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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7월 4일 17:21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HD현대케미칼이 대규모 설비 투자를 마무리하고 공장 가동에 본격적으로 돌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자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제마진 약세와 화학제품 수익성 하락, 공급과잉과 수요 부진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수익성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모습이다. 여기에 현금창출력이 저하한 상태에서 차입부담까지 늘어나며 유동성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HD현대케미칼)
매출 증가에도 1분기 영업적자 전환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D현대케미칼의 올해 1분기 매출은 1조9642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7092억원) 대비 15%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손실은 1188억원으로 전년 동기 124억원에서 수익성이 대폭 악화되며 적자 전환했다. 매출은 증가했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크게 후퇴한 것이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HD현대케미칼은 지난 한 해 동안 매출 7조322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57조7000억원) 대비 외형이 커졌지만,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고 1502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 같은 수익성 악화 원인은 주력 사업 부문 전반에 걸친 마진율 하락이다. 먼저 정유 부문의 정제마진이 크게 하락했다. 올 1분기 평균 정제마진은 배럴당 6달러로, 전년 동기(10.4달러) 대비 약 42% 급락했다. 화학 부문에서도 MX(Mixed Xylene) 제품 스프레드가 톤당 111달러로 전년 동기(244달러)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공급은 늘어난 반면 수요가 회복되지 못하면서 전반적인 제품 가격과 마진이 하락한 것이다.
회사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수년간 수천억원을 투입한 합성석유화학설비(HPC) 등 대규모 신규 설비 투자를 완료하고 본격적인 가동에 나섰지만, 기대했던 수익성 반등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기초유분과 폴리머 등 전반적인 제품 포트폴리오 수익성이 모두 낮은 수준을 이어가면서 실적 개선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적자 기조가 이어지며 회사는 외부 자금에 기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기준 HD현대케미칼의 총차입금은 3조7562억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 말부터 3.7조원대로 올라선 총차입금은 올 1분기까지 이어지며 그 규모가 점점 늘고 있다. 차입금의존도는 62.5%, 부채비율은 282.1%에 달한다. EBITDA(상각전영업이익)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순차입금/EBITDA 비율 역시 음수로 전환돼 회사가 거둔 이익으로는 차입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다.
더 큰 문제는 차입금 일부가 일정 수준의 재무지표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조기 상환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이다. 회사가 설비투자 목적으로 빌린 장기차입금 총 1조9700억원 가운데 일부 약 4700억원에 ‘부채비율 250% 이하 유지’라는 재무 약정이 설정돼 있는데, 현재 부채비율이 이 기준을 초과하면서 해당 조건을 위반한 상태다. 이로 인해 만약 대출기관이 약정 위반을 문제 삼는다면 대출금의 조기 상환 요구나 추가 차입 제한 등 유동성 위험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투자금 회수 ‘관건’…회사는 구조조정 계획
이처럼 실적 악화와 재무 부담이 겹친 상황에서 HD현대케미칼의 투자활동은 눈에 띄게 위축됐다. 지난해 자본적지출(CAPEX)은 408억원으로 전년(2542억원) 대비 크게 감소했고, 올 1분기에는 174억원 수준에 그쳤다. 기존 설비에 대한 투자 집행은 대부분 마무리됐지만, 수익성 회복이 지연되면서 투자금 회수 시점은 불투명해지고 있다.
회사는 구조적인 수익성 악화를 해소하기 위해 일부 사업 조정과 효율화 작업 등 구조조정 계획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행 시기나 규모 등은 아직까지 정해진 바가 없다. 일각에서는 회사의 현금창출력이 회복되지 않는 이상 재무지표 개선은 요원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HD현대케미칼이 유상증자 등 자본 확충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상증자가 현실화된다면 단기적으로는 재무구조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시기나 규모, 투자자 반응 등을 고려할 때 실현 가능성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회사 내부에서도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확정짓지 못한 상황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HPC 가동 이후에도 제품 수익성이 기대만큼 따라오지 않으면서 설비 투자에 대한 회수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며 “차입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수익성 회복이 지연될 경우, 추가적인 외부 자금조달이나 사업 재편 없이 재무안정화를 이루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HD현대케미칼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에 대해서는 차환 검토 예정"이라면서 "현재 은행 등 금융기관을 통한 단기 유동성 확보에는 무리가 없는 수준의 차입한도가 확보돼있어 이를 바탕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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