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대통령님, 그 노동자의 말은 “개인적 이해관계”가 아니었습니다.
2025-07-08 06:00:00 2025-07-08 06:00:00
이재명 대통령은 7월 4일 대전에서 두 번째 ‘타운홀 미팅’을 갖고 시민들과 직접 대화를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어느 공공기관 ‘공무직’ 노동자가 ‘다른 공무원과 동일한 일을 함에도 8년째 임금이 100원도 오르지 않는 공무직들의 처우가 문제다’는 발언을 하자 대통령은 "이렇게 개인적 이해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대통령이 바쁜 시간을 내어가지고 이렇게 다닐 가치가 있나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라고 답했습니다. 질문 자체에 불만이 있다는 표정과 태도였습니다. 
 
대통령님, 그 노동자의 발언 내용은 "개인적 이해관계"가 아니고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없는 나라에서 벌어지는 보편적 노동 차별의 문제입니다. 공무직, 업무직, 전문직, 기능직 등 부르는 이름은 다양한데 법적으로만 '기한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 즉 정규직이고 다른 일반직 정규직과 동일한 노동을 하는데도 입사 경로가 다르다는 이유로 훨씬 적은 기본급을 주거나 호봉 승급 자체가 없는 이들입니다. 입사 경로야 사용자 마음대로 애초에 다르게 하면 그만이지요. 결과를 정당화하는 원인이 안 됩니다. 이들은 정규직임에도 '무기계약직', '중규직', '준규직'이라 자조적으로 불립니다. 
 
비정규직인 기간제 노동자, 파견 노동자는 그나마 법률에서 차별을 금지하고 있고 노동위원회 구제 절차도 있지만 정규직 내의 이러한 차별 문제, 갈수록 다양하고 교묘하게 계층을 나눠서, 동일한 노동을 하는데도 낮은 처우를 하는 경향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마치 신라시대 신분제인 '골품제' 같습니다. 성골 진골 6두품 내지 1두품, 평민, 노비와 같은 그야말로 ‘사회적 신분’ 제도입니다. 우리 근로기준법 제6조는 ‘균등한 처우’라는 제목으로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남녀의 성(性)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고,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라고 하여 차별 금지 사유로 ‘사회적 신분’을 들고 있습니다. 이제는 노동에 있어서의 사회적 신분은 금지되어야 합니다. 노동계가 ‘동일노동 동일임금’ 보편적 법률 규정을 입법화하자고 오래 동안 요구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그야말로 한국 노동시장은 신분제가 공고화, 심화 중입니다. 막아야 합니다. IMF 이후 2000년대부터 시작된 신자유주의 노동법 개악 이전의 정상적인 노동시장으로 원상회복 할 때가 되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 상시업무 정규직화' 방향은 좋았습니다. 그런데 정규직화 이후 이들을 어떤 방법으로 비정규직과 실질적으로는 같게, 낮은 처우를 공공연히 유지하고 있는지 꼭 살펴봐야 합니다. “개인적 이해관계”가 절대 아닙니다. 대다수가 노동자인 우리 국민의 행복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이런 상태의 차별적 노동은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출근하기가 싫어지기 때문입니다. 일할 맛, 살 맛이 날이 갈수록 안 납니다. 같은 일을 하는 내 동료와 날이 갈수록 임금 격차가 벌어지니까요. 이 문제에 대해 대통령께서 아직은 잘 파악이 안 되셔서 실언한 것으로 이해하고 앞으로를 기대해보겠습니다. 
 
‘일터란, 노동이란 무엇인가.’ 김선수 전 대법관님의 지난해 퇴임 후 인터뷰 중 한 단락을 인용해봅니다. 
 
"근로자에게 직장은 단순한 돈벌이의 장이 아니라 노동을 통해 자아를 성취하는 장이다. 긍지와 보람을 느낄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성과에 대한 보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 구성원에서 배제됐다는 소외감을 가지게 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까지 잃게 하는 것이다." (노동법률, 2014. 11. 7.)
 
류하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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