보안을 유지한 가운데 성사됐습니다.
트럼프 주니어와의 면담을 마친 뒤 인근 커피숍서 포착된 김동원 사장(왼쪽)과 김동선 부사장(오른쪽) (사진=연합뉴스)
이번 면담에서 가장 눈에 띈 총수는 재계 7위 한화그룹 3형제였습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동선 한화갤러리아·호텔앤드리조트 미래비전총괄 부사장은 오전 8시쯤 트럼프 주니어가 묵고 있는 조선 팰리스 강남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면담 이후 8시45분쯤에는 호텔 이스트동에 있는 한 커피숍에서 커피를 포장하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현재 경영 승계 중인 한화그룹의 3형제가 한 곳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됩니다.
이 중 장남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오후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찾은 존 펠란 미 해군성 장관을 만나기 위해 현지로 곧장 이동했습니다.
이후에는 최근 이사회로 복귀한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의장이 트럼프 주니어와 약 1시간가량의 면담을 진행했습니다. 이 의장은 면담에서 인공지능(AI)과 글로벌 진출 방안 등을 논의했습니다. 네이버 관계자는 “AI, 테크, 글로벌 진출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고 상호 협력에 대한 긍정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했습니다.
또한 허용수 GS에너지 사장, 양종희 KB 회장 등도 트럼프 주니어와 면담을 진행했고, 오후에는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부사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의 발걸음이 이어졌습니다.
신 부사장은 한국경제인협회의 인도네시아 사절단에 아버지인 신동빈 회장과 함께 참여한 뒤 이날 오전 귀국해 곧바로 트럼프 주니어와 면담했습니다. 신 부사장은 미국에 진출한 석유화학·바이오 등 사업 부문 전반에 대한 협력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관측됩니다. 롯데그룹의 롯데케미칼은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클스 지역에 초대형 석유화학 단지를 가동 중입니다. 또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22년 뉴욕주 시러큐스시에 있는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공장도 인수한 바 있습니다.
이재현 회장도 미국 내 사업 협력 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CJ그룹은 최근 몇 년간 미국 현지에 투자를 이어오며 북미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CJ제일제당은 2019년 미국 식품업체 슈완스를 인수해 현재까지 20여곳의 미국 식품 생산기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약 7000억원을 투입해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수폴스에 ‘북미 아시안 푸드 신공장’을 착공했습니다.
이 밖에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 구자은 LS 회장 등도 트럼프 주니어와 회동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호텔 지하 4층 비상 출입구가 '공사중' 이란 팻말과 함께 굳게 잠겨있다. (사진=배덕훈 기자)
이번 트럼프 주니어와 재계 총수와의 릴레이 면담은 극도의 보안을 유지한 채 진행됐습니다. 면담 시간은 30분에서 1시간 사이로 관계자 외 접근이 차단된 호텔 내 별도의 보안 구역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총수의 동선 자체도 극도의 보안을 유지한 채 진행됐습니다. 취재진은 메인 로비 입구인 지하 1층과 지하 3층에 출입구에 이른 오전부터 대기하고 있었지만, 얼굴을 마주친 총수는 없었습니다. 총수들은 지하 4층의 통로를 이용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하 4층은 ‘공교롭게도’ 전날 밤 22시부터 도장 보수 중이란 팻말과 함께 비상구를 포함한 출입이 전면 폐쇄된 상태였습니다.
한편, 트럼프 주니어는 이날 재계 총수들과의 모든 면담 일정을 소화하고 밤늦게 출국할 예정입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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