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철근 외줄타기)①단일 매출 구조의 그늘…전방 부진에 속수무책
올해 1분기 철근사 수익성 감소
말라버린 민간 수요…국가 비축 수요에 의존
철근 단일 품목 중심 구조에 전방산업 영향 '절대적'
2025-05-27 06:00:00 2025-05-27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5월 23일 14:41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철근 하나만으로 사업을 꾸려온 국내 철근 업체들이 건설 경기 침체에 위기를 맞았다. 매출 대부분을 철근 판매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건설 경기 위축은 곧바로 실적 악화로 이어진다. 문제는 철근 단일 매출 구조이기 때문에 경기 침체 속에서 매출을 방어하거나 늘릴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철근업계는 가동률을 줄여 수요 감소에 대응하고 있지만 매출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매출 기반을 넓힐 수 있는 사업 다각화의 필요성이 점점 더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사업 다각화를 통해 성과를 내고 있는 곳은 소수에 불과하다. 여전히 많은 철근 업체들은 철근 하나에 기댄 채 불황을 견딜 방안을 궁리 중이다. <IB토마토>는 철근 산업의 위기를 들여다보고 단일 품목에 집중된 사업구조가 과연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진단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국내 철근 산업이 건설 경기 침체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건설 산업이 부진한 탓에 철근 수요가 줄어서다. 철근 업계는 가동률을 낮춰 수요 감축에 대응 중이지만, 수익성 반전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전방산업의 부진에 직격탄을 맞은 배경에는 철근 판매 중심의 매출 구조가 있다. 건설 산업에서 사들이는 철근이 매출의 다수를 차지하다 보니 전방산업의 수요에 수익성이 흔들리는 것이다. 이에 사업 다각화를 통해 전방산업 리스크를 낮출 필요성이 제기된다.
 
본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사진=연합뉴스)
 
주요 철근사 일제히 수익성 감소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철근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일제히 감소했다. 일부 업체들은 영업손실로 전환되는 등 철근 산업의 불황이 지난해보다 더 깊어지는 모습이다. 한국철강(104700), 환영철강은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이 각각 106억원, 9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두 회사는 간신히 영업이익을 유지했지만, 건설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결국 영업손실로 전환했다. 또한 수익을 내는 철근사들도 영업이익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
 
철근 산업 불황은 건설 경기 침체 때문이다. 철근이 대부분 건설 현장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철근사들은 건설 경기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 지난해 1분기 국내 철근 생산량은 203만톤 수준이었으나, 올해 1분기는 173만톤으로 주저앉았다. 1년 사이 생산량이 15% 감소했는데, 생산량 감소는 매출 감소로 이어진다.
 
또한 판매가 부진한 탓에 철근 가격이 낮아지고 있어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준다. 철근사들은 감산을 통해 공급을 줄여 철근 가격을 유지하려 하지만, 가격 반전은 어려운 실정이다. 올해 1분기 주요 철근사의 가동률은 50~60%대로 간신히 설비 가동만 하는 수준이다.
 
가동률을 낮춰 생산량을 줄이면 공급이 줄기 때문에 철근 가격이 오를 수 있다. 다만, 수요가 낮아 저가 판매가 지속되는 실정이다. 이에 가동률 하락에도 불구하고 철근사가 철근 가격을 인상하기 쉽지 않다. 이에 설비 유지, 인건비 등 고정비 지출은 일정하게 발생하면서 영업이익을 유지하기 어렵다.
 
철근 산업의 침체가 여타 철강 산업보다 더 심한 원인은 국내 철근사들이 대부분 철근 판매를 통해 매출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현대제철 등 종합 철강사는 판재 등 다른 주력 사업이 있어 매출 보완이 가능하다. 반면 철근 단일 품목만 판매할 경우 오직 건설사에 의존해야만 매출이 늘어날 수 있다.
 
 
철근 중심의 매출 구조…전방산업 영향 ‘절대적’
 
철근산업의 위기는 건설 경기가 회복돼야 해소될 수 있다. 다만, 건설 경기 회복 시기를 가늠하기 어렵다. 건설 업계 전반에 지금도 회복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그나마 영업이익을 내는 철근사들은 국가 비축 수요에 기대고 있다. 국가가 비축 물자로 매입하는 철근이 현재로서는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인 것이다. 국가가 비축 물자로 매입하는 철근 가격은 민간 유통 가격보다 높기 때문에 수익성에 영향을 미친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철강이 지난해 비축 입찰에 실패했는데, 그 결과 100억원대의 영업손실로 이어졌다. 반면, 비축 물자 납품에 성공한 대한제강(084010)은 지난해 3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이익을 내는 데 성공했다. 물론 이 또한 지난해 1분기(57억원)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다만, 철근 비축이 올해 상반기에 종료된다면 하반기부터는 매출 절벽과 동시에 추가로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철근 중심의 사업 구조가 변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보릿고개가 지속될 수 있는 것이다.
 
사업 다각화를 통해 전방산업의 절대적 의존도를 낮출 필요성이 커진다. 일부 업체들은 철근 수출을 통해 국내 판매 중심의 매출 구조를 조금씩 바꿔나가는 중이다. 국내에서 수출된 철근은 올해 1분기 5만7000톤 수준으로 지난해 1분기(5만톤)에서 14%가량 증가했다. 다만, 철근의 특성상 건설 현장 근처에 위치해야 하므로 수출이 대폭 늘어나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철근산업은 한동안 전방산업의 수요 위축에 따라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철근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 일부 업체들이 철근 가격 인상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수요가 낮다. 이에 낮은 가격에 철근을 팔아서라도 매출을 유지하려고 있는 움직임도 있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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