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온라인 플랫폼의 신화와 현실
2026-04-22 06:00:00 2026-04-22 06:00:00
일상이 온라인 플랫폼을 제외하고 이뤄지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우리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택시를 호출하고, 숙박을 예약하고, 장을 보고, 생필품을 산다. 더 나아가 우리나라 온라인 플랫폼 경제가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
 
온라인 플랫폼이 성장한 이유는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을 쉽게 연결해 준다는 장점 때문이다. 이를 ‘전자적 중개효과’(electronic brokerage effect)라고 부른다. 이론적으로는 거의 한계비용 없이 많은 사람들을 연결할 수 있으며(중개 기능의 효율성), 많은 판매자와 구매자가 모이면 더 좋은 거래 상대를 쉽게 찾을 수 있고(간접 네트워크 효과), 이 과정에서 플랫폼은 규모가 커질수록 더 효율적 상태(규모의 경제)가 된다. 암묵적으로 이런 발전 상황은 승자독식 시장(Winner-takes-it-all market)으로 발전하게 된다고 여겨졌다. 시장 발전 과정에서 별다른 장애가 없기 때문이다. 역설적이지만, 이런 점에서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의 논리가 생겨나게 된다. 거래수수료는 거의 독점 이윤이고, 규모가 커지면 다양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온라인 플랫폼의 현실은 전자적 중개 효과가 제시하는 것과 같을까? 4월 초 국회에서 열린 온라인 유통산업 발전 포럼에서는 현실에 대한 비판적 고찰이 제시됐다.
 
온라인 중개 기능의 효율성이 높아지려면 유통 기능을 중개에만 한정해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은 더 유능한 판매자를 모으기 위해 다양한 거래에 개입해야 하고, 유통 기능을 소비자 촉진에서 최종 배송망 구축까지 넓혀야 한다. 기존 유통 기업이 온라인 시장에 진출한 경우, 힘을 못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비자 촉진 전달에 유리한 포지션을 가진 네이버나 최종 물류망 구축에 막대한 투자를 한 쿠팡이 힘을 얻는 현상이 이 현실을 보여준다.
 
더 나아가 판매자가 집적되면 판매 조건의 다양성이 투명하게 노출되어 시장의 효율성이 즉각적으로 힘을 발휘한다는 간접 네트워크 효과 역시 현실적이지 못하다. 판매자의 입장에서 플랫폼에서 노출되는 판매 조건에 대해 다양한 옵션을 부과해 판매 조건을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이 쉽지 않다. 더 나아가 거래의 성사에는 거래 상대자가 거래 조건을 실제로 이행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항상 존재하기 때문에 구매자 입장에서는 위험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간접 네트워크 효과에 대한 논리는 거래는 반드시 실행되고, 상품은 완전히 동일해 가격만으로 차별화된다는 비현실적 전제가 존재했던 것이다. 현실 세계에서 상품은 상품 자체나 판매 조건에서, 그리고 그 실행 가능성에서 다르다. 그러므로 판매자가 집적될수록 오히려 소비자의 탐색 비용이 증가해 거래가 저해되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 거래를 활성화해야만 하는 플랫폼은 필연적으로 기존 거래 이력을 통해 판매자를 관리하는 방향으로 알고리즘을 구성하고 거래 과정에 개입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관계 관리 비용을 포함한 다양한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규모가 커지면 온라인 플랫폼은 더 효율적이 되는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게 되는가? 일정 규모까지는 규모의 경제가 성립한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규모가 커짐에 따라 오히려 규모의 비경제를 이끄는 요인이 작동할 수 있다. 플랫폼 간 차별화를 위해 유통 기능을 더욱 확장해야 하고, 판매자의 거래 과정에 대해서도 거래 규칙을 더 정교하게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2000년 초반 온라인 플랫폼과 유사한 구조를 가진 CATV 홈쇼핑사가 온라인 시장에 진입했지만 결국 철수하거나 사업 규모를 줄여 소극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 나아가 확장된 유통 기능, 예를 들어 물류는 규모에 맞추어 비례적으로 투자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거래 규모를 뛰어넘어 선제적으로 투자되고, 규모가 커지면 한계수익이 감소하는 특성을 갖는다. 쿠팡이 아직까지 우리나라 전체를 커버하는 물류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이유가 이것이다. 그러므로 수요가 몰리는 상황이 되면 현재의 대응 능력이 부족해 거래에 대한 신뢰를 잃을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
 
서울 시내 한 쿠팡 물류센터에 차량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결국 전자적 중개 효과에 의한 비용 효율성, 집적에 따른 네트워크 효과, 규모의 경제의 확보를 통해 승자독식 시장을 구축한다는 비전은 플랫폼의 신화이다. 신화가 신념이 된 데에는 플랫폼 산업 스스로의 책임이 있다. 실제 운영 상황에서 현실적 도전을 극복하면서 성장했지만, 시장에 대해서 사업 소개를 할 때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보다는 플랫폼의 신화에 기대는 것이 자금 유치에 더 유리했기 때문이다. 온라인 플랫폼 시장이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는 동안에는 현실과 신화 사이의 구분이 큰 의미가 없었다. 아무튼 시장이 성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온라인 소매 플랫폼을 기준으로 볼 때, 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수익률 관리에 대한 섬세하고 정교한 접근이 필요한 때가 왔다. 그럼에도 온라인 플랫폼의 신화에 기대어 정부 정책이 설계된다면 혁신에 대한 모색은 동력을 잃고, 시장이 현 상황에 고착될 가능성이 높다. 신화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하고 새로운 발전방향을 위해 혁신적 노력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이동일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한국유통학회 명예회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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