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3일(현지 시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한일 공동언론발표를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한·일 양국이 이명박정부 이후 17년 만에 공동발표문을 발표했습니다.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셔틀외교'를 복원하고 글로벌 경제·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체를 조속한 시기에 구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날 과거사 문제에 대해 "접근이 어려운 것들은 충분히 시간을 들여 협력하자"고 밝힌 가운데,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계승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셔틀외교 조기 재개…경제·사회 협의체 출범키로
이날 오후 한·일 정상회담 이후 발표한 공동언론발표문에서 "미래지향적이고, 상호호혜적인 공동의 이익을 위해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한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양국이 발표한 공동발표문은 지난 2008년 4월 이명박 전 대통령과 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 이후 17년만입니다. 두 정상은 1시간 가량의 소인수회담과 51분 가량의 확대회담을 통해 이같은 발표문을 채택했습니다.
양국 정상의 이번 회담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이후 67일 만인데요. 두 정상은 2개월 만에 정상회담이 다시 성사된 것을 평가하며 '셔틀외교'가 조기에 재개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인도태평양 지역을 포함한 역내 전략 환경 변화와 최근 새로운 경제·통상 질서 하에서 양국 간에 전략적 소통 강화가 필요하다는 데에 인식을 같이했다"며 "안보·경제안보를 포함한 각 분야에서 정상 및 각급 차원에서의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했습니다.
경제·산업 분야의 협력도 공동 대응하기로 했습니다. 양국은 경제 분야에서 수소·AI 등 미래산업 분야 협력을 강화하고 저출산·고령화, 인구감소, 지방활성화, 수도권 인구집중 문제, 농업, 방재 등 사회문제도 함께 대응하기로 했습니다. 양국은 이를 위해 당국 간 협의체 출범에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청년을 필두로 한 인적교류도 확대합니다. 이를 위해 한·일 워킹홀리데이 참여 횟수 상한을 기존의 총 1회에서 2회로 확대합니다.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구축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했다"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여 한미일 공조를 바탕으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가 충실히 이행되도록 국제사회와 협력을 지속해 나가야 함을 확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일은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과 북·러 간 군사협력에 함께 대처하기로 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3일(현지 시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시바, '김대중-오부치' 선언 계승…과거사 문제에 "시간 갖고 협력"
이 대통령은 이날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가진 한일공동 언론 발표에서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래로 우리나라 대통령이 취임한 후 첫 양자 회담 국가로 일본을 찾은 것은 제가 최초라고 한다"며 "한일 관계를 얼마나 중시하는지를 보여준다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 흔들림 없는 한·일, 한·미·일 관계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같이했다"며 "한·일관계 발전이 한·미·일 협력 강화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어 나가자고 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존의 관행을 과감하게 탈피하고 국익중심의 실용외교를 실천하는 한편 양국이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의 길을 함께 열어 나가고자 하는 신념 위에 오늘 일본을 방문했다"며 "오늘을 계기로 양국 정상간 셔틀외교가 재개됐다. 이는 민주 대한민국 복귀 이후 한일 관계가 조속히 정상궤도에 올랐음을 보여준다"고 밝혔습니다.
이시바 총리 역시 한·일 관계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는데요. 그는 "안정적 한일관계는 양국뿐만 아니라 지역 전체에도 이익이 된다"며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언급했습니다.
다만 이시바 총리의 메시지는 안보와 대북 문제에 방점이 찍힌 모양새입니다. 이시바 총리는 "저는 힘 또는 위압에 의한 일방적 현안 변경, 현상 변경 시도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며 "핵·미사일 문제를 포함해 대북 문제 대응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공개했습니다. 그런데 이른바 '일방적 현안 변경'은 통상적으로 국제사회에서 중국을 견제할 때 사용하는 표현입니다.
이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일본과 한국 등 일·한·미 3국간 긴밀히 공조 대응해 나가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납치 문제의 즉각적 해결을 위해 이 대통령이 지지를 표명해 주신 데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이시바 총리가 언급한 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인데, 이 대통령이 언급한 비핵화는 '한반도 비핵화'인 만큼 다소의 차이가 있습니다.
이날 이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에 대해 "서로 많은 것들을 공유하고 있고 협력할 분야도 참으로 많지만 한편으로 너무 가깝다 보니 불필요한 갈등도 가끔은 발생한다"며 "어려운 문제는어려운 문제대로 해결하고 또 도저히 접근하기 어려운 것들은 충분한 시간을 들여 협력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 협력해 가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최근 한·일 관계에 대해 거듭해서 '과거는 직시하되 미래지향적 협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시바 총리는 과거사 문제에 대해 공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관련한 입장을 공동발표문에 담았습니다. 그는 1998년 발표된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인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계승한다고 했습니다. 이는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의 공동선언으로 '식민 지배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라는 표현을 담고 있습니다.
한편 두 정상의 정상회담은 6월 17일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 이후 67일 만입니다. 이 대통령은 24일 오전 일한의원연맹 소속 일본 정계 인사들과 면담한 뒤 곧바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 D.C.로 향할 예정입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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