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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8월 25일 06: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사모펀드 운용사 VIG파트너스가 추진 중인 5호 블라인드 펀드 결성이 당초 계획보다 지연되고 있다. VIG파트너스는 지난해 말까지 목표치인 1조원을 모집키로 했으나, 해외 유한책임사원(LP) 자금 유치가 지연되면서 미뤄졌다. 회사는 연내 마무리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자금시장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장담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VIG파트너스의 5호 블라인드 펀드 결성액은 1조원에 못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VIG파트너스)
해외 LP들로부터 펀딩 지연…국민연금 출자 가능성
VIG파트너스는 지난해 말부터 진행한 펀드레이징을 통해 우정사업본부, 사학연금 등 국내 주요 기관으로부터 약 6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모았다. 반면 큰손으로 꼽히는 국민연금 출자사업에는 연이어 고배를 마셨다. 지난해 국민연금이 진행한 PEF 위탁운용사 선정 과정에선 8개 운용사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렸고, MBK파트너스, 프랙시스캐피탈, 프리미어파트너스, JKL파트너스 등 4개 운용사만 최종 선정되며 VIG파트너스는 끝내 제외됐다.
남은 4000억원 규모의 펀딩은 해외 LP에서 채우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2024년부터 계엄 사태 등으로 인해 글로벌 LP들의 태도가 보수적으로 바뀌면서 일정이 지연됐고, 이는 올해 초 진행한 카카오모빌리티 인수 실패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VIG파트너스는 골드만삭스 얼터너티브와 컨소시엄을 꾸려 2조원대 규모의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인수를 추진했다. 규모가 적지 않은 만큼 5호 블라인드 펀드 모집에 대한 대표 투자 스토리로 내세웠다. 대형 플랫폼 기업과의 딜은 해외 LP 유치 과정에서 상징적 카드로 작용할 수 있어 VIG파트너스 측에서도 많은 에너지를 투입한 딜이었다.
하지만 경영권 매각 의지가 약화된
카카오(035720) 측 기조와 더불어, 핵심 LP로 거론되던 UAE 국부펀드 무바달라의 이탈이 결정적 변수로 작용하며 결국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직전에서 무산됐다. 이로 인해 해외 투자자들에 보여줄 대표 딜이 사라졌고, 펀드 조성 명분 역시 약화됐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카카오모빌리티 딜 실패가 곧 5호 블라인드 펀드에 대한 출자 지연의 직접 원인은 아닐 수 있지만, 펀드 조성에 부정적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평가에 대해선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해외 LP로부터의 자금 모집이 올해 하반기에도 지연될 경우, VIG파트너스가 기대할 수 있는 곳은 국민연금이다. 통상적으로 국민연금의 PEF 위탁운용사 선정 절차는 4월에 시작해 7월에 마무리됐지만, 올해는 홈플러스 사태 이후 기준 재정비로 인해 일정이 지연된 상황이다. 국민연금은 최근 PEF에 대한 시선이 따가운 만큼, 성과 중심의 정량 평가에 더해 사회적 책임 등 정성 평가에 무게를 두고 선정 기준을 고심 중이다.
탄탄한 트랙레코드 보유…볼트온 전략으로 출자자 설득
그럼에도 VIG파트너스는 여전히 탄탄한 트랙레코드를 보유하고 있어 올해 5호 블라인드 펀드의 1조원 달성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도 있다. 대표 사례가 프리드라이프 매각을 통해 조명된 상조업계 재편이다.
VIG파트너스는 올해 4월 웅진과 최종 8829억원에 매각 계약을 체결하며 배당 등을 포함해 투자 원금 대비 4배 이상의 회수 실적을 기록했다. VIG파트너스는 2016년 좋은라이프를 인수한 이후 동종업계인 금강문화허브, 모던종합성조를 인수했고 2020년에는 프리드라이프와의 합병을 통해 볼트온 전략을 통한 바이아웃 투자 모범 사례라는 평가를 받았다.
프리드라이프의 연결기준 매출은 2020년 735억원에서 지난해 2767억원으로 늘었으며 영업이익은 적자 구조를 탈피, 985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회원 수는 같은 기간 140만명에서 약 2배에 가까운 230만명으로 늘렸다. 무엇보다 VIG파트너스가 상조업에 투자하면서 운영방식을 체계화해 업계 표준이 되는 경영 시스템을 도입, 업계에선 고객 신뢰도를 제고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가 잇달았다.
VIG파트너스는 5호 블라인드 펀드에도 기존 핵심 전략인 볼트온 방식을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조원 펀딩이 어렵지 않을 것이란 추측은 이 전략을 통해 구축한 친환경 에너지 포트폴리오에 대한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VIG파트너스는 2021년 4호 블라인드 펀드로 유기성 폐기물 처리업체인 바이오에너지팜아산의 경영권 지분을 인수한 뒤, 2023년에는 음폐유 제조·유통 기업인 오송바이오를 인수했으며 지난해엔 바이오에너지 기업인 청광을 인수했다. 수직계열화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VIG파트너스는 지난해 대원그린바이오도 품에 안으며 덩치를 더욱 키웠다. 5호 블라인드 펀드의 첫 투자 포트폴리오도 친환경 에너지 업종인 바이오퓨얼홀딩스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올해 초까지 우려했던 해외 LP들의 보수적인 출자 태도는 많이 불식된 상황”이라며 “과거 프리드라이프와 같은 성공 사례가 VIG파트너스의 강점인 만큼, 볼트온 전략을 통해 투자자들 설득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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