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브로드컴에도 HBM 공급…AI칩 반전 신호탄
AMD 수주에 이어 글로벌 고객사 확보
고성능 증명 시 엔비디아 공급 가능성
“재기 발판 마련돼…기술력 부족 아냐”
2025-06-18 16:54:53 2025-06-18 16:54:53
[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삼성전자가 미국 AMD 수주에 이어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인 브로드컴에도 고대역폭메모리(HBM)을 공급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난 2023년부터 성과를 내지 못했던 HBM 시장의 반전 모멘텀이 마련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팹리스 전 세계 시장 점유율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HBM 품질검증(퀄테스트)를 하반기 내 통과할 경우,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서 빠른 명성 회복이 가능하다는 분석입니다.
 
삼성전자의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3E 모습. (사진=삼성전자)
 
18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브로드컴에 공급할 ‘HBM3E’ 8단 제품 양산 준비를 최근 마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 3월 브로드컴의 HBM3E 8단 퀄테스트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후 공급 확정을 받은 것입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오는 3분기 AMD가 출시할 신형 인공지능(AI) 가속기 ‘MI350X’ 시리즈에도 HBME3 12단 제품을 공급합니다. AI 컴퓨팅 성능이 최대 4배, 추론 성능이 전 제품 대비 최대 35배 향상된 MI350X에는, HBM3E 12단 제품 8개가 들어갑니다. AMD는 삼성전자 HBM이 탑재된 AI 칩의 가성비가 엔비디아 제품보다 최대 40% 더 뛰어나다고 밝혔습니다.
 
삼성전자가 브로드컴과 AMD를 5세대 HBM 제품 거래처로 확보하면서, 기존 엔비디아 중심 구도에서 벗어난 거래처 다변화 전략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아울러 AMD와 브로드컴 등 팹리스업체 입장에서도 공급망이 다양해지는 것은 리스크를 줄어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SK하이닉스의 HBM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새 공급사로 부상하면 가격 협상력 확보와 공급 안정성 측면 모두 긍정적 영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문제는 엔비디아입니다. 삼성전자 HBM3E 제품은 현재 1년이 넘게 엔비디아의 퀄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초 올 상반기 내 테스트 통과가 예상됐으나, 발열과 수율 등의 문제로 아직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반면, HBM3E 제품을 업계 최초로 양산하고 엔비디아에 가장 먼저 납품을 시작한 SK하이닉스는 6개월 만에 퀄테스트를 통과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팹리스 기업들과의 이번 HBM 공급 기회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전자의 HBM을 대량 사용해도 AI 칩이 높은 성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증명될 경우, 향후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이 더 수월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이번 납품을 계기로 SK하이닉스 등 경쟁사에 밀려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양산 경험을 만회하고 핵심 공정별 데이터를 쌓을 필요성도 제기됩니다. 다량 공급 시 어떤 공정 조건에서도 문제없이 최적의 HBM 생산이 가능한 지 검증하는 과정이 수반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SK하이닉스의 양산 경험은 HBM 신제품 조기 양산과 고객 인증 절차에도 유리하게 작용했습니다.
 
이병훈 포항공대 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삼성전자가 이번에 글로벌 HBM 시장에서 다양한 거래처를 확보하게 되면서 재기할 발판이 마련됐다”며 “이는 지금까지 삼성전자가 HBM 기술력이 부족해서 엔비디아에 공급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란 방증”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단지 엔비디아에 공급하는 HBM을 SK하이닉스와 똑같이 만들어야 하니까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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