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보험업 디스카운트)②역대급 실적에도 자본·규제 '발목'
IFRS17 체계서 순이익 대폭 증가했지만 K-ICS 비율 하락세
PRB 변동에 수익성보다 자본이 '영향'…실질적 의미 퇴색
2025-06-10 06:00:00 2025-06-10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6월 4일 18:01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보험업의 저평가는 주식 시장에서 해묵은 난제다. 밸류업의 핵심 지표인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배를 밑돈 지 이미 오래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잠시 반등하는 듯했지만 상승 흐름은 좀처럼 뚜렷해지지 않고 있다. 금리 하락이라는 거시적 변수부터 자본비율 악화, 당국 규제 강화까지 부정적인 요인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보험업의 저평가 배경과 구조적 문제, 향후 발전 방향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상장 보험사가 새 회계제도서 역대급 순이익을 달성했지만 자본적정성이 부진한 탓에 가치 평가도 절하되고 있다. 높은 자본 변동성이 주가순자산비율(PBR) 회복의 발목을 잡았다. 금융당국의 규제 행보는 자본 변동성을 더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 중이다. 그 결과 PBR 지표가 보험업에서는 의미 없어졌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IFRS17 체계서 순익 성장했지만…K-ICS 저하 '타격'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상장 보험사는 IFRS17 도입 이후 순이익이 대폭 성장했다. 적용 전후 8개사(삼성생명(032830), 한화생명(088350), 동양생명(082640), 미래에셋생명(085620), 삼성화재(000810), DB손해보험(005830), 현대해상(001450), 한화손해보험(000370)) 성장률 평균은 2023년 83.0%, 2024년 15.1%다. 회계가 전환했던 2023년 특히 크게 증가했고, 다음 해에도 높은 성장률을 이어갔다.
 
수익성 핵심 지표인 총자산순이익률(ROA) 평균은 2022년 0.9%에서 2023년 1.3%로 0.4%p 상승했으며, 2024년에는 1.6%로 전년 대비 0.3%p 올랐다.
 
 
개별 보험사의 지난해 실적을 살펴보면 ▲삼성생명 1조4869억원 ▲한화생명 7206억원 ▲동양생명 3102억원 ▲미래에셋생명 1250억원 ▲삼성화재 2조478억원 ▲DB손해보험 1조7722억원 ▲현대해상 1조307억원 ▲한화손해보험 3823억원 등이다. 대다수 보험사가 역대 최고 실적을 갈아치우는 모습을 보였다.
 
보험 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성장성에 대한 시장의 가치 평가와 기대감이 낮아지고 있지만 IFRS17 체계서 반전을 이룬 셈이다. 그동안 줄곧 하락하던 보험업종 PBR이 IFRS17 도입과 함께 반등했던 이유다.
 
다만 PBR은 현재 수준인 0.6배에서 정체됐으며 앞으로도 크게 개선되기 어렵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순이익 성장에도 자본적정성이 매우 나빠지고 있어서다. 앞선 8개사 지급여력제도 지표 평균은 2022년 구 지급여력비율(RBC) 192.8%에서 2023년 K-ICS 비율 208.7%로 올랐다가 2024년에는 187.0%로 떨어졌다.
 
IFRS17 도입과 함께 적용된 K-ICS는 기존의 RBC보다 더 엄격한 기준으로 산출된다. 2023년 전환 당시에는 금리가 가파르게 오른 덕분에 오히려 더 높은 수치를 나타낼 수 있었다. 이후 지난해부터 금리가 하락하면서 K-ICS도 저하된 것인데, 금리 흐름에 따라 향후 비율 역시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삼성생명과 같이 독보적인 선두주자도 200%가 뚫리고 계속 하락하면서 보험사의 높은 금리 민감도가 여실히 드러났다. 일부 보험사는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가 됐다. 이는 보유 자본이 외부 변동에 그만큼 취약하다는 뜻이다. 결국 자본 문제가 시장에서 정당한 가치를 평가받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규제로 변동 리스크 커져…PBR 의미도 퇴색
 
금융당국의 규제도 업종 리스크로 부각된다. 당국은 IFRS17 도입 이후 각종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회계 기준을 조정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있었던 무·저해지 상품 관련 계리적 가정 조정(해지율 산정을 보수적으로 하는 내용)은 보험사 계약마진(CSM) 감소로 이어졌고, 이는 K-ICS 비율이 떨어지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경제적 가정인 보험부채 할인율(장기선도금리·최종관찰만기·유동성프리미엄 등)도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조정하고 있다. 이 역시 K-ICS 비율에 부정적인데, 자산에 대한 변동 없이 부채 규모만 더 늘어날 수 있어서다. 자본 가치는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할인율 조정에 대한 영향은 개별 보험사마다 다르지만 통상 K-ICS 10% 내외 정도로 언급된다.
 
(사진=연합뉴스)
 
규제 자체는 한 단계 완화를 앞두고 있다. 지난 4월 당국이 K-ICS 비율 권고치를 150%에서 130%로 내리고 변경된 내용을 하반기부터 적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만 PBR 제고 측면에서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평가된다. 시장에서 상장 보험사에 요구하는 기대치가 훨씬 높아서다. 금융투자 업계나 신용평가사 등에서 우수하다고 평가하는 K-ICS 수준은 170%~200% 범위 이상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PBR이 워낙 낮은 가운데 금리 하락까지 겹치면서 새로운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디스카운트 요인을 해소해야 하는데, 당국 규제는 업권의 재무적 변동성을 높이는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했다”라고 말했다.
 
자본 문제가 지속되면서 PBR과 같은 가치 평가 지표의 의미가 보험업종에서는 점점 퇴색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PBR 변동이 주가보다는 자본과 K-ICS 요인에 더 많은 영향을 받아서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IB토마토>에 “보험사가 아무리 이익을 잘 내도 금리 영향으로 자본이 줄어들면서 PBR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라며 “PBR 지표의 실질적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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