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호텔경제학'…A부터 Z까지 '팩트체크'
'비전' 대신 '예시' 물어뜯기
2025-05-22 18:32:25 2025-05-22 18:32:25
[뉴스토마토 유지웅·김태은 기자] "한 여행객이 호텔에 예약금 10만원을 낸다. 이 돈이 호텔을 시작으로 가구점·치킨집·문방구를 돌고 돌아 호텔에 돌아온다. 여행객은 예약을 취소하고, 호텔 주인은 문구점에서 받은 10만 원을 환불해준다. 실제 늘어난 돈은 없지만 돈이 돌았고, 그 과정에서 경제가 활성화됐다."
 
이재명 대선후보의 이른바 '호텔경제학'이 논란입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는 지난 18일 TV토론에서 "호텔 예약을 취소해도 돈만 돌면 경제가 살아난다는 괴짜 경제학"이라고 공격했는데요. "케인스의 승수효과 개념을 설명하기 위한 단순화된 예시"라는 게 이재명 후보의 설명입니다. 호텔경제학을 둘러싼 '4대 논란'을 팩트체크 해봤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①"승수모델, 단순화했을 뿐"
 
'승수'(multiplier) 이론은 정부가 도로·항만 건설에 100만원을 투입하면 기업이 사람을 고용하고, 임금을 받은 사람이 소비를 늘리며, 그에 따라 기업이 새로운 물건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경제가 성장한다는 케인스 이론의 핵심입니다. 최종적으로 풀린 돈의 몇배에 이르는 경제 효과가 나타난다는 논리입니다.
 
가장 먼저 따라붙는 비판은 '승수' 모델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인 '생산'이 호텔경제학엔 없다는 지적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거시경제학 개념인 승수 효과를 단순화하면서 생긴 문제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생산은 부가가치의 총합인데, 여기엔 치킨을 사 먹고 문구류를 구매하는 등의 행위가 포함돼 있다"고 짚었습니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도 "간단한 방식으로 표현한 것일 뿐, 수요가 연쇄반응을 일으켜 더 많은 경제효과가 난다"고 했습니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도 "승수 효과는 매크로적인데 (호텔경제학) 예시는 마이크로적이다. 적용시키기 한계는 있지만, 경제효과가 발생하니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발언 의도와 의미는 알겠다"고 말했습니다.
 
②"한계소비성향 1은 허구"
 
이준석 대선후보는 "여행객이 낸 돈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돈다"며 "돈이 사라지지 않고 한계소비성향이 1로 계속해서 돌면 무한동력이 아니냐"고 지적했습니다. 한계소비성향이란 새로 늘어난 소득 가운데 소비에 쓰는 돈의 비율인데요. 
 
통상 공적이전소득의 한계소비성향은 0.2~0.3 수준으로, 정부가 100만원을 뿌리면 통상 20만~30만원만 쓰게 됩니다.  호텔경제학 모델의 한계소비성향은 '1'입니다. 참여자 모두가 10만을 벌면 10만원을 쓰는데, 여기엔 오류가 있는 겁니다.
 
이정희 교수는 "10만원이 온전히 이동할 수는 없다. 일부 경비가 나눠져서 다른 분야에 영향을 주는 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서도 "(이준석 후보가) 극단적인 부분으로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지난 2017년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지지자가 그린 경제순환 이미지. (사진=이재명 페이스북)
 
③"무제한 통화발행? 말한 적 없다" 
 
이준석 후보는 호텔경제론을 두고 "현대통화이론에 가깝게 구현돼 있는데, 실제 구현된 사례가 짐바브웨나 베네수엘라"라며 "하이퍼인플레이션과 복지 과잉 때문에 그 나라가 어떤 경제 곤란을 겪었는지 국민들은 안다. 지도자로서 적절하지 않은 경제정책"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는 "이재명 후보가 무제한적 통화 발행을 주장한 적도 없고, 이 사례가 현대통화이론에 입각했다는 이준석 후보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현대통화이론은 정부의 지출이 세수를 넘어서면 안 된다는 주류 경제학의 철칙을 깨고, 과도한 인플레이션만 없으면 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가 화폐를 '계속' 발행해도 된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재정적자를 확대하면서 화폐를 대량으로 찍어내 급격한 물가상승을 불러올 수 있다는 부작용이 존재합니다.
 
이정희 교수는 "부가가치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통화량을 무제한으로 풀겠다는 의미와 동일하게 보기는 어렵다"며 "지역화폐는 지역 경제활성화를 위해 10% 정도 할인율을 적용시켜 정부가 할인 비용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재정 확보는 다른 분야 예산 절약, 채권 발행 등의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며 "지역화폐는 정부가 무제한 발행하는 게 아니고, 소비자가 구매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한다"고 짚었습니다.  
 
정세은 교수 역시 "지역화폐는 '상품권' 개념이지 화폐라고 하기 어렵다"며 "호텔경제학에서는 적자국채를 발행한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④"호텔경제학은 인터넷 밈"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가 "인터넷 밈을 대한민국의 경제를 돌리는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는 시초에 해당하는 가장 오래된 2009년의 글"이라며 미국의 경제학 연구소인 '미제스 연구소'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링크를 게시했습니다. 
 
그는 "2009년 오스트리아 학파 경제학자인 로버트 블루멘은 기고문에서 비슷한 사례를 소개하며 이를 '오해를 부르는 두뇌게임'이라고 비판한다"며 "이 얘기는 경제학 담론이 아니라 역설을 이야기하는 목적이고, 원전은 2009년에 누가 블로그에 올린 글"이라고 따졌습니다.
 
이어 "심지어 저급한 조롱에 해당해서, 내용 중에 호텔에 돈을 가져다 주는 것은 '매춘부'로 돼있다"며 "이재명 후보의 버전에서 매춘부 대신 문방구로 바뀌어 있다고 해서 그럴듯한 경제담론이 되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김태은 기자 xxt19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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