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해수부 장관으로 일할 기회
2025-06-16 06:00:00 2025-06-16 06:00:00
"해양수산부가 경험했던 최고의 리더십."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대선 후보 시절 펴낸 '노무현의 리더십이야기'란 제목의 책에 나오는 내용이다. 고등학교 때 리더십과 관련한 책에 관심이 많아 당시 '히틀러와 처칠, 리더십의 비밀', '히딩크 리더십' 등을 탐독하던 중 '노무현의 리더십이야기'란 책이 눈에 띄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에 당선된 뒤였다.
 
책에선 과거 노무현 해수부 장관의 리더십을 경험했던 해수부 직원들이 대체로 이렇게 평가했다고 나와 있다. 많은 해수부 직원들이 노무현 장관 부임 후 부처가 확연하게 달라졌다는 점에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재단 홈페이지에 있는 '노 전 대통령 사료 이야기'를 보면 "장관직은 정치인 노무현에게 공무원 조직을 경험하며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였다"는 내용도 나온다. 그만큼 노 전 대통령에게 해수부 장관 시절 경험은 자신의 정치 인생에 있어 중요한 분기점이었다.
 
노 전 대통령의 리더십을 재평가하기 위해 이 이야기를 꺼낸 건 아니다. 그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인사를 높게 평가하기 위해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을 해수부 장관으로 발탁했을 때, 그가 장차 대통령이 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모든 예상을 깨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영삼 전 대통령에 의해 정치권에 입문한 노 전 대통령을 장관으로 등용했다.
 
노 전 대통령도 대통령 재임 시절 여당의 주요 정치권 인사들을 내각으로 끌어들여 중용했다. 당시 이해찬·한명숙 의원을 국무총리로, 김근태·유시민 의원을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정동영 의원을 통일부 장관으로, 천정배 의원으로 법무부 장관으로 기용했던 게 대표적인 예다.
 
정치인에게 공직과 지자체장의 경험은 향후 대통령이 됐을 때 국정운영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대통령으로서의 공과를 떠나서 서울시장을 지낸 이명박 전 대통령,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전 대통령, 경기지사를 지낸 이재명 대통령 모두 마찬가지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국무총리에 김민석 의원을, 대통령 비서실장에 강훈식 전 의원을 인선한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일각에선 행정안전부 장관에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기용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대선 경선 때 자신과 경쟁했던 김 전 지사에게도 국정 경험의 기회를 준다면 차기 잠룡을 확실히 키우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로 분석된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인선을 보고 3년 전 윤석열씨의 인사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윤씨가 취임 초 자신과 경쟁했던 홍준표 국무총리, 유승민 경제부총리를 기용하지 못한 데 대해 아쉽다는 반응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그 많던 차기 잠룡들이 어디로 갔느냐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보수 진영엔 위기다. 또다시 외부에서 온 '용병'으로 대선을 치르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모두 전임 정부에서 자초한 일이다.
 
박주용 정치팀장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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