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믹스 상폐, 초가삼간 다 태워" VS. "해킹 자산 사겠나"
위믹스 상장폐지 가처분 재판
해킹 공시 적절성 두고 설전
거래소 가이드라인 명확성 논쟁
재판부 "5월 30일까지 결론"
2025-05-23 14:23:16 2025-05-23 16:28:49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위메이드(112040) 가상화폐 위믹스 상장 폐지의 정당성을 두고 위메이드와 거래소 간 설전이 벌어졌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재판장 김상훈)는 23일 위메이드의 싱가포르 소재 계열사 위믹스 PTE LTD가 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를 상대로 낸 '거래지원 종료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사건 심문기일을 열고 양측의 주장을 들었습니다. 
 
이날 위믹스 재단과 거래소들은 위믹스 상장 폐지의 정당성을 다퉜습니다. 재단은 해킹 피해에 성실히 대응했음에도 거래소가 추상적인 사유로 위믹스 상장을 폐지하기로 했다며 날을 세웠습니다. 
 
서울법원종합청사. (사진=이범종 기자)
 
재단 "투자자 손실은 구체적"
 
재단 측 변호사는 우선 증권을 다루는 한국거래소의 경우를 예로 들었는데요. "한국거래소의 상장 폐지 사유는 매우 구체적이고 한정적"이라며 "주식 상장 폐지 사유를 다섯 쪽에 걸쳐 자세히 설명한다"고 짚었습니다. 
 
이어 가상자산거래소들의 경우와 비교하며 논리를 펼쳤습니다. 해당 변호사는 "개정 전 (닥사) 가이드라인에서 해킹 사고는 공시돼야 할 중요 사항으로 명시되지 않았다"며 "이 점을 확인한 채무자들은 가이드라인을 급히 개정하며 보안 사고 발생을 중요 사항에 추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개정) 가이드라인은 다음달부터 시행될 예정이라 이 사건에 대응되지 않는다"며 "채무자도 공시 대상이 아님을 알았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재단이 해킹 피해 사실을 적시에 공시했다는 주장도 폈습니다. 재단 측은 "초동 조치 완료 후 즉시 공시했다"며 "미국 증권위원회(SEC)는 사이버 보안 사고가 발생할 경우 4영업일 이내에 공시하게 하는데, 채권자는 1영업일 이내에 공시했다"고 했습니다. 
 
위믹스 재단은 해킹 이후 안랩으로부터 보안 문제가 없다는 확인을 받았고 해킹 수량보다 많은 위믹스 100만개를 매수(바이백)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위믹스 상장 폐지로 재단과 투자자가 입을 피해는 구체적인 데 반해, 상장 폐지로 발생할 것이라 보는 공적 이익은 추상적이라는 주장도 이어졌습니다. 또 닥사 소속 거래소가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98%를 차지하기 때문에, 거래 지원 종료 시 입을 피해가 크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해외 거래소 이용시 수수료와 외환관리법 부담이 있는 데다, 해외 거래소가 국내 법원 판단에 따라 거래 지원 종료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도 했습니다. 
 
재단 측 변호사는 법원이 가처분을 기각할 경우 "빈대(추상적 위험)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구체적 손해 발생)"이라고 말했습니다. 
 
판교 위메이드 사옥. (사진=이범종 기자)
 
거래소 "해킹 자산 사겠느냐"
 
거래소 측은 금융감독원에서 11년 근무한 김효봉 태평양 변호사를 앞세워 반박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가상자산법 제정과 닥사의 거래지원 모범 사례 준비를 담당한 이력이 있습습니다. 
 
김 변호사는 "거래소 상장과 폐지 결정은 금융당국 지원 하에 만들어진 모범 사례에 따라 구성된 거래소별 거래지원심의위원회가 수행하고 있다"며 "사후적으로 금융감독원의 검사 등을 통해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해킹 사고는 위믹스 재단의 공시 의무 위반에 따른 신뢰성 상실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해킹 당한 자산을 매수하시겠습니까, 이를 생각하면 당연하다"고 말했습니다. 
 
모범 사례 내 공시 위반에 따른 신뢰성 상실의 예시에 해킹이 없는 점에 대해서는 "이용자의 합리적인 투자 판단이나 가상자산의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모두 중요 사항"이라며 "해킹을 당했는지는 당연히 투자자의 의사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준다"고 말했습니다. 
 
해킹 신고와 후속 조치가 하루 만에 끝난 갈라 코인 사례를 들어, 위믹스 대응이 미흡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습니다. 갈라 코인은 피해액 2억달러 중 1억8000만달러를 동결시키고 FBI에 공격자 2인을 특정해 신고했습니다. 이에 공격자가 해킹 코인을 반환했습니다. 
 
그에 반해 위믹스는 2월28일 해킹 사고를 인지한 뒤, 다음날인 3월1일 공지를 검토했다가 3월4일 피해 사실을 밝혔습니다. 이를 두고 거래소 측은 재단이 신규 투자자 유입에 따른 피해를 용인했다고 비판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2025년 1분기 위믹스 보고서를 보면, 재단 보유량이 53%에 이른다"며 "(해킹 공시 지연 사유인) 가격 하락에 대한 두려움은 기존 보유자 중에 누굴 위한 것이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거래소 측은 한국거래소가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반면, 가상자산은 수많은 거래소가 같은 상품을 다루므로 나란히 비교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애초 위메이드 사업 영역은 P2E(Play to Earn) 게임이라 해외 영업이 주력이고, 위믹스를 바이낸스에서 거래하면 된다는 논리도 폈습니다. 
 
재판부는 "늦어도 5월30일까지 결론을 내겠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위메이드는 올해 2월28일 '플레이 브릿지 볼트'를 해킹당하고 3월4일 피해 사실을 알렸습니다. 탈취된 위믹스 가치는 87억5000만원에 달합니다. 이후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 닥사(DAXA) 소속 거래소인 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는 6월2일 위믹스 거래(매수·매도) 지원을 마친다고 이달 2일 공지했습니다. 이에 위메이드는 지난 9일 이들 거래소를 상대로 '위믹스 상장 폐지 효력 정지' 가처분 소송을 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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