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대선은 '헌정 질서 파괴'라는 초유의 12·3 내란 사태에 이어 탄핵 정국 등 혼란한 정치 상황을 마무리 짓고, '리셋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짓는 역사적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한 표의 가치는 대략 7000만원을 상회하는데요. 그만큼 국민들이 행사하는 한 표, 한 표가 대한민국의 미래와 방향을 결정하는 데 가치 있게 쓰일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대선 본투표율도 '기대'…"대한민국 발전 분기점"
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1대 대선 유권자는 총 4439만 1871명이며, 올해 정부 예산은 677조4000억원입니다. 올해 정부 예산을 기준으로 21대 대통령이 5년 동안 다루는 예산 규모는 3385조원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이를 전체 유권자 수로 나눈 한 표의 가치는 7625만원입니다. 정부의 한 해 예산이 늘어날수록 그만큼 한 표의 가치도 증가하게 됩니다.
지난달 29~30일 이틀간 치러진 21대 대선 사전투표는 34.74% 투표율로 마무리됐습니다. 사전투표율이 전국 단위 선거에 처음 적용된 2014년 이후 두 번째로 높게 나오면서 본투표율도 20대 대선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높을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번 대선은 단순히 정권교체를 넘어서 향후 5년간의 국가 예산을 어떻게 쓸 것인지를 결정하는 선거"라며 "또 계엄에 따른 국정 혼란을 수습하고 대한민국의 발전을 도모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재명, 영남 험지로…김문수·이준석, 수도권 공략
대선을 이틀 앞둔 이날 주요 후보들은 각자 전략적 승부처를 중심으로 막판 표심 잡기에 주력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험지로 꼽히는 영남을 찾아 집중 유세에 나섰습니다. 같은 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수도권 지역을 돌며 중도층 민심 확보에 집중했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자신의 고향인 경북 안동 웅부공원에서 첫 유세를 시작했습니다. 이어 대구 동대구역 광장, 울산 일산해수욕장, 부산역 광장까지 영남의 주요 거점을 순차적으로 돌았습니다. 이 후보는 자신의 고향인 안동 유세 현장에서 "반쪽에 의지해서 나머지 반쪽을 탄압하고 편 가르는 '반통령'이 아니고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모두의 대통령이 반드시 되겠다"며 통합을 강조했습니다. 또 부산에 동남투자은행(가칭) 설립을 약속했습니다.
김문수 후보는 경기와 서울을 중심으로 막판 유세전을 펼쳤습니다. 그는 경기 수원 광교신도시를 시작으로 경기 성남·구리·남양주·의정부를 돌고 서울 강남·은평·서대문·마포·강서구에서 유세를 이어갔습니다. 김문수 후보는 이인제·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함께 동행하며 경기지사 시절 추진했던 광교·판교·고덕 신도시 개발,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 등 굵직한 성과를 집중적으로 부각했습니다. 특히 황교안 무소속 후보는 이날 후보직을 사퇴하고, 김문수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습니다.
이준석 후보는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화성 동탄호수공원을 시작으로, 저녁에는 서울역으로 이동해 유세전을 벌였습니다. 김문수 후보에게 계속해서 단일화 압박을 받고 있는 이준석 후보는 이날도 끝까지 완주할 것임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준석 후보는 페이스북에 "이제 본투표를 통해 이 선거를 완성하겠다"며 "대한민국의 희망을 지키는 의미 있는 고지를 반드시 확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재명(왼쪽부터) 민주당 대선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가 지난달 29일 사전투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리박스쿨 의혹' 막판 부상…국힘 "민주 대선 공작" 부인
주말 동안 정치권에선 이른바 리박스쿨의 댓글 조작 의혹이 대선 막판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앞서 탐사 전문 매체 <뉴스타파>는 '이승만·박정희 지지' 역사 교육을 하는 '리박스쿨'이라는 단체가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이준석 후보 등을 공격하고 김문수 후보를 지지하는 댓글 공작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김문수 후보와 국민의힘이 이 단체와 연관돼 있을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음습한 대선 공작"이라며 이를 적극 부인했습니다. 김문수 후보는 경기 의정부에서 현장 유세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리박스쿨에 대해 "전혀 모른다"며 "그런 일은 근거 없이 이야기하면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리박스쿨 의혹에 대해 "국헌 문란 댓글 내란 사건"이라며 고강도 비판을 이어갔습니다. 경찰은 해당 의혹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했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씨의 '김문수 지지' 대독 메시지도 논란이 됐습니다. 윤씨는 지난달 31일 전광훈 목사가 주도한 광화문 집회에서 대독 메시지를 통해 김문수 후보 지지를 호소했는데요. 이에 국민의힘 내부에선 "국민의힘 근처에 얼씬도 말라"며 날선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김문수 후보도 윤씨에 대해 "이미 우리 당도 아니고 탈당하시지 않았느냐"며 "제가 논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김만흠 전 국회입법조사처장은 "앞으로 새 변수보다는 이미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투표를 앞두고 어떻게 생각할지 여부가 변수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는 "이재명 후보에 대한 사법적 문제에 대해서 상당수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정말 지지해도 될 것인가라는 판단을 막판에 할 것"이라며 "마찬가지로 김문수 후보 쪽도 직접적으로 내란과 관련이 없지만 윤석열 그림자가 여전한 만큼, 이런 판단들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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