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정문헌 종로구청장 "3월부터 북촌 '관광시간' 제한…주민들이 쾌적해져야"
올해 3월 북촌 특별관리지역 지정…출입시간 어기면 과태료 10만원
"올 7월부터 '버스 드롭존' 계도 시행…관광객 걸어다녀야 상권 살아"
"대중교통 공공재화 위해 버스요금 지원…목조건물 건설, CO₂ 줄여"
2025-05-14 06:00:00 2025-05-14 06:00:00
[뉴스토마토 신태현·차종관 기자] "북촌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하니까 북촌 주민들이 굉장히 좋아하세요. 물론 불만을 가진 상인들도 있지만, 이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도 이젠 좀 쾌적하게 사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정문헌 종로구청장은 지난 3월 가회동과 삼청동의 북촌 일대를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북촌을 찾는 관광객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출입할 수 있습니다. 이를 어기면 1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됩니다.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으로 인한 주민들의 고통과 그에 따른 거주지 이탈을 막기 위해 결단을 내린 겁니다. 정 구청장은 관광 수익을 일정 부분 포기할 수밖에 없었지만 거주민의 삶의 질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합니다. 
 
정 구청장은 지난 8일 구청 집무실에서 진행한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도 "북촌 특별관리지역 지정에 대한 상인들의 불만은 어쩔 수 없다지만, 불편을 겪는 주민들과의 균형을 잡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정 구청장은 인터뷰를 하면서 종로구 관내도가 그려진 패널을 등지고 있었습니다. 패널엔 종로구 정비·재개발의 계획·현황이 빼곡히 적혀 있었습니다. 주민들의 거주·주거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정 구청장의 정책 기조가 엿보이는 지점이었습니다. 
 
정문헌 종로구청장이 8일 서울 종로구청 집무실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다음은 정 구청장과의 일문일답입니다. 
 
북촌 특별관리지역 지정에 대한 반응은 어떻습니까. 
 
거주하는 주민들이 굉장히 좋아해요. 물론 상인들은 불만이 좀 있는 것 같아요. 소송도 제기한 것 같더라고요. 저희가 모든 주민과 상인들의 이해관계를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과거 관광객이 너무 많이 몰려들어서) 상인들이 좋아할 때는 반대로 주민들에게 불만이 많았잖습니까. 그러니까 불편을 겪는 주민과 상인들의 균형을 잡아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상인들의 불만이 나오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좀 있어요. 그래도 이젠 주민들도 좀 살아야죠. 
 
북촌 특별관리지역의 효과는 무엇입니까. 
 
한옥은 방음이 안 돼서 소음에 취약하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외부에서 소리가 나면 거주하는 사람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더 시끄럽다고 느끼게 됩니다. 관광객이 붐비기 전에 북촌은 원래 조용한 동네였는데 말이죠. 그러니까 저희는 북촌 특별관리지역이 효과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7월부터 버스 드롭존(제한 구역 내 관광버스 통행 제한) 계도 기간을 시행하거든요. 버스 드롭존은 관광객이 걸어 다니면서 관광을 해야 상권이 산다는 논리가 (전제로) 깔려 있습니다. 이게 오히려 상인들한테는 도움이 될 거예요. 
 
북촌 특별관리지역 조치 사항. (그래픽=종로구)
 
'어르신 돌봄카'와 어린이·청소년·청년·노인 버스 교통비 지원 등 교통정책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종로구 구도심에는 마을버스도 못 들어가고 택시를 불러도 안 들어오는 동네들이 있어요. 그런 특수성이 있는 동네 어르신들도 다니실 수 있도록 어르신 돌봄카를 운영하는 겁니다. 버스요금 지원의 경우엔 복지로 생각하고 접근하는 게 아닙니다. 대중교통을 공공재처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우리부터 대중교통의 공공재화를 염두에 두고 지원을 해나가면 남들도 할 거라는 거죠. 다만 공공재라면 모든 연령대를 다 지원해야 하는데, 지금 구청에 재원 조달이 안 돼서 40대 등 중년층은 지원 대상에서 빠져 있습니다. 앞으로 해결해 나가겠습니다. 
 
목재 건축을 활성화하려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유럽·미국·일본에 비해 우리나라는 목조건물에서 뒤떨어져 있어요. 목조건물 건설은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인다고 합니다. 영국의 경우 자국산 목재를 쓰면 탄소 교환권을 인정을 해줘요. 목재의 강도는 철근 콘크리트보다 3배 정도 세다고 합니다. 영국이나 일본은 목조건물을 지을 때 내연성까지 다 보강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나무가 있어야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잖아요. 목조건물 짓겠다고 나무를 베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나무 수명이 70~80년쯤 되면 이산화탄소를 덜 빨아들이고 산소 배출도 줄어듭니다. 고령화된 나무를 베서 목조건물로 쓰고 새 나무를 심으면 됩니다. 이론상으로는 그렇게 돌아가는 사이클인 거예요. 
 
소공인 복합지원센터, 귀금속 산업 정책에 대해서도 설명 부탁드립니다. 
 
2023년 종로구가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의류제조 소공인 집적지구'로 지정됐어요. 다른 지방자치단체는 그거 선정되는 거에 3수도 하고 4수도 한다고 하는데, 종로구는 한번에 된 겁니다. 정부로부터 30억원의 사업비를 받아서 지난 1월 소공인 복합지원센터를 세웠습니다. 봉제 디자인·제품 개발, 전시·판매까지 원스톱으로 지원이 가능한 센터입니다. 그리고 종로구의 귀금속 업체들을 내년부터 이탈리아에서 하는 B2B, B2C 비즈니스 행사에 나가도록 도와주는 중입니다. 사실 귀금속 산업은 고부가가치 산업입니다. 중앙정부가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줘야 되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해요. 종로구의 귀금속 업체들이 티파니나 까르띠에 등 '탑 브랜드'까지는 못 가지만 그 바로 밑까지는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문헌 종로구청장이 8일 서울 종로구청 집무실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올해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한 종로 비상벨은 어떤 사업입니까. 
 
비가 왔을 때 반지하 주택이 일정 높이로 물에 잠기게 되면 자동으로 종로구 소방대원들이 호출하는 시스템입니다. 집값이 떨어진다는 집주인의 반대 때문에 물막이 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반지하 주택에 유용합니다. 종로 비상벨 사업을 할 수 있어서 종로소방서장과 직원들에게 너무 감사합니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이런 정책을 하고 싶은 데가 많은데, 소방서에선 일이 늘어날까 봐 잘 협조를 안 하려고 합니다. 종로구의 경우 소방서가 협조를 잘해준 겁니다. 
 
마지막으로 구정 철학인 '종로 모던'에 대해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종로 모던은 '세계의 본보기가 되는 우리식 고도 현대화의 구현'입니다. 종로구 전체를 고도화시키자는 건데요. 1분 전에 나온 것이든 1000년 전에 나온 것이든 (고도화하는 데) 가장 좋은 지식이나 기술을 실생활에 적용하자는 겁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차종관 기자 chajonggw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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