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올해 1분기 나라살림이 61조3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3월 누계 기준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로, 13조8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 요인까지 반영할 경우 역대 최고치에 육박할 전망입니다. 정부의 조기 재정 집행 등으로 상반기 적자가 일시적으로 확대되는 통상적인 흐름을 고려하더라도 이 같은 수치는 재정건전성에 빨간불이 계속 켜져있다는 의미입니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표심을 자극하는 6·3 대선후보들의 공약들이 쏟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주요 후보들의 공약들이 각종 공제, 수당 확대, 감세 정책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마땅한 재원 마련 방안은 보이지 않습니다. 국가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재정건전성은 '뒷전'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1분기 적자 규모, 작년보다 줄어도 '역대 두 번째'
기획재정부가 15일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5월호'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총수입은 159조9000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2조5000억원 증가한 규모입니다. 국세수입이 93조3000억원으로 전년보다 8조4000억원 늘었습니다. 성과급 지급 확대와 근로자 수 증가 등의 영향으로 소득세도 2조8000억원 늘었고, 법인세 역시 12월 결산법인의 실적 개선과 이자·배당소득 증가 등으로 6조5000억원 증가했습니다. 반면 부가가치세는 1조5000억원 줄었습니다. 세외수입은 11조3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3조9000억원 늘었고, 기금수입은 55조3000억원으로 2000억원 증가했습니다.
3월 말 기준 총지출은 210조원으로, 전년보다 2조2000억원 감소했습니다. 총지출 진도율은 31.2%로, 전년 대비 2.2%포인트 낮습니다. 기재부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지급이 증가했음에도 주택기금사업 방식 변경 영향이 지속되면서 총지출이 감소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진도율 역시 5년 평균 수준으로 가고 있으며, 1분기 신속집행 실적은 41.7%로 높은 수준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따라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50조원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 흑자를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는 61조3000억원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관리재정수지는 실질적인 나라살림 지표입니다. 이 같은 수치는 3월 누계 기준으로 역대 두번째로 높습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한 지난해 1분기(75조3000억원)와 비교하면 14조원 줄어든 수치입니다.
중앙정부 채무는 3월 말 기준 1175조9000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달에 비해서는 4조6000억원 감소한 수치입니다. 4월 국고채 발행 규모는 20조9000억원이었고, 같은 달 외국인 국고채 투자는 9조6000억원 순유입됐습니다. 1~4월 국고채 총 발행량은 81조2000억 원으로 연간 총 발행 한도의 41.1%를 기록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미국발 관세 충격 땐…40조원 이상 '세수펑크'
통상적으로 재정수지는 상반기 조기 집행 등으로 인해 늘어났다가 하반기 주요 세목의 세수가 들어오면서 개선되는 방향성을 보입니다. 하지만 3월까지의 재정수지 실적엔 지난 1일 국회를 통과한 추경이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국회 문턱을 넘은 13조8000억원의 추경 요인이 최종적으로 반영되면 지난해 적자 규모로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이번 추경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10조원에 가까운 국채를 추가로 발행합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에서 대선후보들의 대규모 재정 지출과 감세 정책 등이 담긴 공약들이 쏟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세수 여건이 악화하면서 올해도 3년 연속 세수결손이 예상되는 가운데,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 없이 재정 지출만 늘어나다보니 재정건전성 우려 목소리는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 주요 후보들의 공약을 살펴보면 미래산업 육성, 주택 공급, 소상공인 지원 등 대규모 재정 투입이 불가피한 정책들이 대다수입니다. 여기에 법인세·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등 감세 공약도 잇따릅니다. 그러나 마땅한 재원 마련 방안은 포함되지 않아 실현 가능성이 낮은 선심성 공약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최근 국내 세수 상황은 어둡습니다. 지난 2년간 윤석열정부에서는 87조2000억원의 세수결손이 발생했습니다. 올해도 미국발 관세 전쟁 등으로 법인세 실적 악화가 예상되면서 세수결손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일각에서는 올해도 기존 감세 효과에 미국발 관세 충격이 맞물리면서 40조원 이상의 세수펑크 관측도 나옵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윤석열정부 기간 이뤄진 세 차례의 세법 개정 등으로 인해 2023∼2027년 약 83조원, 2028∼2032년에는 약 80조원의 세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습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정부가 실시한 법인세율 인하, 국가전략산업 연구개발(R&D) 공제, 종부세 완화 등으로 인해 5년간 감세 규모가 80조원가량으로 추정된다"며 "올해 총 국세수입 예상치가 382조원인 것을 고려하면 정부의 재정 여력이 얼마나 크게 줄어들지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3년 연속 세수펑크 상황에서 선거 공약에 따른 정부 재정 지출까지 늘어나면 재정건전성은 급속도로 악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감세나 지출 얘기만 있고 재정 마련에 대한 설명을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선거 때마다 같은 행태가 되풀이되고 있고, 결국 재정건전성만 위협하는 꼴"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제424회 국회(임시회) 제7차 본회의에서 2025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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