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엔화 스테이블코인 눈앞…한국은 '걸음마'
2025-08-19 14:38:09 2025-08-19 16:20:44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일본이 올가을 엔화 연동 스테이블코인(JPYC) 발행을 공식 승인할 예정인 가운데, 한국은 여전히 답보 상태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회에서 산발적으로 법안이 발의됐을 뿐 본격적인 논의는 시작조차 하지 못한 데다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등 주요 금융기관 간 신경전도 치열한 상황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정부안, 10월 의원 발의로"
 
19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가상자산 규율 체계 완비를 위한 2단계 입법(가상자산기본법)을 의원입법으로 추진 중입니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 주최로 전날 열린 '원화 스테이블코인: 디지털 원화 시대 개막' 세미나에서 같은 당 박민규 의원은 "금융위원회가 올 10월쯤 정부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김성진 금융위 가상자산정책과장도 "가급적 오는 10월까지는 정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금융위는 정부안 대신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강준현 민주당 의원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법안을 발의할 예정입니다.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초안을 짠 내용이라는 점에서 향후 강 의원이 내놓을 법안이 최종 채택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습니다. 
 
다만 스테이블코인 법안의 최종 조율과 세부 조정은 상황에 따라 국회에서 수정될 여지가 큽니다. 강 의원실 관계자는 "아직 금융위 법안 내용을 못 받은 상황이지만, 기본법에는 용어 정의를 비롯해 업의 분류 등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스테이블코인만 들어가는 게 아니고, 전반적으로 디지털 자산을 다루는 내용으로 모아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법안이 발의되더라도 무조건 금융위 안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기존에 정치권에서 발의된 법안들 중 합리적인 내용들과 섞고, 업계 의견과 토론회를 거쳐 나온 의견을 수렴하면 세부 규정은 바뀔 가능성이 있으며 대안으로 나올 수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법안 발의 시기와 관련 "9월에 발의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울 듯하다"고 밝혔습니다. 금융위에서 해당 안이 당정 협의를 거치고, 대통령실에 보고하는 과정 등을 감안해 10월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금융위의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2단계' 안에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요건, 담보 관리, 내부통제 체계 등을 핵심 내용을 포함할 예정입니다. 주무부처인 금융위가 관련 법안을 추진하면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가 급물살을 탈 것이란 기대감이 나옵니다. 
 
금융위원회. (사진=연합뉴스)
 
한은-금융위 주도권 다툼 
 
금융당국 간 진통 역시 법안의 신속 처리를 막는 걸림돌입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두고 발행·통제 권한을 놓고 금융위원회와 한은 간 주도권 다툼이 치열합니다. 
 
한은은 통화 주권과 금융 안정을 내세워 정책적 거부권 등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금융위가 스테이블코인 발행 허가안을 내더라도, 한은이 통화·금융 시스템 리스크를 이유로 반대 의견을 제시하면 사실상 허가가 어렵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이 통화정책 유효성을 약화시키고, 외환·금리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게 한은의 우려 지점입니다. 이에 따라 발행 단계부터 한은의 '인가·승인 권한'을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한은이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실험을 이미 추진 중인데, 스테이블코인 확산이 CBDC 필요성과 정책적 역할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는 점도 직·간접적으로 언급 중입니다. 
 
한은은 감독 권한 확대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의견 제시가 아니라 발행사 자료 제출 요구권·검사 요청권·긴급조치 권한 등을 다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선 한은이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유통 과정에 대한 실질적 견제 권한을 요구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은은 이런 의견 속에서도 기본적으로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반기지 않습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에 출석해 "현재 세계적으로 전체 스테이블코인의 99%가 달러 기반인데, 모든 세계가 달러를 가지려고 하기 때문에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수요가 많은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면 달러 스테이블코인 수요가 줄어들 것이냐에 관해 회의적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금융위는 디지털자산기본법(가칭) 체계 속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투자자 보호 제도를 만들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는 규제·허가 권한을 금융위가 담당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통화정책이나 결제 시스템 안정성 등은 한은의 영역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양 기관 간 물밑 신경전이 벌어지는 양상입니다. 금융위가 의원입법으로 선회한 이유 역시 한은 및 금감원 등과의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의원입법으로 전환해 국회 주도로 논의를 진행, 기관 간 조율 부담을 줄이겠다는 의도로 분석됩니다. 
 
법안 연내 처리 어려울 듯 
 
국회 상황 역시 녹록지 않습니다. 여야 모두 관련 법안을 발의하는 등 스테이블코인의 제도화에 대체로 공감하고 있으나, 코인 발행 주체에 대한 인가 조건과 규제 강도, 관리 감독 등 디테일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은·금융위 간 입장 차를 조율하는 것도 국회 몫입니다. 
 
현재 입법 논의도 지지부진합니다. 법안만 발의됐을 뿐 심사는 진행도 하지 못했습니다. 또한 국내에서 스테이블코인 논의를 본격화한 건 2021년 하반기인데 다른 선진국보다 이미 몇년 뒤쳐져 있습니다. 미국, 유럽, 일본 등은 2018년~2019년부터 관련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유럽연합(EU)도 2020년 '디지털 금융 전략'을 발표하며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구축했습니다. 
 
정치권 안팎에선 금융위가 10월 의원입법을 통해 간소화된 절차를 거치더라도 국회 상임위와 법사위 심의, 기관별 조율, 법안 통과 및 시행령 마련 등을 단계별로 밟으려면 스테이블코인이 실제 시장에서 발행되는 시기는 빨라야 내년 하반기나 2027년쯤으로 보고 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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