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증권사 전산장애, 투자자 보호 방안 찾아야
2025-05-07 15:32:23 2025-05-07 15:47:07
올해 들어 증권사 전산사고가 유독 잦다. 대체거래소(ATS) 등장으로 전산사고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거나 주식투자인구가 늘면서 오류도 자연스레 늘고 있다는 여러 분석이 나온다. 증권사 전산사고의 정확한 원인과 배경, 그리고 보상 방안까지 모두 안갯속이다. 모객을 하는 이벤트는 증권사 홈페이지 상단이나 중앙에 배치되거나 팝업창으로 게시돼, 눈에 잘 띈다. 반면 전산사고를 포함한 금융사고에 대한 회사의 보상 기준이나 대응 매뉴얼은 여러 경로를 타고 들어가야 겨우 찾아볼 수 있다. 모객에만 열 올리고, 사고에 대한 책임은 외면하는 증권사의 이중적인 면모가 불편하기만 하다. 
 
금융당국 차원의 전산사고 보상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다보니 각개전투가 벌어진다. '증거 화면'을 확보하는 것에서 나아가 금융감독원에 관련 증거들을 첨부파일로 갖춰 민원을 신청한 뒤 증권사와 개별 연락을 취하는 것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전해져오는 전산장애 대응 매뉴얼이다. 공식적인 발표나 공지 없이, 증권사와 개별 연락을 통해 보상이 진행되는 관계로, 개인별 보상 편차도 큰 것으로 전해진다. 단체 소송이라는 방법도 있지만 이렇다 할 실익도 없다. '슈퍼개미' 투자자 면 모를까, 수십만원, 수백만원 정도의 손실을 보상받기 위해 시간과 돈을 써가며 증권사와 싸울 여유가 있는 개인투자자가 몇이나 될까 싶다. 
 
감독기관인 금감원은 제 할 일을 하고 있는 걸까. 전산장애가 발생하면 금감원은 통상적인 업무로 현황 파악을 하고, 이후 문제가 있으면 현장 검사를 나간다. 소비자 경보는 2021년 이후 전무하다. 당시 금감원은 증권사 전산장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주문 기록 등의 증거를 남길 것을 조언했다. 이외에도 전산장애 피해 예방을 위해 평소 거래하는 증권사의 주 거래 수단 외에 대체수단을 미리 확인하라고 안내했다. 장애 발생 시 거래 증권사 지점 또는 고객센터를 방문하거나 유선으로 대체 주문을 하라는 팁을 제공했다. 지점이 전무한 온라인 기반 증권사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고, 대다수 금융회사 및 증권사들이 지점을 축소하는 현재 환경과 매우 동떨어진 것 같다. 비대면 거래가 자리 잡은 현 상황에 맞는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
 
금감원 홈페이지의 민원 신청 창에서도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 시스템(MTS) 전산장애'를 찾기란 어렵다. 민원정보 입력 단계에서 금융회사 가운데 증권 카테고리는 없다. 증권은 '기타'에 속한다. '세부 민원 유형' 단계에서 △임의매매 △매매주문 △부당권유 △HTS(Home Trading System·홈트레이딩시스템) 장애 등이 있을 뿐 별도의 MTS 장애 카테고리도 없다. HTS와 MTS 모두 주식 거래를 돕기 위한 시스템이지만 사용 환경과 기능 등이 상이해, 이를 별개로 분류·접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증권사 스스로 IT 서비스 역량을 제고해야 한다. 다만 정부 차원에서도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2023년 '금융 IT 안정성 강화를 위한 가이드라인'은 마련됐지만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장치는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21년 발의됐으나 임기 만료로 폐기된 '전자금융거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참고해 볼 만하다. 이 법안은 금융위원회가 손해 입증 및 배상 절차 등에 관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으로써 표준 지침을 마련하고, 금융회사나 전자금융업자가 개별 지침을 마련해 공시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전산장애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불가피하게 사고가 일어나더라도 명확한 기준과 법률에 근거해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이보라 증권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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