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전 대출 막차 수요에 금리 올려 배불리는 은행들
2025-05-23 16:42:23 2025-05-23 17:59:03
 
[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오는 7월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시행을 앞두고 대출 '막차 수요'가 몰리는 가운데 은행들이 대출금리 인상을 통해 이자장사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우리은행과 농협은행은 비대면 주담대 금리를 상향 조정했습니다. 우리은행은 지난 20일부터 주담대 변동금리 하단을 3.88%에서 4.08%로 0.2%p 올렸습니다. 농협은행 역시 자동이체 등 일부 우대금리 항목을 없애는 방식으로 사실상 실효금리를 인상했습니다.
 
대출금리 줄줄이 인상
 
KB국민은행은 오전 9시 이전에 대출 한도가 소진되며 '오픈런'이 벌어지자 비대면 주담대 접수 건수를 일일 150건으로 제한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지난 20일부터는 비대면 주담대 금리를 0.25%p 인상하며 대응에 나섰습니다.
 
비대면 대출을 취급하는 인터넷전문은행들도 대출금리 인상 행렬에 나섰습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30일 주기형(5년) 주담대 금리를 기존 3.39~4.83%에서 3.6~5.04%로 0.21%p 올렸습니다.
 
케이뱅크 역시 올해 들어 세 차례에 걸쳐 금리를 조정했습니다. 지난 1월 아파트담보대출(아담대) 변동금리를 0.06%p, 고정금리를 0.05%p 인상했고, 지난 3월에는 변동금리 하단을 0.43%p 올렸습니다.
 
오는 7월 DSR 3단계 규제 시행을 앞두고 대출 막차 수요가 늘어나자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안정 방침을 명분으로 금리를 올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은행 창구에서 직원이 일하는 모습.(사진=뉴시스)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을 앞두고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올려 이자장사 지적이 나옵니다. 스트레스 DSR 3단계는 수도권 주담대, 신용대출, 기타대출에 1.5%p의 스트레스금리를 적용하는 것으로, 3단계 스트레스 금리가 적용되면 수도권 주담대 한도는 기존 대비 1000~3000만원 가량 줄어듭니다.
 
금융당국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연 소득 1억원인 차주가 연 4.2% 금리의 혼합형(5년) 주담대를 30년 만기, 원리금균등상환 조건을 받을 경우 DSR 2단계 적용 시 6억3000만원이었던 한도가 3단계 적용 시 5억9000만원으로 약 3300만원(5%) 줄어들게 됩니다.
 
"주담대 막차 수요 막아라"
 
각 은행에 막차 수요가 몰리자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억제에 나서달라고 은행들에 권고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4월 가계대출 증가폭은 4조5337억원으로, 지난해 9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달 들어 지난 19일까지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만 보더라도 746조1276억원으로 이미 지난달(743조848억원) 규모를 넘어서는 등 보름 새 가계대출이 3조원 늘어난 상황입니다.
 
 
 
결국 대출 막차 수요를 틀어막아라는 당국의 압박에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올릴 명분을 마련해 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결국 또 다시 실수요자가 피해를 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실거주를 위한 중도금 대출이나 이주자금 마련 등 급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은 고금리 이자를 물어야 하는 현실에 직면했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대출 규모를 관리하라는 방향만 제시하는 만큼 당국 목소리를 고려해 금리를 조정할 수 밖에 없다”라며 “지난해부터 주담대 수요는 계속 높았고 결국 금리를 약간 높여 수요를 조절하는 대응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수요자 부담 전가 '악순환'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안정을 위한 억제 정책은 오히려 은행들에게 반사이익만 안겨주는 구조가 됐습니다.
 
실제로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지난 3월 예대금리차는 1.38~1.55%p로, 관련 공시가 시작된 2022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은행별로 보면 신한은행은 1.51%p, 하나은행은 1.43%p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KB국민 1.49%p, 우리 1.38%p, NH농협 1.55%p 등 최근 1년 내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습니다.
 
예대마진이 커지면서 수익도 급증했습니다. 5대 은행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4조334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5% 증가했습니다. 순이자마진(NIM) 확대 영향이 컸으며 가계대출 비중이 높은 은행일수록 수익 개선 폭이 큰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대출금리가 역행하는 가운데 금융당국과 은행이 서민들에게 금리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은행들은 수요 조절이라는 명분 아래 금리를 올리며 수익성을 키우고, 금융당국은 규제 효과를 보장받는 구조 속에서 애꿎은 실수요자들만 이중의 피해를 떠안고 있습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요청은 시장에서 금리 인상의 신호로 작용하게 되고 결국 대출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특히 제도 시행 전 수요가 몰리는 상황에서는 은행이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금리를 더 적극적으로 조정할 유인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금융시장의 안정성과 가계부채의 관리를 위해 규제는 필요하지만, 실수요자가 피해를 보는 구조는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방침 이면엔 결국 대출이 절실한 실소유자들에게 고금리를 떠넘기고 은행 수익만 배불리게 해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성동구 응봉산에서 바라본 강남구 일대 아파트의 모습.(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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