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기자] 미국채 장기물 금리가 다시 5%를 찍었습니다. 금리 하락을 고대하는 보유자들이 인내할 시간은 더욱 길어질 전망이지만 과거 기회를 놓쳤던 신규 투자자들이 적극 매수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잔존만기 1년 미만의 미국채와 달러 발행어음도 4% 초중반이어서 2%대로 떨어진 예금을 대체하기 좋은 기회입니다. 다만 환율 변동에 노출된 상품이 많아 원달러환율이 하락할 경우 4~5%의 수익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합니다.
파월 압박하면 미국채 뛴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채 30년 만기 수익률이 5.01%로 올라섰습니다. 지난 5월21일 5.08%를 기록한 후 사흘간 5%대를 유지했던 뒤로 넉 달 만에 다시 5% 위로 오른 것입니다.
이날의 금리 발작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해임 가능성을 언급한 것에 따른 시장의 반응이었습니다.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 인하를 지속 요구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파월 의장은 미 정부의 고율 관세정책으로 인한 물가 상승을 우려해 금리 인하 시기를 계속 미루고 있습니다. 이에 대통령이 연준 의장을 향해 으름장을 놓고 있는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행동이 처음은 아닙니다. 그는 파월 의장을 압박하기 위해 몇 차례 해임을 언급했지만 그때마다 미국채 등 시장금리가 급등했고 결국 자신의 발언을 주워 담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도 금리가 치솟자 즉각 해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진화에 나섰습니다. 마치 시장의 반응이 무뎌질 경우 실제로 해임을 단행할 것처럼 반복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도이체방크 보고서를 인용해 파월 의장이 해임될 경우 30년 만기 미국채 금리가 50bp(0.5%포인트) 이상 급등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이번 금리 발작은 15일부터 사흘간 지속됐는데요. 이 기간 미국채 금리가 만기별로 모두 상승했으나 그중에서도 30년물의 상승 폭이 유독 컸습니다. 이는 각국과의 관세 협상이 마무리돼도 일단 관세율이 오른 이상 장기간 물가가 떨어지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반영된 것입니다. 2023년 10월 금리 상승기에 함께 5% 선을 넘었던 10년물이 이번엔 4.5% 문턱에서 내려온 것도 채권 만기별 차이를 보여줍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5% 넘으면 사야지’ 개인 미국채 ETF 쏠림
2023년 10월 이후 올해 5월에 이어 두 번째로 5% 라인을 터치하자 채권 투자자들은 또다시 기회가 왔다며 미국채 투자로 뛰어들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채 금리가 우리 시간으로 주말인 11일(현지시간) 급등하며 마감하자 다음 주 월요일(14일) 아침부터 미국채 상장지수펀드(ETF)에 개인들의 매수세가 집중됐습니다. 미국채 ETF 중 시가총액이 큰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와 TIGER 미국30년국채커버드콜액티브(H), TIGER 미국30년국채스트립액티브(합성H) 등은 모두 이날부터 개인들의 순매수 참여로 일일 거래량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또 공격 성향이 강한 투자자들은 단기 차익을 키울 수 있는 레버리지 ETF로 몰리기도 했는데요. ACE 미국30년국채선물레버리지(합성H)도 14일부터 4영업일 연속 개인 순매수가 증가했습니다. 대조적으로 같은 기간 미국 단기물이나 달러 SOFR에 투자하는 ETF 종목들의 거래량은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ETF로 미국채 금리 하락을 노리는 투자자들도 많지만 미국채를 직접 매수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현재 증권사들이 판매 중인 미국채 중엔 만기가 오래 남은 장기물도 있지만 잔존 만기 1년 미만, 즉 몇 달만 기다리면 약속된 원리금을 받을 수 있는 미국채도 많습니다.
미래에셋증권에서 판매하는 미국채 중엔 오는 10월31일이 만기인 채권물이 있는데요. 발행금리는 0.25%에 불과하지만 채권 가격이 99.126달러로 세전 투자수익률이 3.75%입니다. 이를 은행 환산수익률로 계산하면 4.39%가 나옵니다. 한국투자증권엔 11월30일에 만기가 돌아오는 미국채 5년물을 매수수익률 3.875%, 개인세전수익률 4.45%로 매수할 수 있습니다.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상품들 중에선 조금 더 높은 수익률의 채권을 고를 수 있습니다.
미국채 ETF는 언제든 사고팔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미국채금리가 하락해 ETF의 주가가 올라야 차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와 달리 증권사에서 미국채를 직접 매수하는 경우엔 약속된 이자와 원금을 받을 수 있어 좋습니다. 물론 약속한 날짜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수익률 좋지만 환율 꺼림칙
대형 증권사들이 판매하는 발행어음을 미국채 직접 투자와 비교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원화 발행어음 금리는 2%대로 하락했지만 달러로 투자하는 외화 발행어음은 아직 4%대입니다. 한국투자증권의 달러 발행어음은 7~30일간 예치할 경우 연 4.10%, 365일 1년을 꽉 채우면 연 4.70%를 적용합니다. KB증권은 1년 예치시 4.30%로 이보다 낮습니다. 단기물이 아니어도 괜찮다면 경우에 따라 미국채보다 외화 발행어음이 더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단 중도 해지이율이 낮아 꼭 만기를 채워야 합니다.
수익률만 보면 미국채 직간접 투자가 국내 채권이나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것보다 월등히 유리해 보이지만 중요한 변수가 있습니다. 환율이 성과를 가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채나 달러 발행어음은 달러로 환전해서 투자하는 것이므로 만기 시, 혹은 매도 시 환율이 중요합니다. 처음 매수 가입했을 때와 만기 매도 시 환율이 동일하면 약속된 이율에 해당하는 이자를 받고 끝나지만, 원·달러 환율이 가입 당시보다 하락했다면 그만큼 환차손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자 수입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습니다. 원·달러 환율 1365원을 기준으로 55원 하락하면 1년치 4% 이자가 통째로 날아갑니다. 물론 환율이 오르면 이자 외에 환차익을 덤으로 얻겠지만 위험한 변수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따라서 환율 위험까지 피하고 싶다면 미국채를 직접 매매하거나 외화 발행어음에 가입하기보다는 환헤지 표시 ‘H’가 붙어 있는 ETF를 매수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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