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한 법원, 무기력한 법관회의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판결로 촉발된 사법부 안팎 논란을 다룰 전국법관대표회의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25일 회의가 열릴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 정문 모습. 연합뉴스

대선이 코앞이긴 하지만, 오늘은 법원과 관련된 뉴스에 관해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요즘 법원 뉴스는 조희대 대법원과 지귀연 판사가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대법원과 지 판사의 행보를 보면 '너무 오만하다'는 생각에 눈살이 찌푸려집니다.

 

다소 과도해 보이는 민주당의 대응 탓에 본질이 흐려지긴 했지만, 대법원은 정치 한복판에 뛰어든 자신들의 '급발진 판결'에 관해 그 어떤 반응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윤석열만 홀로 석방돼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영화까지 관람하는 판국이지만, 일선 검찰과 법원에서는 여전히 구속기간을 '시간'이 아닌 '날'로 계산합니다.

 

그를 풀어준 판사는 자신의 룸살롱 의혹에 관해 재판을 하는 법대 위에 앉아 해명했습니다. 사진이 공개되자, 이번엔 '오랜만에 후배들과 모여 식사한 뒤 잠시 들러 사진만 찍고 나왔다'고 합니다. '삼겹살집 옆 룸살롱'이 아니라, '삼겹살집 옆 사진관'이었다고 둘러대고, 이를 국민들에게 믿으라는 겁니다. 사법부 불신이 깊어지는 건, 뭐 대단한 파동이 계기가 되는 게 아니라, 바로 이런 황당하고 무례한 모습, 국민을 내려다보는 듯한 태도 때문일 겁니다.

 

오늘 오전에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열립니다. 이번 회의는 정기회의가 아닌 임시회의인데요. 회의가 열리게 된 이유와 계기는 너무나 분명합니다. 이재명 후보에 대한 조희대 대법원의 '급발진 판결'로 여론이 따가웠고, 법원 내부에서조차 비판 의견이 컸기 때문에 투표를 통해 지난 9일 소집이 결정됐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실제 회의는 멀찌감치 26일(오늘)로 잡혔고, 대선일은 불과 8일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이런 예민한 시기에 법관들이 정치적 공방을 초래할 결론을 낼 리 없습니다. 결국, 법관회의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만한 의미 있는 입장 표명을 하지 못할 겁니다. '사법신뢰 회복', '재판독립' 등 뜬구름 잡는 애매모호한 의견을 내거나, 이마저도 없이 회의 일정과 결론을 대선 이후로 미룰 가능성도 있습니다. 애초 회의가 소집됐던 진짜 이유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셈입니다.

 

대법관들은 '너무 늦은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며 집요하게 가속 페달을 밟아 불과 9일 만에 이재명 후보 상고심 선고를 했습니다. 반면 일선 법관들의 속도는 대법원과 너무 대조적입니다. 속도도 그렇고, 방향도 우왕좌왕입니다. 일부에선 이번 회의를 통해 '민주당의 사법부에 대한 공세'를 성토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적반하장까지는 아니더라도 전형적인 주객전도입니다.

 

조희대 대법원을 정면으로 다루지 못할 거라면, 그리고 지귀연 판사를 둘러싼 문제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하지 못할 거라면, 굳이 바쁜 법관들이 한자리에 모일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법관들이 오랜만에 '모여서', '식사하고', '사진 찍(히)고' 그냥 집에 돌아간다? 만약 그렇다면, 지귀연 판사의 괴상한 해명과 상황이 너무 비슷한 게 아닐까요? 국민들은 의심하고 있는데, 자신들끼리만 모여 '사법독립', '재판독립'을 외친다고 의심이 사라질까요? 법원 전체의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