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김태은 기자]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여파에 세계 경제가 긴장하고 있습니다. 이번 강등은 어느 정도 예고돼 있었던 만큼 글로벌 금융시장의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도 단기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는 전망입니다. 특히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부채로 인한 국가신용등급 하락까지 겹치면서 지난달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셀 아메리카'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국내 금융시장 역시 예상된 조치에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무디스발 충격파에 촉각이 곤두선 모습입니다. 정부는 금융·외환시장의 단기 변동성 확대에 예의주시한다는 방침입니다.
시장 충격 '제한적'에도…단기 '후폭풍' 불가피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무디스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후 뉴욕 증시의 3대 지수 선물과 아시아 주요 증시는 낙폭이 1% 내외를 넘지 않았지만, 변동성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무디스의 이번 결정이 트럼프 행정부 관세 정책으로 출렁였던 미국 자산시장에서 '셀 아메리카' 움직임을 가속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무디스는 지난 16일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1'으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습니다. 무디스의 강등은 1917년 이래 108년 만으로, 지난 2011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2023년 피치에 이어 세 번째입니다. 이에 따라 세계 최강국 미국은 3대 평가사 모두로부터 'AAA' 등급을 잃게 되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무디스는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배경에 대해 "지난 10여년간 미국 연방정부 부채가 지속적인 재정 적자로 급격히 증가했다"며 "이 기간 연방 재정지출은 늘어난 반면 감세정책으로 재정 수입은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국가부채 증가를 핵심 요인으로 꼽은 것입니다. 다만 무디스는 "세계 기축통화로서 미국 달러화의 지위는 국가에 상당한 신용 지원을 제공한다"며 등급 전망은 '안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당분간 추가로 신용등급을 떨어뜨릴 가능성은 작다는 의미입니다.
시장에서는 무디스의 강등이 어느 정도 예고된 만큼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칠 충격은 제한될 것으로 내다봅니다. 앞서 무디스는 2023년 11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하면서 등급 하향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습니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그룹 고문은 "무디스의 미국 신용등급 하향 조치는 역사적인 사건이고 언론의 주목을 받겠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시장은 막대한 부채 증가와 이자 부담 확대로 100년 넘게 이어지던 미국 금융시장의 절대적 위상에 금이 간 만큼, 변동성 확대를 경계합니다. 과거 S&P, 피치의 등급 강등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은 큰 혼란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실제 2011년 S&P가 미국 신용등급을 처음으로 내렸을 때 금융시장은 극심한 충격에 빠져 미국 S&P500 지수는 하루 만에 6.7% 급락했고 국채가격과 달러화는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강세를 보였습니다. 2023년 8월 피치가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했을 때도 미국 주가는 1.4% 하락했고 국채금리·달러화는 강세를 보이면서 혼란을 겪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무디스발 충격파에 '코스피↓·환율 ↑'…금융시장 '촉각'
국내 금융시장 역시 과거 두 차례 학습효과에 따라 시장의 영향은 제한적으로 내다보면서도 단기 변동성 확대를 우려합니다. 당시 국내에서도 코스피지수는 급락한 반면, 원·달러 환율은 급등하는 등 전형적인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난 바 있기 때문입니다. 이날 국내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는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여파에 장중 2600선이 붕괴되는 등 약세를 보였습니다. 원·달러 환율도 위험회피 심리가 확산되면서 1390원 후반대에 머물며 다시 1400원대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2011년, 2023년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사례를 고려하면 예정된 수순으로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이번 강등으로 미국 자산에 대한 신뢰도에 의문을 보일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정부도 무디스의 강등은 다른 신용평가사와 뒤늦게 수준을 맞춘 조처라고 평가하면서도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입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무디스의 미국 신용등급 하향 조정에 따른 시장 영향을 점검하기 위해 윤인대 차관보 주재로 한국은행 등이 참여한 관계기관 시장상황 점검회의(컨퍼런스콜)를 열고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도 이번 강등이 미국 관세 협상 등 기존 대외 불확실성과 함께 단기적으로 금융·외환 시장의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 관계기관 간 긴밀한 공조 체계를 바탕으로 국내외 금융·외환시장 동향을 면밀히 점검해 나간다는 방침입니다.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창용 한은총재와 조찬간담회를 개최하고 "주요국과 미국 간 관세 협상, 무디스의 미국 국가신용등급 하향 조정에 따른 미국 경제 동향 등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금융·외환시장 상황을 면밀히 점검·대응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조 연구원은 "미국 경제에서 가장 큰 리스크는 트럼프 대통령 정책 자체다. 관세, 감세 정책 두 가지가 가장 큰 요인"이라면서 "올해 미국 경제는 연간 성장률이 1% 이상은 안 될 것으로 보이며, 세계 경제의 리스크 또한 미국과 주요국의 관세 협의가 어느 정도 될지가 관건"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무디스의 이번 결정으로 미국의 재정적자라는 만성적 리스크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며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부채가 상당히 늘면서 성장 자체가 과거처럼 성장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미국 경제의 성장 자체는 굉장히 둔화 흐름을 보일 것이고, 한국 역시 무디스의 강등 영향이 직접적으로 크진 않는데 관세 협상에 영향을 받을 수 있어 변수가 큰 상황"이라고 꼬집었습니다.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김태은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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