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슈퍼먼스' 임박…세계 경제 위협하는 '트럼프 오판'
인플레 전조에도 "이미 거래 끝"…트럼프, 관세 발효 고수
2025-07-15 18:04:24 2025-07-15 18:10:17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역대 최고'로 기록된 미국의 6월 관세 수입.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성과'가 아닌 '실패'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기업이 비축해놨던 재고가 소진되면서, 관세가 적용된 물품이 본격적으로 미국에 들어와 인플레이션이 시작된다는 뜻인데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상호관세 발효 시점(8월1일·이하 현지시간)과 중국에 대한 유예 시한(8월12일)마저 맞물립니다. 협상이 교착 국면에 빠지면 세계 경제는 미국발 충격에 휩싸일 수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협상 실패 땐 116조 보복관세"…전운 감도는 유럽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14일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실패할 경우에 대비해, 회원국에 720억유로(약 116조원) 규모의 이른바 '2차 보복 조치 패키지'를 제안했습니다. 항공기, 자동차 부품 등 특정 미국산 상품에 고율 관세 부과하는 내용입니다. 
 
EU 무역장관들은 8월1일까지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전념하되 '무역 전면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무역 바주카포'로 불리는 통상위협대응조치(ACI) 발동까지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제3국으로부터 통상 위협을 받는다고 판단할 경우, 서비스·투자·금융·공공조달·지식재산권 등 무역 관련 분야에 제한을 가할 수 있는 조치인데 아직 한 번도 발동된 적이 없는 초강경 대응책입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에도 "서한 발송으로 이미 거래는 이뤄졌다"며 관세 발효를 더 이상 연기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국빈 만찬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관세 자신감 뒤 숨은 '재고 착시'…글로벌 성장까지 '흔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자신감은 관세 전쟁에도 불구, 물가 상승 여파가 크지 않았다는 판단에 기인합니다. 지난 4월2일 이른바 '해방의 날' 이후 전 세계를 대상으로 본격적인 관세 부과에 나섰지만, 미 소비자물가지수(CPI)는 모두 시장 예상치 이하였는데요. 그는 이를 근거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이사에게 금리 인하까지 거듭 압박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그러나 여기엔 기업들이 관세 본격 발효에 대비해, 최대 6월까지 버틸 수 있는 재고를 비축했다는 점이 작용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1월20일) 전부터 관세를 거론하며 시장 불확실성을 키웠고, 지난 미국 1월 수입액은 사상 최대인 4012억달러(약 552조원)를 기록했습니다. 
 
수입액은 2~3월까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다, 관세 충격이 본격화한 4월부터 급감했습니다. 그런데 미 재무부는 지난달 관세 수입이 272억달러(37조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고 발표했습니다. 6월 수입액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기업들이 재고가 소진되자 어쩔 수 없이 다시 구매에 나선 것으로 풀이됩니다. 
 
통상 수입 가격 충격의 절반가량은 첫 3개월 이내에 반영됩니다. 곧 발표될 물가지표에서 본격적인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개의치 않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1기 재임 당시 미·중 관세 전쟁에도, 물가 상승이 크지 않았다는 경험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그러나 미국은 코로나19 팩데믹을 기점으로 '구조적 인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한 상태입니다. 
 
결국 관세 부메랑은 미국 소비자뿐 아니라, 경제를 떠받치는 기업에 돌아올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철강·구리 등 중간재 가격 상승이 위기인데요.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저유가'마저 흔들리면 치명타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14일 보고서에서 "관세 충격과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연준은 금리 인하에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에 따라 BofA는 올해 기준금리 인하가 없을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세계은행(WB)은 지난달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고조된 무역 관련 긴장, 정책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2025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연초 발표한 2.7%에서 2.3%로 하향했습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기를 제외하면, 최저 성장률입니다. 
 
특히 세계은행은 관세 드라이브를 시작한 미국이 작년 대비 '반토막' 성장률(1.4%)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세계의 시장'인 미국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단기적인 제품 생산 활동뿐 아니라 장기적인 투자 결정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