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경기 둔화 신호…정부도 '잿빛' 전망
기재부, 그린북 5월호에 '수출 둔화' 첫 공식화
"관세 영향 나타나…연간 성장률 하향 불가피"
2025-05-16 15:37:03 2025-05-16 16:00:41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내수 부진·수출 둔화 이중고에 우리 경제를 바라보는 정부 시각도 한층 어두워졌습니다. 정부는 5개월 연속 '경기 하방 압력이 증가하고 있다'는 진단을 이어가며 처음으로 '수출 둔화'를 공식화했습니다. 커지는 경기 하방 압력에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도 기존 전망치보다 낮아질 것을 시사했습니다. 이미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올해 한국 성장률을 0%대까지 끌어내린 상황에서 정부의 성장률 하향 조정도 예고된 수순이라는 평가입니다. 국내외 주요 기관을 비롯해 정부마저 잿빛 전망을 이어가면서 하반기 한국 경제의 험로가 예상됩니다.
 
5개월 연속 '경기 하방 압력 증가' 평가
 
기획재정부는 16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5월호'를 펴내고 "최근 우리 경제는 소비·건설투자 등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취약 부문 중심 고용 애로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관세 부과에 따른 대외 여건 악화로 수출 둔화 등 경기 하방 압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5개월 연속 '경기 하방 압력 증가' 진단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그린북에서 눈에 띄는 것은 처음으로 '수출 둔화'라는 표현이 추가됐다는 점입니다. 기재부는 올 3월호에서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며 처음으로 수출 부진을 언급했는데, 두 달 만에 '증가세'를 삭제하고 '둔화'로 표현을 바꿨습니다. 그만큼 수출 부문에 대해서는 한층 더 비관적으로 평가가 바뀌었다는 의미입니다. 조성중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지난 4월 수출 실적 등을 반영해 수출 둔화를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지난 4월 전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3.7% 증가했으나,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0.7% 줄었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미국의 관세 부과 여파로 대미 수출이 4월 6.8% 급감하며 전반적인 수출 부진을 이끌었습니다. 품목별로는 자동차(-20.7%)와 철강(-11.6%) 등에서 하락 폭이 컸습니다. 조 과장은 "4월 하루 평균 수출이 감소하고 그 와중에 대미 수출은 많이 감소했다"며 "우려했던 것보다는 선방했다고 보지만 관세 영향은 이미 나타났다고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내수 지표도 부진했습니다. 지난 3월 산업활동 지표를 보면 전산업생산은 전달보다 0.9% 증가하며 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불확실한 대내외 여건 탓에 매월 등락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소매 판매는 0.3%,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는 각각 0.9%, 2.7% 감소했습니다. 소비자심리와 기업 심리지수도 소폭 개선됐지만, 여전히 기준치(100)에 미달하는 수준이었습니다. 4월 소비자심리지수(CSI)는 93.8, 전산업 기업경기실사지수(CBSI)는 87.9로 소비자·기업 모두 경기 상황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내수 부진·수출 둔화 '이중고'에 성장률 전망치 '뚝↓'
 
향후 여건도 녹록지 않습니다. 일단 수출 둔화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미 이달 1~10일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8%나 줄었습니다. 이달 초 황금연휴로 조업일수가 줄어든 영향이 컸지만,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 역시 1.0% 감소했습니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경제 버팀목인 수출마저 꺾이면서 한국 경제가 이중고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진 것입니다. 
 
때문에 정부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기존 전망치(1.8%)보다 낮아질 것을 예고했습니다. 조 과장은 "하방 압력이 계속되는 만큼, 연간 성장률은 당초 정부 전망보다는 낮은 수준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앞서 기재부는 올해 초 경제정책 방향에서 올해 한국 경제가 1.8%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습니다. 
 
이미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0%대까지 끌어내린 상황입니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2일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0.8%까지 끌어내렸습니다. 국내 주요 기관 중에선 처음으로 0%대를 제시한 것으로, 석 달 만에 기존 1.6%에서 절반 수준으로 낮췄습니다. 이에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1.0%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주요 해외 투자은행(IB)들 역시 JP모건 0.5%, 씨티 0.6%, 골드만삭스와 홍콩상하이은행(HSBC) 0.7% 등 줄줄이 0%대로 낮췄습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국내 기관은 물론, 글로벌 기관들도 큰 폭의 전망치 하향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정부와 한은 역시 대폭 하향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관세 협상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더 내려갈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여전히 전망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으로, 향후 통화·재정 정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재부는 "미국 관세 부과에 따른 우리 기업 피해 지원, 산업경쟁력 강화 등을 위한 13조8000억원 규모 필수 추가경정예산을 신속 집행하는 등 통상 리스크 대응에 총력을 다하는 가운데 일자리·건설·소상공인 지원 등 민생경제 회복 지속·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조성중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이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5년 5월 최근 경제동향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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