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숨소리)못~찾겠다 꾀꼬리…아니! 찾았다 꾀꼬리!
2025-05-19 11:17:11 2025-05-19 15:05:59
둥지 위로 꾀꼬리 암수가 먹이를 잡아 나르고 있다. 어린 새들은 저마다 먹이를 달라고 아우성이다.
 
꾀꼬리는 생김새와 울음소리 모두 단연 돋보이는 새입니다. 햇빛을 머금은 듯한 노란색 몸, 분홍색 부리, 검정색 선이 눈을 가로질러 뒷머리까지 이어지는 꾀꼬리의 우아한 자태는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꾀꼬리의 영어 이름 '오리올(Oriole)'과 속명 '오리올루스(Oriolus)'는 황금빛을 뜻하는 라틴어 '아우레올루스(Aureolus)'에서 왔을 정도입니다. 게다가 맑고 청아한 울음소리가 더해져, "오리오리올~" 하고 노래하는 듯 들립니다. 그 선명한 외형과 청명한 울음소리는 초여름 숲에서 특별한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하지만 노오랗게 빛나는 꾀꼬리의 모습은 목소리만 들려올 뿐 찾기는 어렵습니다. 마치 조용필의 노래제목 '못 찾겠다 꾀꼬리'처럼요. 꾀꼬리는 높은 나뭇가지 사이를 빠르게 오가며 생활하기 때문이지요. 이런 까닭에서인지 어린이들의 숨바꼭질 놀이에서도 도저히 숨은 사람을 찾을 수 없을 때, 어린이들은 마지막 순간 이렇게 외치곤 합니다. "못~찾겠다, 꾀꼬리!" 
 
숲속 어딘가에 있으면서도 눈에 잘 띄지 않는 꾀꼬리는 한반도에서는 예로부터 '곳고리', '굇고리', '곳골'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릴 만큼 친숙하고 옛 이야기 곳곳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고구려 유리왕은 사랑하는 치히(雉姬)가 떠난 뒤 깊은 상실감에 잠겼는데, 어느 날 한 쌍의 꾀꼬리를 보고 이러한 시를 지어 남겼습니다. 
 
<못 찾겠다 꾀꼬리>라는 노래처럼, 꾀꼬리는 숨바꼭질을 잘하기로도 유명하다. 꾀꼬리는 나뭇잎이 무성하고 나무 높은 곳을 오가며 생활한다. 
 
"펄펄 나는 꾀꼬리는 암수가 정다운데 외로운 이 내 몸은 뉘와 함께 돌아갈까(翩翩黃鳥 雌雄相依 念我之獨 誰其與歸)" 바로 『삼국사기』의 '황조가(黃鳥歌)'입니다. 또한 작자 미상의 고려가요 '동동(動動)'에서는 '곳고리새'라는 이름으로 꾀꼬리가 등장하는데, 봄과 함께 돌아온 꾀꼬리와 달리 돌아오지 않는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노래합니다. 
 
5월, 참나무 숲의 연둣빛 잎들이 짙은 녹음을 만들기 시작할 무렵, 꾀꼬리를 만날 수 있습니다. 6월까지 꾀꼬리들은 짝을 찾기 위해 가장 열정적으로 노래합니다. 짝을 만나면, 나뭇가지 끝에 둥근 그릇 모양의 둥지를 짓고 알을 품습니다. 알이 부화하는 즈음부터는 노랫소리가 점차 잦아들고, 잎이 우거진 숲은 포식자를 피해 어린 새를 돌볼 수 있는 보금자리가 됩니다. 그래서 일까요? 실제로, 이때는 정말로 '못 찾겠다 꾀꼬리'가 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여름이 막 시작되는 숲속, 꾀꼬리의 노래는 햇살처럼 퍼져 나갑니다. 그 소리는 자연이 들려주는 한 편의 시요, 아름다운 멜로디입니다. 그 황금빛 소리는 우리의 귓가를 맴돌며 숲의 숨결처럼 속삭입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구든 숲으로 떠나보면 어떨까요? 올해는 이렇게 말할 수 있도록이요. '못~찾겠다 꾀꼬리… 아니! 찾았다 꾀꼬리!"
 
글·사진= 김용재 생태칼럼리스트 K-wil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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