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이슈 '가상자산'③)"스테이블코인은 '플랫폼'…원화 도입 시급"
결제 효율화·송금비 절감 기대
학계 "네이버·카카오 성공 재현"
업계 "제도 유연성으로 선제 대응을"
2025-05-26 11:16:02 2025-05-26 16:46:40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원화 가치와 일대일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주요 대선 공약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해외에선 이미 다양한 실험과 체계 마련이 진행되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사업화가 어려워 시장 흐름에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주요 대선 후보들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긍정적인 입장을 드러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스테이블코인 도입 의지를 보였고,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측도 관련 규율 체계 도입을 공약했습니다.
 
23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제21대 대통령선거 2차 후보자 토론회 중계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뒤처지기 전에 플랫폼 활용을"
 
가상자산 업계가 원화 스테이블 코인 제도화를 바라는 이유는 국제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 원화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주요국은 스테이블코인으로 자국 통화의 영향력 확장과 결제 혁신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을 행정명령으로 금지하고 민간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달러 패권 강화 전략을 펴고 있습니다. 서클과 페이팔이 각각 USDC와 PYUSD를 발행하는 등 지급 결제 서비스에 스테이블코인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일본도 2022년 자금결제법 개정으로 스테이블코인 규율 체계를 마련했습니다.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과 노무라 등 주요 금융기관들이 엔화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국내 시장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규율 체계조차 없습니다.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의 국회 부대 의견을 통해 금융위원회가 규율 방안을 마련하라는 권고를 받은 상태지만, 2단계 입법 논의는 지지부진합니다. 지급결제 인프라는 앞서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정책은 여전히 공백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25일 충남 천안시 동남구 신부문화거리에서 열린 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업계는 해외처럼 신뢰도 높은 민간 발행 주체에게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면, 국내 지급결제 시스템 혁신을 촉진할 수 있다고 봅니다. 대주주 적격성과 자본금 요건, 준비금 적립 등 발행 조건을 명확히 하면, 발행 주체의 신뢰성과 가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겁니다. 결제 효율화와 송금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학계에선 스테이블코인을 일종의 플랫폼으로 보고 산업 초기 주도권을 가져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강형구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스테이블코인 정책 토론회에서 "스테이블코인이 빨리 퍼지고 우리나라에도 위협적인 이유는 이게 바로 플랫폼이기 때문"이라며 "삼성전자 전화기에 스테이블코인 원리 넣고, 그걸로 결제 시스템을 만들면 우리가 굉장한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강 교수는 "국내 대형 플랫폼 삼성전자, 카카오페이, 네이버, 토스, 쿠팡과 협력하는 게 필수"라며 "카카오와 네이버의 성공 방정식을 우리가 반복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시장이 제도를 따라가는 기존 방식을 벗어나야 뒤처지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코빗 리서치센터는 26일 '스테이블코인 시대, 우리는 준비되어 있는가' 보고서를 내고 "국내는 규제가 정비된 이후에야 민간이 움직이는 '선 제도, 후 시장' 형태의 수동적 구조에 머물러 있다"며 "이로 인해 스테이블코인의 실사용 확대라는 변화의 흐름에 후행적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는 한계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스테이블코인을 디지털 시대의 유동성 확보 수단이자 실물 경제와 결합된 미래형 자산으로 인식하지 못하면 한국은 글로벌 혁신 흐름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허용된 범위 내에서의 신중한 도입'이 아니라 실사용 기반의 테스트베드 구축과 제도 유연성 확보를 통한 선제적 대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6일 충남 천안시 국민의힘 충남도당에서 지방시대 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파생상품 제도화도 시급"
 
디지털 자산 파생상품 제도화도 과제로 꼽힙니다. 미국 등 주요국 거래소에서는 선물과 레버리지 등이 거래되지만, 한국에선 관련 거래가 전면 금지돼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 투자자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해외 거래소를 이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투자자 사이에선 "국내 거래소는 현물 전용 지갑"이라는 자조가 나온다는 게 업계 전언입니다.
 
가상자산 업계에선 이 같은 구조가 국내 거래소 경쟁력 하락과 투자자 보호 사각지대 발생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합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2023년 5월 한국인의 바이낸스 거래소 이용액은 500억달러를 넘었습니다. 2022년 세계 3위 거래소로 주목받던 FTX 거래소 파산 때도 국내 투자자 피해 규모가 막대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때문에 국내 투자자의 선택권 보장과 보호 강화를 위한 디지털자산 파생상품 제도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파생상품은 가격 급등락에 대응할 수 있는 헷징(위험 회피) 수단으로 주목받는다"며 "현재 국내 투자자들은 가격 하락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지만, 파생상품이 도입되면 숏 포지션(매도 포지션)이나 저점 레버리지 거래 등을 통해 하락장에서도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법인 투자자 역시 파생상품을 통해 보다 안정적인 시장 진입이 가능해져, 디지털자산 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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