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무림, 대선표 한 장에 '정밀기술' 담다
"돈 안 되도 해야죠"…상징성·책임감으로 만든다
정전기 방지·평활도·접지성 등 자동개표기 오류 방지
2025-06-04 07:00:00 2025-06-04 07:00:00
[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21대 대선이 치러지면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담는 '투표용지'를 만드는 기업들의 면면에도 적지 않은 관심이 쏠렸습니다. 겉보기엔 평범한 종이 한 장 같지만, 그 안에는 국내 대표 제지기업인 한솔제지(213500)와 무림제지(무림페이퍼(009200)·무림P&P(009580)·무림SP(001810))의 정밀한 기술이 녹아 있습니다. 
 
제지업계에 따르면, 이번 대선에 투입된 종이만 해도 총 7000톤에 달합니다. 이 가운데 약 200~300톤이 바로 투표용지입니다. 하지만 이 종이는 일반 인쇄소에서 사용하는 보통 용지가 아닙니다. 투표소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정밀하게 설계된 고급 특수 코팅지입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까다로운 기술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투표용지에는 다양한 기술이 접목됩니다. 대표적으로 정전기 방지, 인주의 빠른 건조, 종이를 접었다 펼 때 형태를 유지하는 '접지성' 등이 꼽힙니다. 특히 자동개표기가 도입된 이후부터는 개표 오류를 막기 위한 무한 테스트와 기술적 요구 수준이 한층 높아졌습니다. 개표기에 넣는 만큼, 종이 가루가 발생하지 않아야 하며, 정전기 발생도 최소화해야 하고, 종이를 접었다 펴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없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작은 요소 하나하나가 자동개표기 오류를 방지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투표용지는 자동개표 제도 도입 이후 더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고 있다"며 "선관위가 사용하는 자동개표기는 초당 약 108㎝를 검사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종이 걸림이나 오류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종이 두께가 균일하고 평활도가 높아야 하며, 정전기나 종이 가루를 방지하는 기술이 필수"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투표용지를 만드는 데 요구되는 기술 수준은 높은데, 흥미로운 점은 이 투표지 시장 규모입니다. 투표용지 제작으로 발생하는 매출은 약 5억~6억원 수준에 불과합니다. 지난 1분기에만 매출 5756억원을 기록한 한솔제지나 3191억원의 매출을 올린 무림페이퍼 입장에서 보면 '애교 수준'이라 할 만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기업이 이처럼 공을 들이는 이유는 바로 '대통령을 뽑는 용지'라는 상징성과 그에 따르는 책임감 때문입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시대에 맞춘 친환경 인증 역시 이들 기업의 자부심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입니다. 실제로 이번 선거에 사용된 투표용지는 국제 친환경 제품 인증인 FSC(Forest Stewardship Council)를 받은 종이입니다. 이 인증은 펄프 생산에 사용되는 목재가 합법적으로 조림된 자원이라는 점을 보증하는데요. 산림 파괴를 방지하고 지속 가능한 산림 경영을 확산시키기 위한 글로벌 기준입니다. 이러한 국제 인증을 획득한 종이를 사용함으로써, 투표용지 한 장에도 지속가능성을 담아내고 있는 셈입니다. 
 
인쇄 중인 21대 대통령 투표용지. (사진=연합뉴스)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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