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보험업권 내 법인보험대리점(GA) 영향력이 크게 확대된 흐름 속에서 생명보험사 '빅3'로 불리는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이 GA 채널 확장 추세에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 주목됩니다.
'공룡 GA'로 불리는 한화생명과 삼성생명은 적극적으로 GA 시장에 뛰어들어 몸집을 키워가는 한편, 교보생명은 신창재 회장이 직접 설계사 영입 경쟁 과열 현상을 꼬집으며 자정작용을 선도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사옥 앞 간판. (사진=각 사)
선구자 한화, 꽃길 뒤따른 삼성…M&A·MOU 탄력
현재 생명보험업권 GA 최강자는 한화생명 자회사 한화생명금융서비스입니다. 한화생명은 2021년 자회사형 GA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출범해 기존 전속 설계사 중심에서 GA 중심의 설계사 조직으로 개편했습니다. GA로 노선을 변경하면서 단숨에 GA업계 독보적인 1위 입지에 올랐습니다.
당시 한화생명은 약 2만명에 달하던 전속 설계사 조직을 모두 이관해 '제판 분리(보험 제조와 판매 분리)'를 단행했습니다. 이직한 설계사들에게 대규모 정착 지원금을 지급하며 조직을 빠르게 안정화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후 독립된 대형 GA와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불렸습니다. 2023년엔 설계사 약 4000명을 두고 있던 GA사 피플라이프를 인수해 설계사 3만명 돌파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올해 1분기에는 약 2000명 규모 설계사를 보유해 영남권 보험 영업을 주름 잡고 있던 GA사 IFC그룹을 사들여 자회사로 편입했고, 이를 계기로 보유한 누적 설계사는 약 3만5000명으로 늘었습니다. 자회사별로 GA 설계사 수는 △한화생명금융서비스 2만5332명 △피플라이프 4258명 △한화라이프랩 3086명 △IFC그룹 2091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인력을 대폭 늘린 2023년부터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오는 2026년 기업공개(IPO)도 준비 중이라고 전해졌습니다.
GA로 방향을 틀면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한화생명을 중심으로 자회사형 GA로 영업 채널의 재편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약 4만명에 달하는 전속 설계사를 보유한 삼성생명이 최근 별도로 운영하던 GA를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1분기 기준 삼성생명의 설계사 규모는 총 3만9350명이며, 이 중 GA 개념의 전속대리점(삼성생명금융서비스·AFC·유니온)의 설계사 수는 8548명으로 전체 설계사의 21.7%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삼성생명은 지난달 말 약 1만3000명을 보유한 GA 글로벌 금융판매와 금융소비자 보호 및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해 GA 협력 관계를 구축했습니다. 이는 삼성생명이 GA와 공식적으로 손잡은 첫 사례입니다.
삼성생명의 GA 힘 주기는 지난해 자회사형 GA가 처음으로 연매출 2000억원을 돌파해 경영 성과를 거둔 것을 계기로 더욱 탄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금융서비스와 삼성화재금융서비스의 작년 영업수익 합산액은 2110억원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신창재, GA 영입 경쟁 쓴소리…'가치 회귀'로 과열 제동
교보생명은 GA 시장 고속 성장 이면에 나타난 부작용을 우려하며, GA 중심의 설계사 확보 경쟁에 선을 그었습니다. 특히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직접 설계사 영입 경쟁 과열을 겨냥한 작심 발언을 던지면서 '가치 회귀' 전략을 구사하겠다며 업계 과열 현상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2023년 국제회계기준(IFRS17) 시행 이후로 각 보험사들은 보험계약마진(CSM) 확대 전략에 따라 자회사형 GA를 통해 건강보험을 비롯한 보장성 보험 판매를 늘리고 있습니다. GA 중심으로 설계사 확보 경쟁이 과열되면서 부당 승환 같은 시장 혼탁과 불완전판매 등 소비자 피해 우려가 커졌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GA들이 설계사 영입을 위해 지급한 정착 지원금은 전 분기(2024년 말) 대비 19.7% 증가한 1003억원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로 인해 제조사의 신계약 마진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며, 영업 질서 훼손 여지가 확대됐다고 금감원은 분석했습니다.
금감원이 2년간 7개 대형 GA를 점검한 결과, 총 408명의 설계사가 2984건의 신계약을 모집하면서 3583건의 기존 계약을 부당하게 소멸시킨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이 중에서 설계사들이 이직 후 180일 이내 발생한 부당 승환 계약 건수는 절반(43.1%)에 가까웠습니다. 보험계약자 등 금융소비자 보호에 실질적인 경고등이 켜진 것으로 풀이됩니다. 금감원 역시 자율 규제 실효성 강화와 더불어 현장 검사 및 제재를 예고한 상황입니다.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이 지난 7일 광화문 교보생명 본사에서 열린 창립 67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교보생명)
이러한 업계 상황을 염려한 신 회장은 지난 7일 열린 창립 67주년 기념식에서 쓴소리를 했습니다. 신 회장은 "보험 산업은 저성장, 저출생, 고령화라는 구조적 위기 아래 경기 침체, 금리 인하, 재무건전성 규제 강화 등으로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며 "위기 상황을 타개하고자 CSM 확보를 위한 과열 경쟁으로 발생한 피해는 오롯이 선량한 고객의 몫이 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교보생명만은 고객 역경에 대한 보장이란 생명보험의 숭고한 정신을 지키며, 바른 방식의 영업과 마케팅을 실천하자"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습니다. 이처럼 교보생명은 GA 중심의 과열 경쟁이 불러온 혼란 속에서, 고객 중심 경영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생보사 빅3의 GA 전략이 갈라진 것과 관련해 "전속 설계사 위주의 경영을 중심에 둘수록 GA를 바라보는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어 관점의 차이가 확연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원수사들의 자성 없이 GA 업권의 전체적인 문제인 것처럼 치부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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