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ETF 시장의 자금 흐름이 재편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시장 전체를 추종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정책 수혜 가능성이 높은 업종이나 종목에 선별적으로 투자하는 전략형 ETF에 수요가 집중되는 모습입니다.
24일 오전 11시 기준 코스콤 'ETF CHECK'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 ETF에서는 600억원, 'KODEX 200' ETF에서도 348억원이 순유출됐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PLUS 고배당주'에는 1328억 원이 유입돼 주식형 ETF 중 가장 많은 자금이 들어왔습니다. 이어 'KODEX 증권'(534억원), 'KODEX 금융고배당TOP10타겟위클리커버드콜'(474억원), 'TIGER 코리아배당다우존스'(422억 원), 'SOL 금융지주플러스고배당'(359억원) 등 고배당 관련 ETF로도 자금 유입이 이어졌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ETF 시장의 외형 성장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2022년 6월 100조원을 돌파한 이후 불과 2년 만에 220조원을 넘었고 상장 종목 수는 처음으로 1000개를 돌파했습니다.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상품 구성이 다양해지면서 정책 수혜를 반영한 테마형 ETF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했습니다. 투자자들도 정부 정책 방향에 맞춘 전략형 상품을 선택하는 추세입니다.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상법 개정, 배당소득 분리과세, 자사주 소각 확대 등 주주환원 정책의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투자자들은 시장 전체를 추종하기보다 정책 수혜 가능성이 높은 고배당 섹터, 금융지주 중심의 ETF에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정책 수혜 기대는 ETF 수익률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코스콤 ETF CHECK에 따르면 1개월 수익률 기준으로 'TIGER 은행고배당플러스TOP10'이 11.16%, 'SOL 금융지주플러스고배당' 9.27%, 'PLUS 고배당주' 7.99%, 'TIGER 코리아배당다우존스' 6.64%를 기록하며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2.79%)을 상회했습니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 들어 코스피가 15일까지 4.7% 오르는 동안 최근 5년간 배당성향이 높은 종목들이 시장 평균을 웃도는 수익률을 기록했다"며 "정책 기대가 주가에 선반영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ETF 자금 흐름이 정부 정책과 연동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배당소득 분리과세와 같은 세제 개편 논의가 이어지며 고배당 ETF가 대표 사례로 부상하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됩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ETF에서는 금융·지주 중심의 배당형 상품을 선호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향후 세제 변화가 현실화되면 이 같은 자금 쏠림은 더 강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나아가 업계와 학계에서는 ETF가 단순한 지수 추종 수단이 아니라 정책 방향성을 반영하는 전략형 투자 도구로 변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이제 ETF 시장은 정부가 어떤 섹터를 겨냥하느냐에 따라 자금 흐름이 달라지는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코스피가 단기간에 크게 오르면서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ETF는 추가 수익에 대한 기대가 낮아져 투자자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그동안 국내 기업들이 배당을 충분히 하지 않았던 상황에서 정부가 이를 유도하는 정책을 펼치면서 금융주 등 고배당 업종이 정책 수혜 테마로 부각되고 있다"며 "향후 세제 개편 논의와 정부 정책이 맞물릴 경우 이 같은 자금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습니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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