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조사' 끝에 김건희 '공개 소환'
전·현직 대통령 부인 가운데 첫 '피의자 신분' 수사기관 출석
김건희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황제 조사' 논란 383일 만
특검 "별도 티타임 없이 조사 진행해…김씨 호칭은 '피의자'"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등 조사…특검 "김씨, 진술거부 안 해"
2025-08-06 17:34:50 2025-08-06 18:31:27
[뉴스토마토 강예슬·유근윤 기자] 김건희씨가 6일 마침내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기관에 공개 소환됐습니다. 전·현직 대통령 배우자 가운데 수사기관에 피의자 신분으로 불려 나온 건 김씨가 헌정사 처음입니다. 지난해 7월20일 김씨에 대한 '황제 조사' 논란이 불거진 때로부터는 따지면 383일 만의 공개 출석입니다. 김씨는 김건희특검 사무실로 들어가기 전 포토라인에 서서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라고 했습니다. 
 
김씨는 이날 오전 10시10분쯤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에 있는 김건희특검으로 출석했습니다. 검은 정장 차림의 김씨는 '국민에게 할 말씀 있느냐'는 취재진 질의에 "죄송합니다"라고 짧게 답했습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특검 사무실이 위치한 2층으로 올라간 김씨는 "국민 여러분께 저같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심려를 끼쳐서 죄송하다"며 "수사 잘 받고 나오겠다"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하지만 이후 '명품 목걸이, 명품 백 등은 왜 받으신 것이냐' 등 취재진의 다른 질문엔 묵묵부답이었습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을 받는 김건희씨가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김건희특검 사무실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검은 김씨와 별도의 티타임을 갖지 않고, 오전 10시23분부터 김씨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특검에 따르면, 조사 과정에서 김씨의 호칭은 '김건희 여사'가 아닌 '피의자'로 통일해 사용되고 있습니다. 
 
김씨는 특검에 출석하기 전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냈던 것처럼 이날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자신의 입장을 진술하고 있는 걸로 확인됐습니다. 김씨 측 변호인단도 "특검 측 검사님들께서 여러모로 배려해 주셔서 조사는 잘 진행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번 조사와 관련해 특검은 이날 오후 3시쯤 중간 브리핑을 "현재 조사는 절반을 약간 넘은 상황"이라며 "오전에 10분 정도 휴식을 가졌고, 오후에도 두 번 휴식을 가졌다"고 설명했습니다. 특검은 이날 김씨 조사를 위해 100여쪽이 넘는 질문지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검은 김씨에게 통지한 출석요구서에 담은 피의사실을 중심으로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특검은 지난달 21일과 이달 4일 김씨에 두 차례 출석요구서를 보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씨가 관여된 공천 개입 의혹 △건진법사를 통한 통일교 청탁 의혹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순방 당시 착용했던 고가의 장신구 출처 △윤석열씨가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김씨를 둘러싼 의혹에 관해 허위로 해명한 의혹 등에 관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한 바 있습니다. 
 
이날 신문 순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씨가 관여된 공천 개입 의혹, 건진법사 청탁 의혹 순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을 받는 김건희씨가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김건희 특검 사무실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씨는 윤석열씨가 21대 대선에 당선되기 전부터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등 각종 논란에 시달렸습니다. 하지만 그가 수사기관에 공개적으로 소환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배우자인 윤석열씨가 지난해 12월3일 불법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올해 4월4일 파면되자 김씨도 자연인 신분이 됐고, 정권 교체와 맞물려 특검이 출범하면서 그도 '법과 원칙'에 따라 조사를 받게 된 겁니다. 
 
김건희특검이 수사 중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은 2019년 12월 <뉴스타파>를 통해 알려졌습니다.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이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주가를 조작하는 과정에서 김씨가 돈을 대는 일명 '쩐주' 역할을 했다는 의혹입니다. 
 
그런데 검찰은 지난해 7월20일 김씨를 한 차례 조사한 뒤 그해 10월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한 바 있습니다. 이 과정에선 황제 조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김씨는 검찰청사로 소환하지 않고, 대통령경호처 관할 건물로 김씨를 찾아가 조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휴대전화까지 반납하면서까지 김씨의 편의를 봐줘 황제 조사라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결국 검찰은 그해 10월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관한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 명품백 수수 의혹에 관한 청탁금지법 위반·뇌물수수 등 모든 혐의를 무혐의로 처리해 황제 조사에 이은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을 자초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김씨에 대한 특검의 조사는 고강도로 정밀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씨 측도 야간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에 대비, 저녁을 준비는 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검 관계자는 "조사가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준비한 질의는 오후 3시쯤) 절반 넘게 하긴 했지만 (남은 질의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고, 열람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려서 언제까지 걸릴지 모른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앞서 김씨 측 변호인단은 지난달 23일 김씨의 건강 상태를 우려 특검에 조사 방식을 협의하자고 제안한 바 있습니다. 김씨 측 요구는 △하루에 1개 혐의 조사 △조사일 사이 3~4일간 간격 △오후 6시 조사 종료 등 3가지입니다. 하지만 특검은 김씨 측 요구에 대해 '협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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