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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7월 22일 11:53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새 정부 출범과 홈플러스 사태를 계기로 사모펀드(PEF)에 대한 규제 논의가 다시금 본격화되고 있다. 책임투자와 사회적 가치를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 속에 출자 요건 강화 방안이 추진되는 한편, 투자 자율성 위축과 법적 충돌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국내 주요 LP의 출자 기준과 사모펀드 규제 논의의 흐름, 관련 사례 등을 통해 이번 변화가 투자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최근 홈플러스 사태를 비롯해 사모펀드가 인수한 기업들의 부실 사례들이 이어지면서 국회에선 사모펀드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사모펀드 업계에선 과도한 규제가 건강한 투자 생태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2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24건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에 접수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추가적인 사모펀드 규제 법안을 검토 중이다.
(사진=국회의사당)
LBO·의무공개매수 규제 법안 발의
우선 현재 발의된 법안은 사모펀드의 차입매수(LBO)와 의무공개매수가 주를 이루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은 지난 6월4일 사모펀드의 무분별한 차입을 억제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사모펀드 차입 한도를 펀드 순자산의 400%에서 200%로 감축하는 것이 골자다.
과도한 차입이 피인수기업에 막대한 이자비용 부담을 지우고, 자산 매각과 재무구조 악화를 야기해 결국 기업을 파산 위험에 빠뜨리는 등 사회적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 김 의원이 주장이다. 실제로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인수 당시 이용한 차입매수(LBO) 방식이 사태의 핵심 원인으로 지적된 바 있다. MBK는 총 7억2000억원의 인수자금 중 5조원을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받았으며 자체 조달하는 자금은 2조2000억원으로, 인수 자금의 약 71%를 빌려서 충당했다.
이 때문에 인수 이후 이자비용이 영업이익을 초과하는 등 과도한 차입금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났다.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지출된 이자비용 합계는 약 2조9329억원으로 해당 기간 영업이익 합계인 4713억원보다 무려 2조5000억원이나 많았다. MBK는 부동산과 자산을 팔아 투자금 회수에 나섰고, 순손실 악화에도 과도한 배당 지급을 통해 펀드 수익률을 올렸다.
의무공개매수와 관련한 법안도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비롯해 꾸준히 발의되고 있다.
지난해 12월24일 더불어민주당 김남근 의원과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이 공동으로 대표 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는 기업 인수합병(M&A)와 분할·분할합병, 영업·자산의 인수 및 양도 등 주요 자본거래뿐 아니라 상장폐지, 유상증자, 전환사채 발행와 같은 상황에서도 지배주주에 대한 강제조항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다.
특히 기업인수 시 지배주주 소유 지분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해 높은 가격에 매수하면서 일반주주 주식은 헐값으로 인수, 일반주주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25 이상 매수 시 잔여주식 전량에 대해 최근 1년 내 거래 최고가격으로 공개매수를 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을 포함했다.
이보다 앞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민주당 의원 시절인 지난해 100% 의무공개매수를 도입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강력한 형사처벌까지 내걸기도 했다. 위반 시 의결권 제한, 금융위의 시정명령 외에도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 등의 강력한 제재조치를 담아 수위를 높인 것이다.
인수 이후 자산 유출 제한 규제도…업계 "형평성 고려해야"
LBO 규제와 100% 의무공개매수제 외에도 사모펀드의 기업 인수 이후 자산 유출 행위를 제한하는 법안도 곧 발의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김남근 의원을 중심으로 사모펀드가 인수한 기업에서 단기간에 자금 회수를 목적으로 무분별한 배당이나 자산매각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업 인수 후 특정 기간에는 고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유상감자 등 자본 유출성 조치를 금지하고, 리캡(자본구조 재조정) 등을 제한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입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유럽연합(EU)이 따르고 있는 대체투자펀드운용자지침(AIFMD)에는 사모펀드의 단기 차익을 방지하기 위한 제한 기간을 2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최근 업계 안팎에서 기업 인수에 대한 규제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인수 이후 투자금을 조기 회수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폐해를 막기 위한 규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진보당 정혜경 의원실에선 사모펀드를 투기세력으로 규정하고 사모펀드 인수 이후 5년 이상 지분을 의무보유하는 강력한 규제 법안도 추진 중이다.
이에 대해 사모펀드 업계에선 시장 자율성을 존중하는 범위 내에서 입법이 검토돼야 한다는 반응이다. 과도한 규제가 자칫 자본시장의 활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LBO 규제나 100% 공개매수의 경우엔 해외 주요국가에서도 도입된 사례가 없어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모펀드 관계자는 “LBO 200% 이상 인수금융을 일으켜 투자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사모펀드에만 해당 규제를 도입한다면 일반 사기업의 M&A나 해외 기업 인수와 관련해서도 형평성 문제가 있다”며 “대출기관 자율성을 존중하는 범위 내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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