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K-웨이브의 미래)③K팝 성장 그늘…공연장 인프라 구축 없인 한계
대형 공연장 설립 이후 가동률 확보 통한 수익성 '관건'
다양한 아티스트 성장 위해 중소 규모 시설 마련 필요
대학·대형 체육관 대관 조건 완화해 공공 공연장 활성화
2025-08-27 06:00:00 2025-08-27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8월 25일 06: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K-팝을 비롯한 드라마·영화 등 한국 대중문화가 아시아를 넘어 유럽, 미국, 중동까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K-콘텐츠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경제 성장과 더불어 일자리 창출, 수출 경쟁력 강화까지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주요 26개국 잠재 방한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한국 관광 선호도가 83%, 실제 방문 의향이 6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응답자의 40.2%는 서울만을 한국의 주요 관광지로 인식하고 있는 한계도 드러났다. 이에 정부는 지역의 문화·관광 자원을 적극 활용해 저출생·초고령 사회 진입으로 심화되는 지역 소멸 위협 요인을 줄여나가기 위해 문화산업 육성에 나섰다. <IB토마토>는 K-웨이브 확산의 실태와 개선 방향을 점검하고 향후 육성 전략을 살펴 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최근 K-팝이 빠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관련 시장규모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공연 시설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성장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국내 공연장 부족으로 해외 유명 가수들이 아시아 투어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코리아 패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초대형 규모 공연장 건설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이 역시 초대형 아티스트를 제외하고는 공연장을 채울 수 없다는 점에서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전문가들과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중대형 공연장 구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
 
음악산업, 4년 새 두 배로 커졌지만 인프라 '미비' 
 
25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문화콘텐츠산업 중 음악산업 매출액은 지난 2023년 12.6조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음악산업 매출 규모인 6.8조원과 비교하면 4년새 외형이 2배 이상 성장한 셈이다. 음악산업이 성장하면서 지난해 대중음악 부문 총 티켓판매금액도 7610억원에 달했다. 2023년(5762억원) 대비 약 32.07% 늘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2002억원 보다도 약 3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국내 음악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공연장 인프라는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다. 현재 서울에서 만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스포츠 경기장은 △고척스카이돔 △서울월드컵경기장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잠실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 등 다섯 곳뿐이다. 하지만 잠실 주경기장 리모델링과 월드컵경기장 잔디 보호 문제로 대관이 어려워 공연 등 대규모 행사를 열 수 있는 수용 시설은 사실상 5곳보다 적은 실정이다. 
 
이 같은 문제는 해외 아티스트의 '코리아 패싱' 논란으로도 불거지기도 했다. 해외 아티스의 경우 수익성 확보를 위해 통상 3만석 이상 규모의 공연장이 필요하지만, 서울에서는 이를 충족할 만한 공연장이 없다. 일례로 테일러스위트의 경우 일본과 싱가포르에서 수차례 공연을 진행했지만, 서울에서는 공연이 성사되지 못했다. 지난 4월 내한한 콜드플레이의 공연도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개최됐다. 오는 9월과 10월 예정된 뮤즈와 오아시스의 내한 공연도 각각 인천문학경기장 주경기장,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에 지난 5월에는 한국연예제작자협회가 K-팝 아레나를 건립해달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음공협) 공연장 확충 서명운동을 추진하기도 했다. 특히 음공협은 K-팝 등 한류 콘텐츠를 바탕으로 외국인 광광객 3000만명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대형 공연장 인프라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코리아 패싱과 공연장 인프라 부족은 최근 음악시장의 갑작스러운 성장과 달리 인프라 구축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렸던 점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특히 공연장 설립 이후 수익성 문제가 발목을 잡아왔다. 대규모 공연장을 건립하더라도 이를 채울 수 있는 초대형 아티스트가 한정적이라면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아서다. 이에 공연장의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외부 행사 등을 유치하는 등 어려움이 있었다.   
 
고정민 홍익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IB토마토>와 인터뷰에서 "공연장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있었지만 1년 내내 공연 유치를 통해 가동률을 높이기 쉽지 않은 구조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경기 침체 등이 이어지면서 공연장 건설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국내 수요뿐만 아니라 해외 유명 가수들의 공연을 국내에서 개최해 공연장의 가동률을 높이는 등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소 공연시설 확대로 지속 성장기반 마련 필요
 
업계 내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현재 통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K팝 공연장들이 한정되어 있는 만큼 대관 경쟁이 치열해 공연 시기를 조율하는 것부터 난관에 봉착하고 있어서다. 인스파이어 아레나가 지난 2023년 완공됐지만, 지리상 교통 문제와 주변 인프라 부족으로 정작 국내 팬들의 접근성이 낮은 상황이다. 최근 K-컬처밸리 복합개발사업이 재입찰을 진행 중이고 지난해부터 카카오가 아레나 공연장 설립에 나서고 있지만 완공까지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렇다고 대규모 공연장이 아닌 소규모 공연장으로 이동하게 되면 한정된 좌석으로 인한 티켓팅 경쟁 과열로 이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로 인해 팬덤 내 불만이 커질 경우에는 장기적으로 팬덤 이탈까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공연 회차를 늘리고 관객들의 유입을 늘리기 위해선 중간급의 공연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이나 유럽·일본 등은 다양한 지역으로 다양한 규모의 공연장이 분산돼 있는 반면 국내의 경우 서울과 수도권을 한정으로 공연시설이 마련돼 있는 데다 공연장 규모는 비슷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라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류 아이돌이나 해외 아티스트들 위주로 공연이 이루어지고,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아티스트들은 국내에서 음악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중소 규모 공연시설 부재로 신진아티스트가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부족해지면 결과적으로 업계 전반의 지속적인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양재영 서울과기대 교수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당장 공연장을 건설하기 보다는 국공립 대학과 대형 체육관 강당 등을 중심으로 공연을 할 수 있는 시설인 '공공 공연장'을 늘리고 공연 활성화를 위해서 대관 조건을 완화하는 등의 방안을 고민해야할 것"이라며 "특히 K-팝 자체가 하나의 산업이 되려면 대형아이돌 뿐만 아니라 중소 아이돌이 확대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