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이진숙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자녀 조기 유학 문제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다만 가장 논란이 됐던 제자 논문 가로채기 의혹에 대해서는 적극 부인하며 해명에 나섰습니다. 그럼에도 야당 의원들은 자진 사퇴와 지명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더불어 일부 여당 의원들도 이 후보자가 고등교육 전문가라는 이유로 유·초·중등 교육에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문서는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이 가져온 이 후보자의 논문들. (사진=뉴시스)
자녀 유학엔 '사과'…논문 표절 의혹에 적극 해명
국회 교육위원회는 16일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개최했습니다. 이날 이 후보자의 모두 발언이 끝나자 여야 의원들은 의사진행 발언을 적극 요청했는데요. 이 후보자가 제출하지 않은 자료를 요청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김영호 교육위 위원장은 "요청한 자료 427건 중 19건을 제외하고 모두 제출해 95.6%를 달성했다. 이는 역대 청문회 후보자 중 가장 높은 수치"라고 두둔했습니다.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자녀의 조기 유학 사실로 맹공에 나섰습니다. 서지영 국민의힘 의원은 "후보자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자기 자식에게 가장 좋은 환경을 제공했다"며 "대한민국은 선택의 자유가 있기에 본인 돈으로 하신 건 괜찮으나, 공교육 수장이 될 때는 다른 얘기"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후보자의 자녀가 졸업한 미 사립고교·대학교 학비가 총 10억원에 달할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그러자 이 후보자는 "사실과 많이 부풀려진 금액"이라면서 "저희 부부가 2001년에 1년 동안 미국에 방문연구원으로 체류한 적이 있는데 당시 큰아이가 고등학교를 미국에서 공부하길 강력하게 희망했고, 자식의 뜻을 이기지 못하고 들어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둘째도 언니를 따라 유학을 한 것이며, 국민들께 정말 송구한 마음이다"라며 고개를 숙여 사과했습니다.
당시 초·중학 유학은 부모가 반드시 함께해야 하는 등의 조건이 있는데, 이를 어기고 이 후보자의 둘째 자녀가 중학교를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유학을 떠난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당시 불법성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밖에 제자의 논문 가로채기 의혹에 대해선 적극 해명에 나섰습니다.
그는 "제기되는 의혹이 사실과 다르다"며 "충남대 대학원 학위과정 학사관리 내용을 보면 이공계의 경우 교수와 학생이 공동으로 발표해야 자격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교수-제자 공동연구는 필수며, 카피킬러를 돌려서 나오는 결과물은 신뢰할 수 없다"고 표절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자녀 불법 유학에 대해 사과했다. (사진=뉴시스)
유·초·중등 전문성 부족…여야 "내용 숙지 미흡"
이날 이 후보자는 질의 전 모두 발언에서 교육의 정책과 비전을 밝혔습니다. 그는 △공교육에 대한 국가 책임 강화 △교사와 학생 모두 행복한 학교 만들기 △AI 교육 혁신으로 미래 인재 양성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통한 국가 균형발전 실현 등 우선 정책 목표를 제시한 것입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정책 질문에 들어가자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오늘 종일 자녀 문제와 논문에 관해 이야기만 오갔는데, 후보자 본인도 논문과 자녀 문제에만 빠져 있어서 그런지 다른 질문들에 대해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아까 다른 의원이 AIDT(AI 디지털교과서)가 교육자료냐, 교과서냐고 물었는데 왜 그거 하나 대답을 못 하는가"라고 질책했습니다. 이 후보자는 "교육 자료로 논의 중인 걸로 정확히 알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고 의원은 "논의 중인 게 아니라, 이미 우리 교육위 안에서 통과가 된 것"이라며 "단순히 강제성 띠는 교과서냐, 아니면 선택할 수 있는 자료냐를 넘어 1년 동안 교육위와 교육 분야 안에서 엄청난 공방이 있었던 분야"라고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이 부분에 대해 툭 질문만 나와도 술술 후보자의 교육 철학이 나와야 하는 것인데 매우 실망스럽다"고 지적했습니다.
전문성 결여 등의 지적이 거론되자 이 후보자는 "사범 계열 건축공학교육과 출신으로 교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며 교직 이수를 했고 교생실습을 했다"며 "수십 년간 중등교원들에 대한 연수를 늘 담당했고, 현장의 선생님들과 소통을 많이 해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일부 교육 용어나 현안 관련 질문에는 명쾌하게 답변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이 "초·중·고등학교 법정 수업일수가 며칠인지 알고 있나"라고 묻자 "정확히는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또 전국 1만여 학교에서 교육 행정 정보를 연계해 처리하는 시스템에 관해 묻는 말에는 답하지 못했는데요. 정 의원은 "나이스(NEIS)"라고 대신 대답하자 한 박자 늦게 "나이스"라고 말했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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