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다는 게 '장점'이 되려면...
2025-05-20 06:00:00 2025-05-20 08:38:26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와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가 19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약자와 동행하는 서울 토론회'에 참석해 내빈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일요일 밤에 열린 1차 대선후보 티브이 토론을 보셨는지요? 언론의 대체적인 평가는 ‘지루함과 실망’으로 요약되는 것 같습니다. 선두인 이재명 후보는 방어에만 치중하고, 보수진영 두 명의 도전자는 이를 뚫어낼 예리한 공격을 하지 못했으니, 맥빠진 토론회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하겠습니다.
물론, 어떻게든 선두 후보를 흔들어보려는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의 안간힘에 눈길이 가긴 했습니다. 하지만 씁쓸함과 안타까운 마음도 함께 들었습니다. 공세의 내용과 형식 모두 유권자들의 마음을 잡아 끌기엔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역효과를 걱정해야 할 판입니다.
범보수 진영의 김문수, 이준석 두 후보는 나이와 성향, 스타일이 묘하게 대비되는데요. 특히 이준석 후보의 1차 토론을 지켜보며,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글귀가 있었습니다.
“너의 젊음이 너의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나의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미국의 한 시인이 쓰고, 국내 영화 대사로 인용되면서 유명해진 문장입니다. 이 문장의 의미를 두 후보에 대입해 봤습니다. ‘이준석의 젊음은 그 자체로 무기이자 장점이라 할 수 없고, 김문수의 늙음도 그 자체로 약점이자 단점일 수 없다’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역시나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74살 김문수 후보가 나이에 걸맞은 경륜과 통찰력을 증명할지 의문스럽지만, 더 걱정되는 건 40살 이준석 후보입니다. 젊은 후보라면 그에 맞는 패기와 새로운 컨텐츠, 참신한 상상, 기성 정치의 구습과 차별화되는 태도 등을 보여준 뒤에야 비로소 “젊은 후보를 뽑아달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 후보의 첫 토론회는 이와 거리가 멀었습니다. 이 후보는 퀴즈내기, 발언끊기 등 진중하지 못한 태도에 더해, 상대의 약점 꼬투리잡기에 치중하며 정작 자신의 콘텐츠를 보여주지 못하는 ‘소탐대실’의 우를 범했습니다. 어떤 장면에서는 50~60대 정치인보다 더 노회하고 정치공학에 익숙한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모쪼록 이 후보가 남은 대선을 자신의 ‘젊음’에 어울리는 옷을 입고 제대로 치르기를 바랍니다. 정치할 날이 무수히 남은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처절하게 무너져버린 보수 정치의 재건을 위해서도 그렇습니다. 이 후보가 얼마 남지 않은 ‘젊음’의 이미지를 함부로 소진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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