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예산 삭감'으로 로봇업계 인재 유출…새정부 해법 주목
전문가 "회복 기약 어려울 만큼 타격"
대선 공약에 과기부 "R&D 예산 확대"
업계 "실효성 갖춘 충분한 지원 필수"
2025-06-20 16:16:49 2025-06-20 16:16:49
[뉴스토마토 박혜정 기자] 윤석열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으로 인재들이 해외로 떠나 핵심 인력풀이 협소화하면서 로보틱스 산업이 큰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인력 양성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탓에 향후 첨단 산업 전반에 끼칠 영향이 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이에 새정부는 지난 정부의 정책 기조를 반성하며, R&D 재정 확대와 새로운 과학기술 혁신안 발표를 예고했습니다. 로봇 업계는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도, 실효성을 갖춘 충분한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23년 11월15일 오전 대전시 중구 용두동 민주당 대전광역시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에서 R&D 예산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23년 윤석열 정부는 ‘R&D 제로베이스(원점) 재검토’를 내세워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 R&D 예산은 2023년 31조1000억원에서 2024년 26조5000억원으로, 14.7% 줄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R&D 예산도 2024년 8조9489억원으로, 전년 대비 7069억원 감소했습니다.
 
예산이 줄면서 연구 인력이 떠나는 이른바 엑소더스’가 가속화됐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 SGI에 지난 18일 발표한 ‘한국의 고급인력 해외 유출 현상의 경제적 영향과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두뇌유출 지수에서 한국은 2023년 36위에서 2024년 30위로 악화됐습니다. SGI는 인재 유출 원인으로 △부족한 연구 인프라 △지원 인력 부족 △단기 실적 중심 평가 체계를 꼽았습니다. 모두 예산과 직결된 대목들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유출된 인재 상당수가 국내로 복귀하지 않고 현지에 머무르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 국적자의 미국 박사 학위 취득자 중 현지 체류를 희망하는 비율은 2023년 71.1%로 집계돼, 2021년 63.8%, 2022년 65.1%보다 크게 증가했습니다.
 
특히 R&D 예산 삭감이 로봇 산업에 큰 타격을 줬다고 업계는 지적합니다. 한재권 한양대 로봇공학과 교수는 “로봇과 같은 미래 먹거리 산업일수록 아직 개발 단계에 있어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며 “지난 R&D 삭감으로 로봇 관련 과제들이 줄거나 취소됐고, 인재풀이 워낙 협소한 상황에서 많은 인재들이 경력이 단절되거나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언제 회복될 수 있을지조차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고 했습니다.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메타버스 엑스포 현대 부스에서 자율주행 로봇이 시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같은 문제의식 속에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R&D 예산 확대를 공약한 바 있습니다. 이에 발맞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8일, 윤석열 정부의 R&D 예산 삭감을 반성하며 새 정부의 과학기술 혁신안을 오는 9월 발표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과기정통부는 새 정부 공약 이행을 위해 4조원 이상의 R&D 예산 재정 확대를 제시했습니다.
 
업계는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도,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충분한 지원과 실질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교수는 “AI·로봇 분야는 1년만 격차가 나도 따라잡기 어렵기 때문에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일본처럼 R&D에 백지수표를 쓰는 수준의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낮은 인건비 등 보상 체계가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로봇산업협회 관계자는 “로봇 산업은 대기업조차 수익을 내기 어려운 만큼, 충분한 기업 R&D 지원이 절실하다”며 “민간 기업은 빠른 수익화를 원하기 때문에 사업 추진에 부침을 겪을 수밖에 없어,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시범 사업 등을 통해 수익 창출 기반을 마련하는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구승엽 원더풀플랫폼 대표도 “업계에서는 지금 국내에 제대로 된 로봇 기업이 없다고들 말한다”며 “로봇부터 소프트웨어까지 모두 중국 등에서 들여와 운영하면서도 로봇 기업으로 불리는 곳들이 난립하고 있다. 진짜 로봇 기술을 갖춘 유망 기업에 R&D 등 정부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혜정 기자 sunright@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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